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전직 대법관에 “변호사 개업 철회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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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 근절이냐, 직업선택의 자유냐 논란
변협 “대법관출신, 사익 취해선 안돼”… 차한성 前대법관 “공익활동에 주력”

변호사 개업을 하려는 전직 대법관을 변호사단체 수장이 찾아가 만류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대한변호사협회 하창우 회장(61)은 19일 퇴임한 지 1년 만에 개업 신고서를 낸 차한성 전 대법관(61)과 1시간 넘게 만나 “변호사 개업을 하지 말아 달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차 전 대법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자진 철회를 권고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대한변협은 성명서에서 “최고 법관을 지낸 분은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는 것이 세계적인 경향”이라며 “대법관 퇴임자는 변호사 개업을 통해 사익을 취할 것이 아니라 최고 법관 출신으로서 국민에게 봉사하고 사회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회장은 “차 전 대법관이 (전관예우 위험이 있는) 상고 사건 수임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며 성명서를 낸 이유를 설명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차 전 대법관은 18일 서울변호사회에 변호사 개업 신고서를 제출했다. 같은 날 오후 늦게 서울변호사회에서 개업 신고 사실을 통보받은 대한변협은 이튿날 오전 11시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모았다.

하 회장은 올해 1월 협회장 당선과 동시에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 등록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차 전 대법관은 하 회장의 임기가 시작되기 전인 2월 9일 전임 집행부에 등록을 마쳤다. 개업 신고는 ‘신고제’이기 때문에 당사자의 자진 철회 외에 변협 규정상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강제로 개업을 막을 방도는 없다.

차 전 대법관은 앞으로 법무법인 태평양의 공익재단인 ‘동천’의 차기 이사장을 맡을 예정이다. 동천의 현 이사장은 태평양 설립자 중 한 명인 이정훈 대표변호사다. 차 전 대법관은 지난해 3월 퇴임 이후 임명된 영남대 로스쿨 석좌교수 계약기간이 최근 연장돼 강의도 병행할 계획이다.

차 전 대법관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공익활동을 위해 영입 제의를 수락했는데 진의가 잘 전달된 것 같지 않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재단이 수행하는 공익소송에 주력하고 상당 기간 수임도 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대한변협의 방침에 대해 반기는 사람도 있지만 비판도 만만치 않다. 한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대법관 출신도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는데 변협이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며 “소송을 하면 100% 변협이 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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