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아시나요? 새들의 놀라운 ‘초능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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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감각/팀 버케드 지음/노승영 옮김/304쪽·2만 원·에이도스

부리를 부딪치며 인사하는 흰가다랭이잡이(윗줄 첫 번째), 혀가 아니라 부리에 맛봉오리가 있는 벌새(윗줄 세 번째), 냄새로 먹이를 찾는 키위(아랫줄 두 번째), 깊이 400m로 다이빙할 수 있는 황제펭귄(가운데)…. 새들은 다양한 감각을 이용해 세상을 지각한다. 동아일보DB·에이도스출판사 제공
부리를 부딪치며 인사하는 흰가다랭이잡이(윗줄 첫 번째), 혀가 아니라 부리에 맛봉오리가 있는 벌새(윗줄 세 번째), 냄새로 먹이를 찾는 키위(아랫줄 두 번째), 깊이 400m로 다이빙할 수 있는 황제펭귄(가운데)…. 새들은 다양한 감각을 이용해 세상을 지각한다. 동아일보DB·에이도스출판사 제공
사담부터 하나. 일본 맥주 히타치노네스트는 ‘부엉이 맥주’로도 불리지만 로고의 새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부엉이가 아니다. 올빼미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귀깃이 머리에 난 녀석은 부엉이, 귀가 안 보이는 녀석은 올빼미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또 알게 된 게 있다. 새에게는 ‘귀’가 없다. 정확히는 귓바퀴(연골을 감싼 피부로 우리가 ‘귀’라고 부르는 것)가 없다. 물론 새는 청각이 대단히 발달한 동물이다. 청각을 이용해 먹이를 찾고 잠재적 포식자를 탐지한다. 가령 바다오리의 경우 청력이 매우 뛰어나 온갖 잡음 속에서도 자신의 종의 울음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다.

‘새의 감각’은 새들이 어떻게 세상을 지각하는가에 대한 탐구서다. 백과사전적 지식이 가득 담겼으리라는 편견과 달리 이 책은 머리말부터 유머러스하면서도 감성적인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뉴질랜드에서 막 만난 키위는 사랑스럽다. “식물들 사이에 웅크린 검고 둥근 모양, 우리의 첫 키위가 있다. 앞으로 종종걸음 치며 기계처럼 먹이를 찾는다. 탁, 탁, 탁. 키위 수컷의 새된 울음소리가 어둠 속에 울려 퍼진다. ‘키 위이, 키 위이.’”

저자는 북극에서부터 아마존 열대우림까지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조류를 연구해온 생물학자다. 시각과 청각, 촉각과 미각, 후각, 정서 등 새들의 감각 세계를 내밀하게 들여다보면서 저자는 ‘새들이 어떻게 세상을 느끼는지’ 들려준다. 20세기 초 미국 일리노이대 안과학 교수였던 케이시 우드가 매의 눈을 해부해 보니 매가 인간과 달리 눈오목(눈에서 물체의 상이 맺히는 부분)이 2개여서 시력이 비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 정밀한 현미경을 이용해 새의 부리에 촉각 수용기와 맛봉오리(맛을 느끼는 미각 세포가 모여 이뤄진 미각기)가 있음을 알게 됐다는 것(새도 맛을 느낀다!) 등 흥미로운 연구사가 펼쳐진다.

되돌아오는 음파로 위치와 지형지물을 파악하는 반향정위(反響定位)나 자기장을 감지하는 능력 등 인간에게는 ‘초능력’으로 보이는 새의 감각 능력도 놀랍다.

흥미로운 대목은 새의 ‘정서’ 부분이다. 새에게 ‘정서’가 있을까? 2007년 스코틀랜드에서 서식하던 바다오리들 사이에 다툼이 일어났다. 먹이인 까나리의 개체 수가 부쩍 줄어서였다. 어른 바다오리들이 새끼를 버려둔 채 먹이를 찾아 떠나야 했다. 이럴 때는 대개 이웃이 새끼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공동 육아’가 이뤄지는 게 바다오리들의 습성인데, 전례 없는 반사회적 행동이 벌어졌다. 이웃 바다오리들이 새끼를 공격한 것이다. 심각한 먹이 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의 결과였다. ‘사랑’의 감정은 또 어떤가? 북대서양 개니트 암컷이 수컷에게 새끼를 맡겨두고 떠났다. 암컷이 5주 만에 돌아왔을 때 암컷과 수컷은 격렬한 인사 의식을 벌였다. 개니트의 인사는 보통 1, 2분이면 끝나지만 이 둘은 흥분에 휩싸여 가슴을 맞대고 짝의 목을 머리로 쓰다듬으면서 소란스럽게 우는 행위를 무려 17분이나 지속했다. 사람들이 오래 떨어져 있다 만날수록 입맞춤이나 포옹 같은 인사 의식을 공들여 하는 것을 떠올리면, 새들도 비슷한 기쁨의 정서를 경험하고 있음을 추정하게 하는 대목이다.

1974년 철학자 토머스 네이글은 ‘박쥐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라는 논문에서 다른 생물이 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는 결코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느낌과 의식은 주관적 경험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생물학자인 저자는 과학적 연구 성과와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새들이 어떻게 세상을 지각하는지를 담담하게 적는다. 아마도 새가 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겠지만 40년 전 철학자의 질문에 생물학자 팀 버케드는 성실하고도 최대한 객관적으로 답하고자 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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