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문 못 닫을 정도 숨이 ‘턱턱’… 무료버스에는 6∼10명만 타 ‘텅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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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9호선 연장구간 개통뒤 첫 출근길, 곳곳 큰 혼잡

서울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 개통 후 첫 출근일인 30일 오전 염창역에서 승객들이 힘겹게 열차에 오르자 안전요원들이 뒤에서 밀고
 있다(위쪽 사진). 출근시간 큰 혼잡을 빚은 지하철 9호선과 달리 서울시가 마련한 무료 직행버스는 이용객이 거의 없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전영한 scoopjyh@donga.com·박영대 기자
서울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 개통 후 첫 출근일인 30일 오전 염창역에서 승객들이 힘겹게 열차에 오르자 안전요원들이 뒤에서 밀고 있다(위쪽 사진). 출근시간 큰 혼잡을 빚은 지하철 9호선과 달리 서울시가 마련한 무료 직행버스는 이용객이 거의 없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전영한 scoopjyh@donga.com·박영대 기자
서울 강서구에서 강남으로 출근하는 회사원 박태섭 씨(42)는 30일 ‘연어족(族)’이 됐다. 이날 박 씨는 지하철 9호선 등촌역에서 강남행 대신 종점행(개화역) 열차를 타고 2개 역을 거슬러 가양역으로 향했다. 열차를 기다리던 그는 “집 근처 역에서는 도저히 급행열차를 탈 수 없을 것 같아 반대 방향으로 올라왔다. 광역버스 입석 금지 때 종점까지 가서 버스를 탄 승객들 심정이 이해가 된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서울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신논현역∼종합운동장역 4.5km 구간) 개통 후 첫 평일 출근날이었던 이날 우려했던 안전사고는 없었지만 승객이 늘어날 것을 예상하고도 증차 등 대비책을 세우지 않은 탓에 곳곳에서 큰 혼잡이 발생했다.

지하철 승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오전 7시 30분경 가양역 승강장에서 만난 일본인 고등학생 야스다 세라 양(18)은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1년째 9호선을 타지만 사람에게 밀려 열차를 보낸 건 오늘이 처음”이라며 황당해했다. 시운전 때 출근시간 혼잡도가 237%에 달했던 염창역에서는 출입문 개폐조차 쉽지 않았다. 1분 1초가 아쉬운 시민들은 지푸라기 잡듯 문에 매달렸고 그때마다 열차 출발이 지연됐다. 보다 못한 한 남성이 승객들을 안으로 밀어 넣자 “가방이 끼었다” “팔 좀 치워 달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상당수 시민은 박 씨처럼 ‘연어족’이 되거나 출근시간을 앞당긴 ‘얼리 버드’를 선택했다. 당산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는 유정임 씨(53·여)도 평소보다 50분가량 출근을 서둘렀다. 유 씨는 “일찍 나왔는데도 지하철을 놓쳤다. 대책 없는 노선 연장이 반갑지 않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날 첫차부터 오전 9시까지 지하철 9호선 이용객은 전주 대비 4132명(3.6%)이 늘었다.

서울시가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무상 버스’ 카드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이날 서울시는 김포공항역 가양역 염창역에서 여의도까지 직행하는 버스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15분 간격으로 무료 운행했다. 또 가양∼여의도역 급행버스 8663번을 증차해 배차 간격을 2∼3분으로 줄였다.

하지만 대부분 시민은 버스 운행 사실을 모르거나 이용을 꺼렸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7시 50분경 가양동에서 출발한 8663번 버스 탑승객은 6명이 전부였다. 신설된 직행버스의 평균 승객은 가양역 7명, 염창역 10명에 불과했다. 직장인 김모 씨(27)는 “급행열차를 타면 여의도까지 10분이면 가는데 버스는 30분 이상 걸리고 차가 막힐 수도 있어 타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앞으로 출근시간 조정 등에 따른 승객 분산 효과가 사라지면 9호선 혼잡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승객들은 “급행열차를 더 편성하거나 객차 수를 늘려 달라”고 요구하지만 서울시는 “증차는 내년 9월에나 가능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당산역에서 이날 상황을 총괄한 이창학 서울시 문화체육관광본부장은 “무료 버스 이용을 적극 알려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출근#9호선#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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