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R&D로 돌파”… 해외시장 뚫는 强小협력사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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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에 납품을 하면서도 공격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전문화, 국제화, 대형화를 이뤄낸 협력사도 많다.

정밀 절삭공구 제조업체인 와이지원은 ‘엔드밀’ 분야에서 세계 1위다. 1분에 3만 번씩 도는 엔드밀은 자동차, 스마트폰, 항공기 등에 들어가는 정교한 부품을 깎는 데 쓰여 초정밀성, 내구성 등을 모두 갖춰야 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삼성테크윈, ‘아이폰’을 만드는 폭스콘 등의 협력사인 와이지원은 지난해 경기 부진 속에서도 매출은 6.1% 증가한 2976억 원, 영업이익은 41.8% 증가한 317억 원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은 10.7%에 달했다.

이미 매출의 75%가 수출에서 나오는 와이지원은 지난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에 1500m² 규모의 테크센터를 세웠다. 송호근 와이지원 회장은 “샬럿 테크센터에서는 항공기 동체와 엔진을 절삭하는 엔드밀 등 특수 공구를 집중적으로 연구개발한다”며 “이를 통해 보잉과 록히드 등에 납품물량을 확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중소기업이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고 안주하려고 해서는 강자가 될 수 없다”며 “강자가 되면 자연히 납품가격도 잘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크루셜텍은 블랙베리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광학 마우스(OTP)로 한때 매출이 크게 늘었다. 크루셜텍은 당시 OTP를 HTC, 삼성전자, LG전자 등에도 납품하며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기술의 트렌드가 풀터치 스마트폰으로 바뀌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그러나 크루셜텍은 8년 전부터 총 700억 원을 투자해 개발한 지문인식 모듈(BTP)로 돌파구를 찾았다. BTP는 OTP에 지문인식 기능을 더한 장치로 스마트폰 잠금 및 해제, 본인인증, 결제 등 기능을 실행할 수 있다. 현재 크루셜텍은 지문인식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삼성전자와 애플 외에 후지쓰, HTC, 화웨이, 오포 등에 납품하며 수출처를 확대하고 있다.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는 “매출액의 약 10%를 꾸준히 R&D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들은 아무리 새로운 제품, 새로운 시장, 새로운 역량(기술)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이것들이 언젠가는 모두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 된다는 ‘제품과 시장, 역량의 3대 저주’를 피할 수 없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실제 사업화가 가능한 R&D에 역량을 꾸준히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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