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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다가만 찜질방 건물, 미술관으로 새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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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다가만 찜질방 건물, 미술관으로 새로 나다

손택균기자 입력 2015-04-15 03:00수정 2015-04-15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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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소다미술관 개관기념전 ‘RE: BORN’ 7월 12일까지
11일 오후 경기 화성시 소다미술관 중앙정원에서 방문객들이 개관 기획전 오프닝 공연을 즐기고 있다. 미술관 건물은 용도 폐기된 찜질방 벽체를 리모델링해 재활용 한 것. 공연이 열린 정원은 원래 벽돌로 쌓은 불가마가 놓였던 장소다. 화성=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아파트단지 진입로인데….’

11일 오후 경기 화성시 안녕동. 연락받은 주소를 찍은 내비게이션은 눈앞에 나타난 작은 삼거리 신호에서 좌회전을 지시했다. 이런 적막강산 주택가에 미술관을 열다니. 무슨 생각인 걸까. 하지만 울타리 안의 풍경은 바깥쪽과는 전혀 다른 활기를 띠고 있었다. 7월 12일까지 개관전 ‘RE: BORN’을 여는 소다미술관은 버려진 건물 뼈대를 공간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로 재활용해 새롭게 구성한 공간이다.

2007년 땅을 사들인 건축주는 찜질방 사업을 하고 싶었다. 2009년 공사를 시작했지만 1층 철근콘크리트 벽체와 천장 구조를 마무리한 상태에서 공사가 멈췄다. 찜질방 시장 성장세가 꺾여 완공 후 문을 열어 봤자 운영비 이상의 이익을 낼 수 있을지 불확실해진 것. 머뭇머뭇하는 동안 이곳은 금세 잡초 무성한 공터로 변했다.

리모델링 제안을 받은 권순엽 CINK건축설계사무소 대표는 반쯤 올려 놓은 기존 건물 구조를 싹 허물자는 요청에 대해 살짝 방향 튼 제안을 내놓았다. “찜질방과 대형 목욕탕의 공간 형태를 그대로 살린 미술관을 지어 보자”는 의견을 듣고 난 건축주는 아예 완공 후 운영 책임을 권 대표와 그의 아내 장동선 관장에게 맡겼다.

완성된 공간은 특출하지 않지만 흥미롭다. 여럿이서 대형 찜질방이나 사우나에 가본 경험을 돌이키며 찬찬히 살피면서 이동하면 재미있다. 차를 몰고 들어선 출입구 쪽 널찍한 옥외주차장 공간은 설치조각 작품과 카페테리아 테이블이 놓인 햇볕 쨍쨍한 잔디 정원이 됐다. 입장하는 손님에게 마른수건과 열쇠를 내줬을 카운터 자리는 카페와 소품 가게로 꾸몄다.

입구 오른쪽 야트막한 계단을 올라 ‘탕’ 공간으로 들어가 보니 움푹움푹 꺼진 녹차탕 재스민탕 맥반석탕의 뼈대가 그대로 전시실 동선에 관입돼 있다. 탕 바닥이었을 곳에는 옹기종기 플라스틱 목욕의자를 늘어놓았다. 전시를 둘러보다 하나 쓱 끌어와 깔고 앉아 잠시 쉬어도 그만이다. 장 관장은 “큼지막한 전창 옆에 놓아 일광욕과 목욕을 함께 즐기고자 했던 코너 욕조 공간에는 바 테이블을 배치해 여유롭게 커피도 즐길 수 있게 했다. 정식 오픈 전 이곳을 찾은 주민들이 서로 먼저 앉으려 경쟁한 명당자리”라고 말했다.

차재영 씨의 설치작품 ‘Journey#(Moment#)’. 천과 페인트 통을 엮어 분홍 구름 덩어리가 쏟아지는 듯한 이미지를 구성했다. 소다미술관 제공
반대쪽 탕 공간은 천장 슬래브를 걷어내 벽체가 고스란히 외부에 드러나도록 했다. 이 미로 같은 공간은 사내아이들의 완벽한 숨바꼭질 놀이터다. 틈새마다 작가들의 설치 작품을 슬쩍 감춰 놓듯 전시해 놓았다. 벽 사이사이 바닥에 깔린 벽돌은 짓다 만 불가마를 뜯어 재활용한 것이다. 2층에는 컨테이너 3개를 올려 각각 계단실, 전시 공간, 세미나실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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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전에 참여한 건축가 90여 명은 미술관 측 요청을 받고 ‘실현되지 못한 미완성 프로젝트’ 이미지 파일을 하나씩 보내왔다. 장 관장은 이것을 방수 천에 프린트해 세탁소에서 쓰는 철사옷걸이에 걸어 전시했다. 널어놓은 천은 전시 종료 후 가방으로 제작해 판매할 계획이다. 070-8915-9125

화성=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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