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옥 지배구조’ 숙제 풀어… ICT사업 탄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SK㈜ - SK C&C 8월 합병… 자산 13조 SK주식회사 출범

SK㈜와 SK C&C가 20일 합병 결정을 발표하자 재계에서는 “예견은 됐지만 생각보다 이른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수감된 상황에서 기업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하긴 부담이 클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그룹 관계사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최 회장이 대주주인 SK C&C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오르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 사업형 지주회사로 성장동력 확보


SK그룹 내부에서는 기존 SK C&C가 가진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에 SK㈜가 보유한 자금력이 합쳐짐에 따라 통합법인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가 쉬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 고위 관계자는 “SK C&C는 ICT 기술력을 충분히 보유하고도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에 나서지 못해 성장 정체를 겪어 왔다”며 “통합법인이 (SK㈜가 받아오던) 브랜드 사용료와 배당금 등 연간 1조 원의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돼 사업 확대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통합 SK주식회사가 사업형 지주회사로 성공할 경우 대주주인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도 좀 더 공고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최 회장을 포함한 총수 일가의 통합법인 지분은 30.6%로 떨어진다.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인 ‘총수 및 친족 지분 30%(비상장사 20%) 이상’과 0.6%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만약 이번 합병으로 단번에 총수 일가 지분을 30% 이하로 떨어뜨렸다면 사회적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적정선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가석방 기다리지 않고 옥중 경영 나서

이번 발표를 놓고 최 회장이 경제인 가석방 등의 변화를 기다리지 않고 ‘옥중(獄中)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SK그룹은 3월에도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그룹 구조개편에 불씨를 지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SK하이닉스를 제외한 그룹의 전반적인 실적 침체를 더이상 두고볼 수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SK그룹 측도 “지난해 비교적 안정적인 정유사업에서 37년 만에 1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영업적자를 내는 등 현재 지배구조로는 위기 극복과 미래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정치권 상황 등으로 조기 가석방이 사실상 무산된 것도 합병 시기를 앞당긴 배경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0월 27만 원을 넘겨 고점을 찍은 후 24만 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SK C&C 주가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최 회장의 지배력이 높아지려면 주가가 조금이라도 높을 때 합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 사업구조 개편 속도 빨라질 가능성도

SK그룹 안팎에서는 합병 이후에도 일단 박정호 현 SK C&C 사장과 조대식 SK㈜ 사장의 각자대표 체제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그룹 고위 관계자도 “박 사장은 지주회사 경험이 적고, 조 사장 또한 정보기술(IT)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수장을 교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병으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이나 조직 재편도 당장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는 임직원 규모가 100여 명에 불과하다. 그룹 경영 전반은 별도 조직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맡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합병을 시작으로 그룹 사업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 회장이 옥중에서 지주회사 개편 결정을 내릴 정도로 위기의식을 느끼는 만큼 다른 관계사에 대한 사업구조 개편도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그룹 안팎에서는 SK텔레콤을 유무선사업부문과 IT사업부문 회사로 분할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황태호 taeho@donga.com·김지현 기자
#옥상옥#지배구조#합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