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남편에게 용돈 받기 싫어” 편의점 알바 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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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줌마는?

요시무라 가네코(가명·52) 씨는 도쿄(東京)의 중상류층 마을인 세타가야(世田谷) 구의 고급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주부다. 남편이 대기업 금융회사 임원이어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집의 고급 외제 승용차 2대는 늘 집 앞 주차장에 세워져 있다. 남편이 전철로 출근하고 나면 요시무라 씨는 자전거를 타고 주 4회 동네 대형 할인마트로 향한다. 하루 5시간씩 시급 900엔(약 8280원)의 파트타임 계산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요시무라 씨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집에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는 “용돈 정도는 남편 수입에 의지하고 싶지 않은 데다 집에만 있는 것도 힘들기 때문이다. 마침 늦둥이 아들이 대학생이 돼 시간적 여유도 생겼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편의점으로, 백화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중상류층 아줌마들은 일본에서 흔한 풍경이다. 이를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 생활비 외에는 남편에게 손을 벌리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부부 관계는 한국에 비해 건조한 편이다. 부부가 함께 외출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한국인과 결혼한 적이 있는 50대 일본 아줌마는 “저녁에 남편과 손을 잡고 마을을 산책하면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부부가 함께 산책을 하거나 여행을 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 아줌마가 자상한 남자가 등장하는 한류(韓流) 드라마에 열광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주말에는 아내 따로, 남편 따로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여행을 간다.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는 주말에 아내에게 자유시간을 주기 위해 남편이 하루 종일 아이를 돌봐줘야 한다는 게 불문율이 되고 있다. 결혼한 뒤 첫아이를 낳으면 부부가 각방을 쓰는 것도 일반적인 풍경이다.

시댁과의 관계는 한국과 천양지차다. 한 40대 주부는 “시댁에는 1년에 한 번 새해에만 전화해 안부를 묻는다. 시댁 식구를 만날 일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맞벌이 부부들은 한국처럼 자녀를 맡기기 위해 시댁 근처에 사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자식 교육에 대한 열정은 한국 못지않다. 평일 저녁 학원가 앞에는 아이들을 기다리는 엄마들의 차로 장사진을 이룬다. 국어 수학은 기본이고 수영 피아노 발레 학원도 인기가 높다. 진로 선택도 빠르다. 초등학교 졸업 때 사립이나 도립 중학교에 입학하지 못하면 명문고와 명문대 진학이 어렵다. 공립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아줌마는 “아이에게 장차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전문학교 입학을 권하고 있다. 일찌감치 마음을 정하고 있으니 아이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생활해 본 일본 여성들이 꼽는 양국 아줌마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일본에서는 ‘아줌마’라는 말이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다. 50대 이후 여성을 ‘오바상(おばさん·아줌마)’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일반적인 호칭이다. 한국처럼 생활력이 강하거나 남편 또는 아이에게 헌신하는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일본#아줌마#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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