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나오면 말바꾸는 이완구 총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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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게이트/총리 거취 논란]“대선유세 안해”→“두번쯤 유세장 갔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후 내놓은 발언이 수시로 바뀌면서 말 바꾸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메모지에 이름만 언급된 상황에서 의혹을 씻기 위해 과도하게 자신과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관계를 부인하면서 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힌 셈이다. 초기 해명을 자신이 뒤집는 일이 자꾸 반복되자 이 총리 발언에 대한 신뢰도도 추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 “개인적 친분 없다”→“같은 당 의원 만남”

이 총리는 이 사건이 불거진 직후부터 줄곧 성 회장과 거리를 두면서 개인적 친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이 총리는 “(고인이) 검찰 수사가 총리 담화와 관련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오해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취임하기 이전부터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한 적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한 것이 불만을 사서 자신의 이름이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것이라는 식으로 해명했다.

하지만 14일 “(2013년 4월) 재·보궐선거 때 선거사무소에 가서 이 양반(이 총리)에게 3000만 원을 건넸다”는 성 회장의 인터뷰 내용이 보도되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2013년부터 2년간 성 회장의 일정을 기록한 문서에도 이 총리가 성 회장을 23차례나 만난 것으로 나온다.

이 총리는 뒤늦게 성 회장과 접촉이 있었던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개인적 문제를 갖고 속내를 털어놓을 관계는 아니었다”며 “원내대표 신분으로서, 같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같은 당 소속 의원을 만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 아니냐”고 해명했다.

○ 휴대전화기 대수도 오락가락

성 회장과 마지막 통화를 한 시점도 불투명하다. 이 총리는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성 회장이 숨지기) 5, 6일 전 통화했다”며 “나에게 서운한 감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3월 18일 경남기업 압수수색 이후 22일경 고인으로부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전화를 받았다”고 다른 시점을 말했다.

이 총리는 10일 통화에서 “(성 회장이) 다른 사람을 통해 전화를 걸어와 바꿔주면서 통화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통화 기록에선 다른 인물과 통화한 것으로 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자신의 휴대전화 개수에 대해서도 하루 만에 말이 바뀌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이 13일 대정부질문에서 “성 회장과 3월 22일 통화 이후에 진짜 문자나 전화가 없었느냐”고 묻자 “물론이다. 내가 쓰는 스마트폰은 한 대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다음 날인 14일에 “전화기가 두 대다. 하나는 기사와 쓰는 것이고 하나는 스마트폰이다”라고 말을 바꿨다.

○ 이 총리 “큰 틀에서 돈 받은 적 없다”

대정부질문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주 의원이 19대 총선 직전인 2012년 1월 충남 홍성에서 열린 이 총리의 출판기념회에서 성 회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자 이 총리는 “(성 회장이 참석한 것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2012년 대선 유세와 관련한 답변도 거짓 해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총리는 13일에는 “혈액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고 있어서 대선에 관여하지 못했다”며 “유세장에 한두 차례 갔지만 암 투병을 하고 있어 유세는 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대선 당시 충남 천안 유세에 나선 동영상이 공개되자 이 총리는 뒤늦게 “선거 전날과 12월 초순경에 유세장에 두 번 정도 부은 얼굴이 있는 상태로 갔던 것 이외에는 관여한 바 없다”고 말을 바꿨다. 변명도 궁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총리는 사소한 사실에 대해서는 뒤늦게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면서도 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완강하게 부인했다. 이 총리는 15일 대정부질문에서 “기억의 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큰 틀 내에서 그런 적(3000만 원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이완구#증거#성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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