재계 지배구조 개편 어떻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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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키우고 경영권 승계 발판 마련 분주
중간금융지주법 국회 통과 땐 가속도 낼 듯

20일 전격 발표된 ㈜SK와 SK C&C의 합병으로 다른 그룹사들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의 지배구조 개편은 경쟁력이 떨어진 사업들을 합병 혹은 매각하면서도 차기 승계구도를 염두에 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또 신규순환출자금지와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도 기업이 지배구조 변화에 나서는 이유다.

2000년대에 지주사로 전환한 LG그룹에 이어 최근 지배구조 개편에 신호탄을 쏘아 올린 곳은 삼성그룹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와 문어발식 사업 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서다.

삼성은 2013년 9월 삼성SDS와 삼성SNS 합병을 시작으로 △제일모직 패션사업부 양도 △삼성웰스토리 분사 △제일모직-삼성SDI 합병 △삼성종합화학-삼성석유화학 합병 △삼성SDS 상장 △제일모직 상장 등을 통해 사업을 재편하고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작업을 벌여 왔다. 일련의 작업으로 2013년 말까지 30개가 넘던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는 올 초 기준 10개로 줄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3세 승계를 앞두고 금융사와 비금융사 간 남은 고리를 최대한 끊고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수직계열 구조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다만 금산분리법과 국회에 계류 중인 ‘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이학수법) 등이 남아 있는 삼성의 승계 및 사업구조 개편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최근 계열사들의 지분 매각에 나섰다. 2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그룹 계열 물류회사인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일부 매각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안정적인 승계 작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 구조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이 없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가 추후 현대모비스와 합병하거나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차익을 현대모비스 지분 취득에 사용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는 최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간 합병을 결의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연매출 20조 원의 세계 10위권 규모의 철강회사로 거듭나게 됐다.

한진그룹도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작업이 한창이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말 ㈜한진이 보유한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주식 279만9161주(지분 5.33%)를 모두 처분하고 한국공항도 ㈜한진 주식 26만5300주(지분 2.22%)를 정석기업에 매각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이에 한진그룹은 한진칼→정석기업→㈜한진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남은 것은 지배구조의 핵심인 한진칼, 정석기업과 ㈜한진 사이의 지분관계 정리 작업이다.

한라그룹도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마무리했다. 16일 이사회에서 한라는 그룹 지주사인 한라홀딩스 주식 86만1611주를 전량 매각(542억8149만 원)하기로 했다. 한라그룹은 한라→한라홀딩스→한라마이스터→한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였다가 지난달 31일 한라홀딩스가 한라마이스터를 흡수합병하면서 한라→한라홀딩스→한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바뀌고 이번 지분 매각으로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게 됐다. 한라홀딩스의 한라 주식 중 43만 주는 KCC가 20일 사들였다.

재계는 국회에 계류 중인 중간금융지주법이 통과되면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간금융지주법이란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면 일반지주회사도 금융자회사를 보유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회사를 보유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등이 금융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

김지현 jhk85@donga.com·김성규 기자
#지배구조#재계#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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