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 뚝딱? 금나오는 뚝딱! 3조 도시락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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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업계-편의점 이어 백화점-전통시장까지 가세

유명 모델을 기용한 편의점 도시락 제품들. GS25의 ‘김혜자 도시락’과 ‘홍석천 도시락’, 세븐일레븐의 ‘혜리 도시락’(왼쪽부터). 각 업체 제공
유명 모델을 기용한 편의점 도시락 제품들. GS25의 ‘김혜자 도시락’과 ‘홍석천 도시락’, 세븐일레븐의 ‘혜리 도시락’(왼쪽부터). 각 업체 제공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선유로 롯데중앙연구소. 흰색 가운을 입은 가정간편식(HMR) 파트 연구원들이 도시락 앞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은 닭다리살, 소시지, 계란말이 등 7가지 반찬을 넣은 ‘7찬 도시락’과 얇게 저민 소고기를 간장양념에 재웠다 구운 ‘직화 소고기 덮밥’ 등 신제품 시판을 하루 앞두고 최종 점검 중이었다.

롯데그룹 계열의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이들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요즘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4인조 아이돌 그룹 ‘걸스데이’의 멤버 혜리를 모델로 기용했다. 김태우 롯데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세븐일레븐이 톱스타를 도시락 광고모델로 선택한 것은 처음”이라며 “도시락을 즐겨 먹는 20∼40대 남성들을 겨냥해 ‘여동생이 싸주는 도시락’을 테마로 잡았다”고 말했다.

○ 日서 ‘밥 소믈리에’ 자격증 따오기도

싼 가격에 대충 끼니를 때우는 용도 정도로 여겨졌던 도시락이 최근 유통 및 외식업계에서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편의점은 물론이고 백화점과 대형마트, 심지어 전통시장까지 ‘도시락 전쟁’에 가세했다.

이들은 도시락을 ‘신성장동력’으로 삼는 분위기다. 특히 도시락 경쟁이 치열한 편의점 업계는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처럼 톱 모델을 기용하며 이른바 ‘연예인 브랜드 도시락’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김혜자 도시락’을 내놓았던 GS25는 올 1월 퓨전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배우 홍석천과 함께 퓨전 음식을 테마로 한 ‘홍석천 도시락’을 시판했다. GS25 관계자는 “지난해 도시락 제품의 성장률이 80%를 넘었을 정도로 성장세가 폭발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편의점 업체들은 제품 연구개발(R&D)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밥맛이 뛰어난 도시락’을 만들기 위해 연구원 6명에게 일본에서 ‘밥 소믈리에(밥 감정사)’ 자격증을 따도록 했다. GS25에서는 국내 특1급 호텔 출신의 요리사 5명이 일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서도 도시락 제품이나 매장이 필수가 됐다.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남대문로 롯데백화점 본점에 입점한 미국의 중식(中食) 도시락 프랜차이즈 브랜드 ‘판다익스프레스’는 현재 월 매출 규모가 1억5000만 원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통인시장 등 일부 전통 시장은 반찬 가게들과 연계해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반찬을 골라 담을 수 있도록 한 ‘뷔페형 도시락’ 매장을 만들어 인기몰이 중이다.

○ 매출규모 매년 두자릿수 이상 성장


이렇게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도시락 매출 규모도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도시락 시장 규모가 약 2조5000억 원(매출액 기준) 정도인 것으로 추정한다. 유통업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시장의 규모가 3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2013년 전체 치킨시장 규모(3조1000억 원)에 육박한다.

오세조 연세대 교수(경영학)는 “1인 가구나 맞벌이 가정의 증가 등 인구 구조의 변화, 개인주의로 인해 나타난 ‘혼자 밥 먹기’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도시락 시장이 건강식 등 고급형 상품이나 채식 도시락 등 특화상품으로 더욱 세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글로벌프랜차이즈학과장은 “도시락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치킨처럼 ‘스테디셀러’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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