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포기 없인 생존불가… 北이 몸으로 느끼게 만들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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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외교안보 점검/7대 제언]
2년간 대외정책 3대 문제점
● 모호성 전략… 신속한 대응 못해
● 성과 없이 구호에 그친 비전 제시
● 국민에게 정책 설명할 통로 부재

《 동아일보와 아산정책연구원은 집권 3년 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의 대외 정책에 대한 정책 제안서를 마련했다. 지난 2년간의 정책을 분석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남은 집권 기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남북관계 및 외교안보 정책 과제들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다. 동아일보와 아산정책연구원은 이를 위해 3차례에 걸쳐 회의를 했고 종합 토론을 통해 7대 제언을 확정했다. 》  
박근혜 정부 2년의 대외 정책에 대과(大過)는 없었지만 국민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핵심 안보 현안인 북핵 문제 해결엔 진척이 없고 북한의 핵 능력은 오히려 강화됐다. 한일관계는 최악이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고수하는 정부의 모습도 미덥지 않다. 세 가지 근본 원인을 꼽아 봤다.

첫째, 정부는 활발한 대미, 대중 정상 외교를 통해 단기적으로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미일, 미중, 중일 관계에서 발생하는 변화의 큰 흐름을 신속히 포착하고 전략적 함의를 읽어내 정책에 반영하지 못했다.

둘째, 비전을 정책과 행동으로 현실화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당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구상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정책으로 옮기는 데는 미흡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당사자인 북한의 호응은 없고,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구현할 수 있는 외교적 기반도 마련되지 못했다. 구체성 없는 외교안보 비전에 국민의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셋째, 외교안보 컨트롤타워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주요 외교안보 정책 사안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통로가 없다. 대통령과 참모 간 소통이 안 되고 권한 위임도 불분명해 대통령의 뜻을 책임 있게 대변하거나, 정부의 정책을 자신 있게 설명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로 이원화된 청와대의 외교안보 시스템은 의사결정과 정책조율 과정을 복잡하게 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① 中-日과 현안 풀 열쇠는 한미동맹 강화

한국 외교의 최대 자산인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적극 활용해야 한다. 최근 정세에서 그 필요성은 더 커져 가고 있다.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로 한국을 압박하며 동맹의 균열을 노리고, 일본은 역사 문제로 한미동맹에 상처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을 신속히 해소하고 동북아의 새로운 정세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한미동맹이 강화되면 일본과의 현안 해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의 압박도 한미동맹 강화로 대응해야 한다. 강한 한미동맹은 한국이 주변국에 당당한 외교를 펴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한국은 한미연합방위체제를 더 공고히 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안보체제에 대한 기여를 늘려야 한다. 미국이 희망하는 한일, 한미일 3자 안보 협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도 동맹의 내실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 강화도 한미동맹이 공고한 틀에서 이뤄져야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한미동맹이 흔들리면 동북아 내 한국의 입지는 취약해진다.  
② 비핵화 압박-대화 우선순위 분명하게

북한 비핵화는 가장 중요한 안보 현안이다. 대화와 협상이라는 ‘외교적 접근’만으로는 비핵화 달성이 어렵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는지를 파악하거나 확인하는 데 집중하는 것 또한 의미가 없다. 북한이 ‘핵-경제 병진 정책’을 지속할수록 비용과 고통이 가중된다는 점을 실감하게 만드는 ‘반(反)병진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 정권이 핵과 정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을 만큼 적극적으로 경제적 군사적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  
③ 남북 채널 유지하되 끌려가지 말아야

북한과의 대화에 연연하는 정책을 펴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남북 대화를 재개하고 관계를 진전시켜 임기 내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잡혀 있는 듯하다. 남북정상회담을 만능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고, 북한에 대한 금단현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대화에 집착할수록 우리의 협상 입지는 약화되고 대화의 목적도 훼손된다. 북한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 대화에 나오도록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 다만 남북 당국 간 비공개 대화채널 유지는 필요하다고 본다.  
④ 北 주민생활 지원정책, 더 적극적으로

드레스덴 선언에서 강조한 원칙에 따라 대(對)북한 주민 정책을 더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5·24 조치의 기본 틀을 유지하는 가운데 인적교류 제한에 대한 규제를 풀고 북한 주민의 삶을 실제로 개선시킬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과 국군포로 송환에 호응하는 대가로 이산가족의 직계 북한 주민에게는 식량을, 당국에는 비료를 지원하는 안을 북측에 제안해 볼 수 있다. 대북지원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면서 북한이 우리의 요구에 응하는 만큼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연계 정책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북한 주민에 대한 보건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⑤ ‘강한 군대’ 만들 마스터플랜 마련하라

현재의 안보상황을 고려할 때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는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연기 결정은 우리의 안보를 미국에만 의존하는 도덕적 해이를 야기해 국방 태세를 약화시킬 수 있다. 전작권 전환 연기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근본적인 답이 될 수 없다. 정부는 전작권 전환 이후를 목표로 핵심 국방 전략 방향과 구체적 계획을 담은 포괄적 국방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방비도 늘려야 한다. 사드 배치 문제는 한미 동맹의 전반적인 고려와 대북 억지력 제고의 틀에서 볼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이 사드를 배치하면 주둔 여건이 더욱 안정돼 한미연합 방위체계가 한층 강화될 것이다.  
⑥ 한일협력-과거사 분리로 출구 찾아야

역사 문제 해결과는 별개로 필요한 한일 협력에는 나서야 한다. 북한의 핵 위협 하나만으로도 양국 간엔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무역 역조, 재일 한국인 지방 참정권 문제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은 많다. 위안부 문제가 미해결 상태라 하더라도 한일 관계에서 어떻게 국익을 추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적 고민을 해야 한다. 아베 정권의 퇴행적 과거사 인식과 우경화는 꾸준히 비판해야 하지만 동시에 한일 관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일본의 과거사 반성도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진정한 사과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양국이 주고받을 점을 명확히 해 해결로 이끌어 가야 한다.  
⑦ 정책 혼선 없게 컨트롤타워 재정비를

정책은 국민이 공감해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남북 및 외교안보 정책도 국민 지지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정부는 전략에 대한 대국민 설명 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믿고 지지해 달라’는 메시지만 반복해 국민의 의구심과 불안감이 증폭됐다. 청와대 내부의 컨트롤 타워를 일원화해 책임자 1인이 대통령과 매일 소통할 수 있어야 하며 이 책임자는 적절하게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지금의 의사결정 구조로는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알 수 없고, 내부적으로도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정 기능이 약하다. 그러다 보니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외부로 내보내는 목소리도 신뢰도가 낮아진다.

7대 제언 토론 참석자 명단

아산정책연구원 △함재봉 원장 △천영우 고문(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외교안보센터 △최강 부원장 △봉영식 선임연구위원 ▽글로벌거버넌스센터 △신창훈 연구위원 △박지영 연구위원 ▽지역연구센터 △제임스 김 연구위원 △김한권 연구위원 △장지향 연구위원 ▽여론계량분석센터 △고명현 연구위원 △안성규 편집전문위원 △이성원 연구원

동아일보 ▽정치부 △하태원 차장 △조숭호 기자

정리=하태원 triplets@donga.com·조숭호 기자
#북한#핵포기#외교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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