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김진 기자의 먹거리 XX파일! 목마른 남자의 무모한 실험

  • 우먼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0일 20시 38분


코멘트
채널A ‘먹거리 X파일’ 진행자인 김진 기자가 방송에서 미처 다 전하지 못했던 은밀한 취재 뒷이야기나 착한 먹거리 상식 등을 공개합니다. 이달에는 물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분 보충이 절실한 환절기, 건강하게 물 마시는 방법에 귀 기울여보세요.

이틀 동안 물을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기로 한 김진 기자. 시간이 지나면서 얼굴에 뾰루지가 올라오고, 급격한 피로 증상도 나타났다.
이틀 동안 물을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기로 한 김진 기자. 시간이 지나면서 얼굴에 뾰루지가 올라오고, 급격한 피로 증상도 나타났다.

아침에 일어나서 따끈한 카페라테 한 잔, 점심 식사 후 개운하게 아메리카노 한 잔, 퇴근 후 커피숍에서 달콤한 바닐라라테 한 잔. 그럼 도대체 순수한 물은 언제 마실까.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 33%는 수분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3명 중 1명이 물 부족 상태라는 말이다. 그렇게 커피와 음료를 많이 마시는데 왜 물이 부족한 걸까. 미국 컬럼비아대 심장연구소장인 메멧 오즈는 그의 저서에서 이 같은 만성 탈수가 지속되면 비만, 혈액순환 장애, 노폐물로 인한 성인병, 세포 노화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연 우리가 마시는 음료는 몸이 필요로 하는 수분량을 충족시킬 수 없는 것일까. 순수한 물 없이 우리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래서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실험을 시작한 지 8시간째
몸에 특별한 변화는 없다. 언제나처럼 온몸에 활력이 넘친다. 기분은 상쾌했고 손에 든 아메리카노의 구수한 향기를 맡자니 콧노래까지 나왔다. 날 향해 싱긋 웃어주는 작가들에게 유쾌한 인사를 건네며 취재 차로 향하는 발걸음은 평소처럼 가벼웠다. 왠지 이 실험, 나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만 같다.

실험을 시작한 지 15시간째
해가 저물고 어둠이 깔린 시각. 하루 종일 전쟁 같던 취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취재 차 안에서 자꾸 고개가 떨어진다. 힘들었던 취재 때문이려니 생각하며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 순간, 손끝에서 느껴지는 이마의 뾰루지. 오랜 시간 분장을 못 지워서 화장독이 올랐나 싶었다. 피곤한 하루였지만, 아직까진 온몸에 힘이 넘친다. 하루를 마감하며 쓰디쓴 커피 한 잔을 삼켰다. 실험은 계속된다.

실험을 시작한 지 24시간째
어젯밤 하나였던 뾰루지는 2개로 늘었다. 새벽에 일어나니 눈 밑엔 다크서클이 생겼다. 생방송 진행을 위해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조간신문을 읽어 내려간다. 오늘따라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집중력 탓인가. 생방송이 시작되고 이상하게 목소리가 자꾸 갈라진다. 또다시 커피를 집어 든다. 헛기침이 계속된다. 생방송이 끝나고 사무실 구석 소파에 몸을 맡긴 채 잠이 들었다.

실험을 시작한 지 48시간째
몸에 변화가 느껴진다. ‘안 좋은 일 있느냐’는 주위 동료들의 걱정스런 질문이 반복된다. 충분한 잠을 잤건만, 온몸은 나른하고 신경이 예민하다. 화장실을 눈에 띄게 자주 가게 됐고, 그 때문에 일에 쉽게 집중이 안 된다. 무엇보다 갈증이 심하다. 마른침을 넘기느라 목젖은 분주하지만 목이 마르다. 아무리 커피를 마셔도 갈증이 채워지지 않는다. 뉴스를 읽기에 힘이 부친다. 이 실험 도저히 이어갈 수 없다. 제작진을 불렀다. 실험 중단을 선언했다.
1 일주일간 커피나 음료 대신 오로지 물만 마신 김진 기자. 실험 종료 후 혈액 검사를한 결과 혈구와 요비중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 물의 효능을 입증해주는 사진. 영국의 한 여성은 28일간 하루 3L의 물을 마신 후 안색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1 일주일간 커피나 음료 대신 오로지 물만 마신 김진 기자. 실험 종료 후 혈액 검사를한 결과 혈구와 요비중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 물의 효능을 입증해주는 사진. 영국의 한 여성은 28일간 하루 3L의 물을 마신 후 안색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당신은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무모한 호기심을 풀기 위해 물을 단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은 채 48시간을 버텨봤다. 위의 기록들은 실험 당시 내 몸의 변화를 기록한 실험 노트다 . 얼굴은 푸석해지고 뾰루지가 났으며, 신경은 예민해졌다. 몸이 나른해지며, 근육은 힘을 잃어가는 느낌. 그리고 화장실 출입 횟수가 눈에 띄게 늘었고 무엇보다 고통스러운 갈증이 뒤따랐다. 48시간 만에 에너지 넘치고 젠틀했던 한 남자는 완전히 다른 남자가 돼 있었다. 더욱 놀라운 건 실험 조건이었다. 생수를 입에 대지 않는 대신 평소 즐기는 커피를 마셨지만, 커피는 물을 대체할 수 없었다. 커피도 분명 액체이건만 왜 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걸까.
물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
“물에 뭔가 섞인 게 몸안에 들어오면 그것을 중화시키거나 내보내기 위해서 우리 몸은 물을 사용합니다. 음료수들은 다 뭔가 섞여 있어요. 설탕을 많이 넣었거나 아니면 카페인이 들어 있거나 하는 식이어서 신장에서 다 배설해야 되는 우리 몸의 짐으로 작용을 하죠. 배설하면서 물을 가지고 나간다는 단점도 있습니다.”(박현아 가정의학과 전문의) 즉, 커피나 음료는 순수한 물이 아니기 때문에 몸속의 대사 과정에서 그만큼의 수분을 사용한다는 말이다. 이 말이 사실일까. 우리는 매우 흥미로운 실험을 하기로 했다. 동일한 체격 조건의 남성 제작진 2명이 각각 동일한 메뉴의 식사를 한 후, 한 시간이 지나서 물 300ml를 각각 마셨다. 그리고 4시간 동안 이들을 지켜봤다. 두 사람 모두 두 차례 화장실을 다녀왔고, 조금은 변태스럽지만 두 사람의 소변을 각각 모아뒀다. 이튿날 역시 전날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식사 후, 한 시간이 지나서 이번엔 300ml의 커피를 마시게 했다. 그리고 역시 4시간 동안 이들을 지켜봤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두 남자는 전날보다 정확히 2배 더 화장실을 찾았고, 소변 양도 전날보다 각각 2.7배, 2.3배 더 많았다. 커피를 마셨을 때 이의 대사 과정에서 몸 밖으로 2배 이상의 수분을 내보낸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마신 커피의 양보다 2배 정도의 순수한 물을 마셔줘야 몸이 써버린 수분을 간신히 채울 수 있다.

