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쉽게 빼앗기고 점점 짧아지고… 권력, 쇠퇴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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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종말/모이제스 나임 지음/김병순 옮김/528쪽·2만2000원/책읽는수요일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올해를 ‘책의 해’로 정했다. 한 해 동안 2주에 한 번씩 같은 책을 읽고 토론을 하겠다는 것. 저커버그가 정한 첫 책이 바로 ‘권력의 종말’이다. 이 책이 저커버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책 내용은 간단히 요약 가능하다. 전 세계적으로, 분야별로 권력의 힘이 과거보다 점점 약해지고 있으며 권력을 유지하는 기간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권력을 행사하기 힘들어졌고 권력을 빼앗는 것은 훨씬 쉬워졌다.

전통적 권력기구인 관료 군경 정당 TV방송국 은행 대기업 등의 권력 행사를 이른바 비정부기구(NGO) 벤처기업 등의 ‘미시권력’들이 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1%의 소수가 권력과 부를 갖는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통념을 각종 역사적 사회적 수치와 사례를 통해 반박한다. 36세 때 베네수엘라의 무역산업부 장관을 맡아 권력의 정점에 가깝게 있어본 저자의 경험과 저자가 그동안 만난 수많은 국가 정상들의 얘기까지 덧붙여져 사실감을 더한다.

이런 전통 권력의 쇠퇴 요인으로 저자는 3가지 혁명을 들고 있다. 양적 증가 혁명, 이동 혁명, 의식 혁명이다. 양적 증가는 인구 증가와 경제적 풍요를, 이동은 인구 상품 서비스 정보의 전 세계적 이동의 가속화를, 의식은 기존 권위에 대한 도전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의 확산을 뜻한다.

권력의 쇠퇴는 물론 긍정적이다. 사회가 더 자유로워지고, 유권자에게 더 많은 선거와 선택권을 부여하고, 공동체 조직을 위한 발판을 제공하고, 기업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그러나 권력의 쇠퇴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정부의 힘이 무력화되면서 국가 운영에 필요한 행정부의 능력과 위기 대응력이 떨어진다. 여기에 권력이 느슨한 틈을 비집고 분리주의자, 외국인 혐오주의자, 종파주의자들이 활개 칠 수 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에서 “정부와 군대 같은 거대한 조직만 보유했던 권력이 개인들에게 어떻게 넘어가고 있는지를 탐색한다”며 이 책을 추천했다. 서서히 변해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해 준다는 점이 매력적이란 얘기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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