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의 스포츠 뒤집기]골프 유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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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내 이름은 골프다. 채널A 카메라 테스트 때 ‘꼴프’라고 발음했다가 혼났다. 그런데 골프채널 보니 버젓이 ‘꼴프’라고 하던 그 골프다. 스포츠를 ‘쓰포츠’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뭘 그리 잘못했는지. 누군가 틈만 나면 시비를 걸어온다.

이래봬도 나는 대한체육회 정회원이다. 내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선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부활한다. 우리나라에선 야구, 축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메이저 종목이다. 나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 500만 명이다. 사람들은 연간 30조 원을 쓴다. 미국 일본에 이어 3위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즐기고, 기꺼이 지갑을 여는 스포츠가 몇이나 될까. 자화자찬 같아 머쓱하지만 최고의 생활스포츠이자 스포츠산업이다.

사람들은 타이거 우즈의 스팅어샷과 박세리의 맨발에 열광한다. 끼리끼리 모이면 온통 내 얘기다. 그런데도 정작 나와 정면으로 맞닥뜨리면 악의 축이라도 되는 양 손사래를 친다. 지난달 대통령이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10월 프레지던츠컵(미국과 인터내셔널팀 간의 남자 프로골프 대항전)을 앞두고 골프 활성화 얘기를 꺼냈다가 융단 폭격을 맞았다. 최근엔 경남도지사가 미국 출장 때 평일에 골프를 쳤다고 난리가 났다. 지지율이 약간 떨어지니까 나 때문이란 분석까지 나왔다.

묻고 싶다. 만약 경남도지사가 테니스를 쳤어도 논란이 됐을까. 아차, 테니스는 적절한 비유가 아니다. 지난 정권 때 황제 테니스란 신조어가 생겼으니 말이다. 나만큼은 아니지만 테니스도 비슷한 처지다. 여하튼 다른 ‘건전한’ 운동을 했어도 그렇게 됐을까. 나를 비즈니스 수단으로 활용한 것 자체가 문제라면, 같은 논리로 앞으로 평일에는 차도 마시지 말고 신상 잡담도 생략하고 업무 얘기만 해야 될 것이다.

물론 내가 전혀 흠결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요즘 이렇게 말하는 이는 드물지만 예전에는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불렸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특별소비세 때문에 비싸다며 귀족 스포츠라고도 했다. 몇 년 전에는 전기 많이 쓴다고 야간 금지령까지 내려졌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선 할 말이 많다. 쓸데없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한마디만 하자. 나를 국가 성장의 동력인 산업으로 인정하는가. 동의한다면 앞의 문제들은 다른 산업과 공평하게 득실을 따져봐야 할 것이다.

결국 나를 음해하는 진짜 이유는 접대, 권력, 부패, 도박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이 자리를 빌려 단호하게 얘기한다. 이런 단어들은 나와는 직접 상관이 없는 검색어들이다. 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나를 이용하는 사람이 문제다. 경남도지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태극낭자들은 세계 골프계를 이미 접수했다. 내년 올림픽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남자 골프는 프레지던츠컵을 계기로 한 단계 도약할 것이다. 할 일이 태산이다. 제발 골프는 골프로만 봐주시길….

장환수 스포츠 전문기자 zangpabo@donga.com
#골프#꼴프#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경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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