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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최영훈]봉은사역이냐, 코엑스역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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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최영훈]봉은사역이냐, 코엑스역이냐

최영훈 논설위원 입력 2015-03-05 03:00수정 2015-03-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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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한 선교회 교육생들이 절이 무너지길 기도하는 장면이 유튜브에 올랐다. 봉은사는 신라 원성왕 10년(794년)에 창건된 뒤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 고승을 배출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불교계를 중심으로 비난이 거셌다. 파문이 확산되자 교육생들은 봉은사를 찾아가 사과했다. 봉은사 주지였던 명진 스님은 종교 간 소통을 위한 토론회를 제안했다.

▷개통을 앞둔 서울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의 명칭을 놓고 개신교 측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특정 사찰 이름 대신에 인접한 코엑스 이름을 넣어 코엑스역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교회단체는 역명 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고 반대 서명을 벌이기로 했다. 불교계에선 “코엑스는 30년도 안 됐지만 봉은사는 1200년이 넘은 문화유산”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전국에 망월사 백양사 희방사 직지사 등 사찰 이름을 딴 역(전철 포함)이 많은데 왜 봉은사만 문제 삼느냐는 항변이다.

▷개신교 단체는 “친불교 성향의 박원순 시장이 개입한 것 아니냐”며 공격한다. 박 시장은 취임 전 봉은사의 미래위원장(2007∼2010년)을 지낸 바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역 명칭은 ‘옛 지명’을 1순위로 문화재, 고유명사처럼 된 공공시설 명칭 순으로 고려해 위원회에서 세 차례 회의를 거쳐 결정했다”며 변경 불가 방침을 밝혔다. 한 웹사이트가 3일 실시한 의견 투표에선 52 대 48로 코엑스가 봉은사를 눌렀다. 오전까지 70 대 30으로 봉은사가 앞서다 뒤집힌 것은 조직적 동원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봉은사 측도 역명 결정 전 인터넷 조사 때 신도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피장파장인 셈이다.

▷봉은사는 불교를 떠나 우리 전통문화의 일부다. 코엑스 일대와 현대자동차가 사들인 한국전력 터는 예전 봉은사 땅으로 강남 개발 때 헐값에 수용됐다. 일단 결정된 역명을 뒤바꾸면 불교계가 들고일어날 것이다. 이 문제가 종교 간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발씩 물러서 ‘봉은사역(코엑스)’으로 절충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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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
#봉은사#코엑스#지하철 9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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