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흥행 내다보는 용한 방법이 있다고? 얼마나 잘 맞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4일 15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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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엔 흥행을 내다보는 용한 점쟁이가 있다?

영화 관계자라면 귀가 쫑긋해질 터. 왜 아니겠는가. 큰 돈이 걸린 일인데. 과욕이건 엄살이건 “손익분기점만 넘기고 싶다”는 소릴 개봉 때마다 듣는다.

그런 뜻에서 이달 초 열린 ‘2015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은 업계의 관심 모을 만 한 자리였다. 국내 최대 극장 망을 가진 CGV가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통한 구체적인 흥행 전망 방법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CGV는 영화의 개봉 지역, 스크린 숫자나 시간대 역시 이에 따라 결정한다. ‘며느리도 모른다’던 영화 흥행은 어떤 식으로 예측이 가능할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입소문이 답

CGV가 국내 최초로 멀티플렉스를 개관한 건 17년 전인 1998년. 그만큼 데이터도, 노하우도 쌓았다.

큰 줄기만 보면 산정 방식은 복잡하지 않다. 1월 개봉한 영화 ‘테이큰3’를 예로 들어보자. 먼저 과거 유사작품 3편을 골라 관객 수를 합산한다. ‘테이큰3’의 경우 주인공 리암 니슨이 출연했던 테이큰 시리즈 두 편과 역시 니슨이 주연한 액션영화 ‘논스톱’(지난해 2월 개봉)이 유사 작품으로 뽑혔다. 여기에 △내용/감독/캐스팅 △시즌 수요 △경쟁작 상황 △예매 수량 △관객 의향(인지도 등) △시사 반응 등에 따라 관객 수를 더하거나 뺀다. 최종적으로 배급사와 의견을 조율한 뒤 3으로 나눠 평균을 낸다. 테이큰3는 인지도 등에선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당시 ‘국제시장’이란 경쟁작이 강했다. CGV의 최종 예상 수치는 200만 명. 실제 관객은 200만6500여 명이 들었다.

여기에 개봉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NPS(순수 추천 고객 지수)’가 흥행을 진단하는데 요긴하다. 흔히 ‘입소문 고객 지수’라 불리는데, 쉽게 말해 이 영화를 SNS에서 얼마나 추천하는가를 계량화한다. 2월 11일 개봉했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시’(13일 기준 602만여 명)의 NPS는 26.8%로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같은 날 개봉한 ‘7번째 아들’(9만여 명)는 -64.5%였다. CGV리서치센터의 이승원 팀장은 “최근 영화계에서 가장 싫어하는 말은 ‘핵노잼(진짜 재미없다는 뜻의 신조어)’라며 ”SNS에서 이 딱지가 붙으면 흥행에 큰 타격을 미친다“고 말했다.


●효율적 안배인가 짜여진 결론인가


CGV에 따르면 이런 예측은 대략 10편 가운데 7,8편은 들어맞는다. 허나 반대로 보면 20~30%는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단 얘기다.

포럼 공개 자료엔 결과와 어긋나는 경우가 상당하다. 2013년 ‘미스터 고’는 700만 명을 예상했으나 약 133만 명만 극장을 찾았다. 올해 180만 명을 기대했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겨우 36만 명을 넘겼다. 반대로 예상보다 더 많이 든 사례도 많다. 지난해 ‘비긴 어게인’은 30만 명 급 영화라고 판단했지만 10배가 넘는 약 343만 명이 들었다. 지금도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킹스맨…’는 당초 200만 명을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예측 과정에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 제작사 대표는 ”기준의 핵심인 ‘과거 유사작품’을 어떤 작품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2009년 ‘하모니’와 2012년 ‘7번방의 선물’은 둘 다 교도소가 무대인 가족영화지만 각각 302만, 1281만 명으로 차이가 크다.

영화관은 예측치를 바탕으로 지역별 시간대별 수요를 감안해 극장 편성을 결정한다. 하지만 이런 예측치가 잘 될 작품 위주로 스크린을 몰아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평론가는 ”편성은 관객의 ‘관람권’과 직결된 문제“라며 ”상당수가 왜 요즘 볼 영화가 없다고 느끼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고 말했다. CGV 측은 ”효율성만큼 다양성도 고려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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