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이슈]꽉막힌 승진 인사 단숨에 해결… 무리한 정책추진 잡음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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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공무원들이 말하는 ‘정치인 장관’

“실세 정치인은 뭔가 다르더라고요. 직원들 기(氣) 살리기 하나는 확실하지 않습니까.”

기획재정부의 한 국장급 관료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 대한 평가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초이노믹스’로 불리는 경제정책에 대한 호평도 없지 않지만 그보다는 꽉 막혔던 인사 문제를 단번에 풀어준 것이 인상 깊었다는 것.

재임 15개월간 단 한 명의 고위공무원도 승진시키지 못했던 전임 현오석 부총리와 달리 최 부총리는 지난해 7월 취임 후 열흘 만에 1, 2차관과 조달청장 관세청장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보직이 마땅하지 않았던 고위 간부들은 주요 지자체의 경제부지사, 경제부시장 등으로 갈 수 있도록 힘을 썼다. 그 어느 집단보다 인사에 민감한 관료들로서는 실세 정치인 출신인 부총리에 대한 평가가 후할 수밖에 없다.

정책 추진에서도 정치인 출신 장관은 부처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관료들은 말한다. 정무적 감각으로 당장 추진해야 할 정책과 장기 과제를 구분하고, 이 정책들이 구현될 수 있도록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자랑한다는 것.

예산을 배정하는 데도 정치인 출신 장관은 힘이 된다.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따낸 올해 해수부 예산은 4조6004억 원이었는데 이는 전년 대비 7.4% 늘어난 것. 해수부 설립(1996년) 이래 가장 많은 예산이기도 했다.

반면 정치인 출신 장관의 짧은 재임기간 탓에 부처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불만도 나온다. 해수부 내부에서는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가 공식적인 연례행사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유기준 장관 후보자까지 3년 연속 장관 청문회를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유 후보자가 다음 총선을 앞두고 장관직에서 물러나면 내년에 또 청문회를 준비해야 한다.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판단하다 보니 무리한 정책을 어쩔 수 없이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정세균, 최경환 등 정치인 출신 장관이 자주 거쳐 갔던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한 전직 장관은 대놓고 ‘1년 안에 성과가 날 정책이 아니면 가져오지도 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관 지역구 사업도 챙겨야 할 숙제다. 한 관료는 “장관 지역구만 아니면 과장급 선에서 ‘말도 안 되는 사업’이라며 잘라버릴 만한 것도 그렇게 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홍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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