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6·25 포로송환 관심에서 출발… 평화협정 못이룬 ‘현체제’ 분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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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체제의 기원/김학재 지음/708쪽·2만7000원·후마니타스

6·25전쟁은 왜 군사적 실무 차원의 정전협상으로 종식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았을까. 이 책은 이런 질문을 두고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주의 국제법 질서가 구축된 것과 관련을 짓는 것이다.

이는 6·25전쟁의 논쟁거리 중 하나이던 ‘내전이냐 국가 간 전쟁이냐’는 틀과는 다른 접근이다. 저자는 외부 개입 정당성 논쟁의 핵심이던 미국과 소련의 개입 대신 유엔의 개입이라는 방식으로 풀어낸다. 기존 냉전 연구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다. 6·25전쟁이 유엔 설립 이후 집단적 자기방어 원칙을 적용해 전면적인 무력 개입을 결정한 최초의 전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유엔 헌장 내부의 두 가지 이질적인 원칙이 충돌했다고 본다. 유엔이 국제평화에 대한 위반이 발생하면 개입할 수 있다는 새로운 20세기적 원칙과 주권국가 내부 사안에 대한 개입 금지라는 전통적인 근대적 원칙 얘기다. 그런 점에서 두 원칙의 충돌은 6·25전쟁의 성격을 둘러싼 논쟁의 근원이 됐고 국제법적인 논란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책을 쓴 동기는 6·25전쟁 포로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포로 개인에게 송환 의사를 묻고 동의할 경우에만 본국으로 보내는 ‘자원 송환 원칙’이 공식적으로 적용된 최초의 사례였다고 한다. 유례가 없는 자원 송환 원칙을 연구하다 보니 자연스레 6·25전쟁을 종식시킨 ‘판문점 체제’로 관심이 기울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못한 이유는 이미 명확하다. 어느 쪽도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했고 한국을 전쟁 당사자에서 제외하려는 북한 때문에 평화협정 논의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접근법을 제시하려다가 쉬운 문제를 어렵게 풀어낸 건 아닐까.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판문점 체제의 기원#6·25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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