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아마존의 미소에 국내 출판계 바짝 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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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 아마존은 이르면 올해 ‘킨들 스토어’를 한국에 설립해 국내 출판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DB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 아마존은 이르면 올해 ‘킨들 스토어’를 한국에 설립해 국내 출판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DB

죽느냐 사느냐.

최근 출판계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해 글로벌 전자상거래와 정보통신기술 업계를 장악한 ‘아마존’의 국내 출판계 진출이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지난달부터 전자상거래 부문 한국지사를 설립하고 직원을 채용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 “나 떨고 있냐”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

동아일보 취재팀이 최근 아마존 본사와 한국 지사에 문의했으나 명확한 진입 시점은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내 대형서점, 출판사 종사자 15명에게 ‘아마존 진입 시기와 파장’을 전화로 설문한 결과 이들은 ‘이르면 올해, 최소한 내년’에는 아마존이 국내 출판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전자책(e북) 분야에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내 아마존 전자책 단말기인 ‘킨들’ 스토어가 국내에 설립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아마존은 2013년 인도, 브라질, 멕시코, 호주 진출을 선언하면서 킨들부터 염가로 공급했다. 킨들을 이용해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책뿐 아니라 음악, 영화 등 아마존이 보유한 방대한 양의 콘텐츠 공급도 가능해진다.

국내 전자책 시장 규모가 전체 도서시장의 2% 수준(약 800억 원)에 불과해 아마존을 반기는 출판사도 적지 않았다. 독일은 아마존 진출 3년 만에 전자책 판매량이 종이책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했고, 영국은 아마존 진출 2년 반 만에 전자책 판매량이 종이책 판매량과 비슷해졌다.

실제 아마존 활용 전략을 세우는 출판사들도 있다. 문학수첩 김은경 대표는 “다른 전자책 유통업체와 계약하지 않고 전자책 콘텐츠 보유량부터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사 고세규 이사는 “300페이지 책이 아닌 짧은 기간에 만들어 유통하는 100페이지 내외의 전자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종이책 시장은 예상 외로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열린책들 강무성 주간은 “아마존은 ‘박리다매’ 전략으로 진출국 출판시장을 장악했지만 한국은 도서정가제(15%로 할인율 제한)가 시행 중이라 시장 장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예스24 김병희 선임팀장은 “당일 배송과 적립금 제도는 아마존에 없는 서비스라 국내업체도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 독자들은 대체로 환영

출판사를 빼고 작가와 직접 계약해 책을 만드는 ‘킨들 다이렉트 퍼블리싱’도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마존은 이를 통해 2013년 총 18만 종의 책을 출간했다. 이중호 미래출판전략연구소 소장은 “아마존이 인세를 최대 70%까지 주는데 국내 출판사는 15%(전자책 기준) 정도”라며 “아마존 직거래를 선호하는 작가군이 늘 수 있다”고 밝혔다.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도 “한국은 출판시장 규모가 작아 주요 저자 50명만 확보해도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은 인세를 많이 주는 대신 책값을 처음부터 5000원 내외로 싸게 책정해 판매할 수 있다. 이는 도서정가제 위반이 아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아마존의 목표는 결국 수익”이라며 “시장을 장악하면 ‘팔리는 책’ 위주로 마케팅을 할 것이고 대중적이지 않은 도서는 생존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 및 서점 업계의 복잡한 속내와 달리 아마존 진출이 빠를수록 좋다는 독자들이 적지 않다. 회사원 김민재 씨(40)는 “아마존은 독자가 책을 사기도 전에 배달부터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독자를 잘 파악한다”며 반겼다. 아마존의 ‘독자 분석시스템’은 빅데이터를 통해 검색, 구매, 성향을 파악해 일대일로 책을 추천해준다. ‘킨들 언리미티드’의 경우 약 1만 원을 내면 70만 종의 책을 무제한으로 볼 수 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아마존#출판계#킨들 스토어#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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