점심 시간 서울 광화문 광장을 관찰해보면 식사 후 커피 한 잔씩을 손에 들고 각자의 회사로 복귀하는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다. 커피가 음료수 정도로 바뀔 뿐, 생수를 손에 든 모습은 드물다. 현대인의 생활 습관인 셈이다. 물을 잘 마시지 않는 현대인엔 필자도 포함된다. 물 끊는 실험으로 피폐해진 몸을 되돌리고자 또 한 가지 무모한 실험을 직접 몸에 실시하기로 했다. 실험 조건 하나, 하루 2L의 물을 꼬박꼬박 일주일 동안 마시기. 둘, 물 외에 커피 등 다른 음료는 일절 마시지 않기.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병원의 정밀 진단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필자를 포함한 7명의 성인 남녀는 일주일 동안 다른 음료를 끊고 물만 마셨을 뿐인데, 몸은 즉각적으로 변화했다. 우선 혈구 수 검사 결과다. 혈구는 혈액의 고체 성분을 말하는데, 이 혈구 수치로 체내의 수분이 충분한지 부족한지를 가늠할 수 있다. 혈구 수가 지나치게 많으면 체내에 수분이 부족하다는 경고 사인인 셈이다. 필자를 포함한 남자 3명 모두 혈구 수가 줄어들며 체내 수분량이 정상 수치로 회복됐고, 음료로 인해 과도한 수분이 소변을 통해 빠져나가는 요비중 수치 역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필자를 포함한 남성 실험자 셋 모두 체지방이 줄어들고 근육량이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여성의 경우 요비중 수치는 1명만이 감소했지만, 혈구 수에선 2명이 기준치에 가까워졌고 체지방은 3명이나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좋은 결과를 보였다. 평소보다 물만 자주 마셨을 뿐인데, 체지방이 감소하다니 놀라운 일이다.

“목마름을 느끼는 갈증 중추는 배고픔을 느끼는 식욕 중추에 비해 굉장히 약합니다. 그래서 우리 몸이 목이 마르다는 신호를 머리 쪽으로 보내면 식욕 중추에서 가로채 배고픔으로 착각하기 십상이죠. 그러면 음식을 먹게 되고 결국 비만이 심해지는 악순환에 빠집니다.”(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하루 적정 물 섭취량은 몸무게×0.03L
우리의 몸은 물을 원한다. 몸에서 단 1%의 물이 부족해도 갈증은 일어난다. 흔히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 입이 건조하고 목이 매우 마른 경우에는 2% 수분 부족 상태로 보면 된다. 만약 더 심각해져 물이 10% 부족하면 혼수상태, 20% 부족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물의 중요성을 말초적으로 즉각 느낄 수 있는 두 장의 사진이 여기 있다. 사진의 주인공은 영국에 사는 42세 여성 사라다. 두 장의 사진은 성형 전후의 모습이 아니다. 28일간 병원 의사의 처방으로 하루 3L의 물을 마신 후 변화된 모습의 사진이다. 피부의 상태와 안색이 크게 달라졌으며 무엇보다 ‘동안 얼굴’로 바뀌었다. 물은 체지방 감소뿐 아니라, 얼굴에도 변화를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물을 마시면 될까. 계산법은 간단하다. 각자 체중의 3% 물을 하루 동안 마셔주면 된다. 즉, 하루 내 몸에 필요한 물의 양은 자신의 몸무게×0.03L다. 필자의 몸무게가 80kg이니까, 80×0.03=2.4L. 하루에 2.4L씩 마셔주면 이러한 긍정적인 몸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값비싼 화장품도 아니고, 어려운 웨이트 트레이닝도 아니다. 이 글을 읽은 순간부터 물을 마셔보라. 건강하고 활력 있는 몸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진 기자가 알려주는 현미물 레시피
천연 미네랄워터를 비싼 돈 주고 구입해 마실 필요 없이 집에서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레시피를 제안한다.
1 미네랄이 풍부한 현미를 2시간 동안 물에 불린 후 프라이팬에 볶는다. 이때 중간불에서 현미 알이 노릇노릇 부풀 정도까지 볶아준다.
2 끓는 물에 볶은 현미를 넣고 2~3분간 끓인 후 10분 정도 우려낸다.
3 끓인 물위에 뜬 현미를 걷어내고 우러난 물만 따로 담는다. 천연 미네랄워터 완성.

글 · 김진 채널A ‘먹거리 X파일’ 진행자|사진 · 채널A 제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