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에 정부·韓銀의 대책은 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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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5%, 3개월 연속 0%대에 머물렀다. 1999년 7월 이후 15년 7개월 만에 최저치다. 담뱃값 2000원 인상에 따른 물가 인상 효과(0.58%)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물가 상승률은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한 셈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물가 하락과 경기 침체가 겹치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그런데도 어제 기획재정부는 유가 하락 등 공급 측면에서 저물가가 비롯된 것이라며 “아직 디플레이션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실을 부인하려는 자세다.

저물가가 고착화되는 것은 외부 요인의 탓이 크다. 하지만 유가 하락 이전부터 과다한 가계 부채와 내수 위축 등 국내 경제가 악화된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경기는 급속히 냉각됐다. 지난달 방한한 국제통화기금(IMF) 연례협의단 브라이언 에이킨 단장은 “디플레이션뿐 아니라 굉장히 오랜 기간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도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저물가 저성장의 수렁에 빠져드는 것은 세계 각국의 공통된 고민이다. 미국 유럽 일본이 적극적인 양적 완화 정책을 통해 경쟁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지난해 두 번에 걸쳐 2.0%로 낮춘 뒤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역시 “디플레이션이 아닌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폭 둔화) 상황으로 봐야 한다”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하는 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 여건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 별로 없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남의 일처럼 지켜만 봐서도 안 된다. 가계소득 및 일자리를 늘리고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경제 부문의 구조개혁과 확장적인 재정정책, 금리 인하 등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선제적 대응으로 디플레이션 심리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도 있다.

자칫 정부와 한은이 소극적으로 대응해 본격적인 디플레이션 국면이 전개되면 가계부채 폭탄이 터질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때를 놓치면 기대했던 효과를 얻기 힘든 법이다.
#저물가#고착화#저성장#한국은행#디스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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