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일변도 對日메시지 벗어나 “중요한 이웃” 첫 언급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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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3·1절 기념사]2015년 기념사 어떻게 달라졌나

올해 3·1절 기념사는 과거 2년에 비해 미래 지향적 메시지가 강조된 점이 특징이다. 올해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인 만큼 일본이 올바른 역사 인식을 보여 준다면 한일이 미래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인 것이다. 일본에 대한 표현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일본의 태도가 변하면 한국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상응 조치를 보여 주지 못한 점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 3·1절 기념사에서 “역사는 자기 성찰의 거울이자 희망의 미래를 여는 열쇠”라며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언제까지나 과거에 얽매여 미래로 가는 길을 늦출 수는 없다”고 ‘실용’을 강조한 것과 대조됐다.

지난해 3·1절 기념사는 한결 강경했다. 박 대통령은 “일본이 역사를 부정할수록 궁지에 몰릴 것”이라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상처는 당연히 치유받아야 한다”고 구체 사안에 대해 처음 발언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고노 담화 검증 시도까지 정면 비판했다. 3·1절 직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스위스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 처음으로 참석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공식 제기하는 등 국제 공론화 작업도 병행했다.

올해는 과거 2년의 기념사가 혼용된 형태다. 질타와 미래 비전이 모두 담겼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할머니들의 명예 회복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며 다시 한 번 일본에 적극적인 해법을 촉구했다. 또 “일본 정부의 교과서 왜곡 시도가 이웃 관계에 상처를 준다”며 교과서 문제를 처음 제기했다.

지난달 초 일본 아베 정권의 미국 역사교과서 왜곡 시도를 비판하며 미국 역사학자 19명의 집단 성명을 주도했던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역사란 편한 대로 취사선택해 필요한 것만 기억하는 게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5월에 있을 아베 총리의 미국 의회 연설과 8월에 나올 ‘아베 담화’에서 과거사를 얼버무려선 안 된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하지만 3·1절 기념사 중 처음으로 한일 간 교역량과 인적 교류 현황을 열거하며 “1965년 수교 이래 양국이 쌓아 온 교류 협력 성과는 놀랍다”고 평가했다. 일본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이라는 우호적 표현도 처음 썼다.

국책 연구기관 연구원 A 씨는 “한일 정상회담이나 적어도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보여 주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전직 고위 외교관 B 씨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헌법 아래서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발전을 위해 공헌한 점을 평가한다는 메시지가 들어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박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대해 태도가 비교적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가시가 있다고 지적했다. NHK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처럼 직접 아베 정권을 겨냥한 발언을 피했지만 역사 인식에 관해 일본의 움직임을 경계하는 태도를 다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교도통신도 “전체적인 어조가 억제됐고 요구를 강화하는 자세를 보이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21일경 서울에서 개최될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에서 다룰 의제와 사전 준비를 위한 한중일 차관보급 회의가 10일경 서울에서 열린다. 외교장관회의는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회의 성격을 갖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3·1절 기념사#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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