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 멘 연극인들 “28년 역사 ‘대학로극장’ 살려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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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인상 요구에 폐관 위기
대형극장에 밀려 소극장 설땅 잃어… 2014년 146곳 중 4곳 문닫아
“실질적 지원대책 필요” 목소리

“소극장이 죽어갑니다” 1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연극인들이 꽃상여를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대학로극장이 폐관 위기에 처하자 이날 인근 소극장에서 활동하는 연극인 100여 명이 “연극인은 죽었다”며 거리로 나섰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소극장이 죽어갑니다” 1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연극인들이 꽃상여를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대학로극장이 폐관 위기에 처하자 이날 인근 소극장에서 활동하는 연극인 100여 명이 “연극인은 죽었다”며 거리로 나섰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소극장이 몰려 있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11일 꽃상여가 등장했다. ‘피와 땀이 서린 곳, 소극장 살려라’는 문구가 적힌 검은 만장(輓章) 뒤로 연극인 100여 명이 무리 지어 걸었다. “문화융성 대학로, 오늘부로 죽었다”는 날 선 구호가 반복됐다.

연극인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대학로 소극장의 상징과도 같은 ‘대학로극장’이 28년 만에 폐관 위기에 처한 탓이다. 1987년 6월 문을 연 대학로극장은 대학로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소극장. 연극 ‘불 좀 꺼주세요’ ‘관객모독’ 등을 공연한 곳이다.

소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점차 줄어드는데 임대료는 오르면서 대학로극장도 위기에 빠졌다. 정재진 대학로극장 대표는 11일 “건물주가 다음 달부터 임대료를 월 340만 원에서 440만 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는데 극장 수입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자리를 비우라는 최후통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모든 민간극장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것”이라는 정 대표의 말처럼 다른 소극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기업, 대학 등 대형 자본들이 대학로에 500∼1000석 규모의 큰 극장을 개관하다 보니 관객은 소극장을 외면하게 됐다는 것. 반면 건물주들은 대형 극장의 유입으로 상권이 커지자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며 소극장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한국소극장협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대학로 소극장 146곳 중 4곳이 문을 닫았다.

연극인의 공통된 요구는 임대료 보전, 보조금 지원 등 실질적인 금전적 지원이다. 2004년 서울시가 지정한 ‘대학로 문화지구’는 대학로 홍보 및 시설 정비에 집중돼 있을 뿐 연극인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대학로극장 측은 향후 서울시를 방문해 국가 차원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방침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연극인#소극장#대학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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