從北, 한미동맹을 테러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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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트 주한美대사, 종북 성향 인사에 흉기 피습
서울 도심 강연장서 오른뺨 - 왼팔 찔려 수술받아
오바마 쾌유 기원 전화… 美국무부 “강력히 규탄”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서 ‘한미동맹’이 테러를 당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한 종북 성향 인사가 5일 주한 미국대사를 공격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대사 피습 소식을 접한 미국 사회는 큰 충격에 휩싸였고 한미관계는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는 5일 오전 7시 40분경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로 열린 조찬강연 행사 도중 ‘우리마당’ 대표 김기종 씨(55)의 공격을 받았다. 김 씨가 휘두른 길이 약 25cm의 흉기에 리퍼트 대사는 오른쪽 뺨에 길이 11cm, 깊이 3cm의 자상과 왼쪽 팔꿈치와 손목 중간 부분에 2cm의 관통상을 입었다. 새끼손가락에는 김 씨와의 몸싸움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보이는 가벼운 찰과상이 생겼다. 리퍼트 대사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주한 미국대사관 측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는 아니며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테러에 앞서 준비한 유인물에서 “남북 대화를 가로막는 전쟁훈련을 중단하라. 전시작전통제권(OPCON)을 우리나라에 환수하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2011년 12월 김정일이 사망하자 서울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려 했다. 미일관계 강화에 불만을 담은 메시지까지 포함됐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는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김 씨의 발언을 보면 북한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종북 성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번 테러가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에서 미국대사가 처음으로 테러를 당했고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한중일 과거사 논쟁이 실망스럽다”는 발언으로 한미관계가 꼬인 미묘한 시점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사건이 불필요하게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돼 한미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에서 “외교사절에 대한 이런 가해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방부와 한미연합사령부는 “현재 실시 중인 키리졸브와 독수리연습 등 한미 연합 훈련은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사건을 보고받은 직후 리퍼트 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깊은 우려를 전달하고 쾌유를 기원했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미 정부는 리퍼트 대사가 괴한의 공격을 받아 크게 다친 것과 관련해 이 같은 폭력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北 “미국에 가해진 응당한 징벌” ▼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리퍼트 대사의 피습에 대해 ‘전쟁광 미국에 가해진 응당한 징벌’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조선(한국)에서 위험천만한 합동군사연습을 벌여 놓고 조선반도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미국을 규탄하는 남녘 민심의 반영이고 항거의 표시”라고 주장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리퍼트 대사 피습#미국 대사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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