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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한글편지에 담긴 ‘시대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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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한글편지에 담긴 ‘시대의 목소리’

김윤종기자 입력 2015-04-20 15:34수정 2015-04-2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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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관 나신걸(1461∼1524)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편지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 편지다.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안부를 그지없이 수없이 하네. 집에 가서 어머님이랑 아기랑 다 반가이 보고 가고자 하다가 장수가 혼자 (집에) 가시며 날 못 가게 하시니, 못 가서 다녀가지 못하네. 이런 서러운 일이 어디에 있꼬…. 분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울고 가네.”

편지의 주인공은 나신걸(1461~1524). 영안도(永安道·현 함경도) 경성에 군관(軍官)으로 지내던 그는 1490년 무렵 고향인 충청도 회덕에 가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한글 편지에 담아 부인 맹씨에게 보냈다. 2012년 5월 대전 유성구 금고동 안정 나씨 묘역에서 발견된 이 편지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 편지다.

국립한글박물관에서 21일부터 6월 7일까지 기획특별전 ‘한글 편지, 시대를 읽다’를 연다. 이번 전시에선 각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생활상과 언어문화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한글편지 100여점이 전시된다. 한글 편지는 임금은 물론 노비까지 주고 받았다.

“밤사이 평안하시었습니까? (궁에서) 나가실 제 내일 들어오옵소서 하였사온데 해창위(현종의 부마 오태주)를 만나 못 떠나셨습니까? 아무리 섭섭하셔도 내일 부디 들어오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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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이 1680년 즈음에 딸(숙종의 누이)의 집에 가 있는 어머니 명성황후에게 보낸 한글 편지다.

“올 도지는 작년에 거두어들이지 못한 것 합하여 여섯 섬을 반드시 하여야 되지. 또 흉악을 부리다가는 나도 분한 마음이 쌓인 지 오래니 큰일을 낼 것이니 알아라.”

양반 송규렴(1630~1709)이 노비 기축에게 밀린 도지(賭地·소작료)를 보내라고 경고하는 편지다.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학도병 이우근(서울 동성중)이 어머니에게 썼다가 부치지 못한 편지도 인상적이다.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10여 명은 될 것입니다.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가겠습니다.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또 쓰겠습니다. 안녕! 안녕! 아, 안녕은 아닙니다.”

이 편지는 1950년 8월 11일 포항여중 전투에서 전사한 이 군의 옷 속 수첩에서 발견됐다. 이 전투는 영화 ‘포화 속으로’(2010)의 소재가 됐다.

이밖에 추사 김정희, 선조, 효종, 현종, 정조가 쓴 한글 편지를 비롯해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는 우즈베키스탄 박율랴 씨가 유학 시절 한국어를 가르쳐 준 타슈켄트 세종학당 교사에게 보낸 감사의 편지 등도 전시된다. 한글박물관 박준호 연구사는 “가장 오래된 한글편지부터 디지털 편지까지 옴니버스식으로 조명했다”고 설명했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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