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고집 센 스님의 ‘우보만리’ 삶의 지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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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당신이 먼저입니다/주경 스님 지음/240쪽·1만3000원/마음의숲

“벼룩 세 마리는 끌고 가도 스님 셋과는 함께 못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최근 간담회에서 만난 주경 스님(서산 부석사 주지)은 허허 웃으며 “그만큼 스님 네들 고집이 세다”고 했다. 남 얘기처럼 말하지만 본인도 예외는 아니다. 동국대를 졸업하고 1986년 수덕사로 출가한 스님은 올해로 16년째 부석사 주지를 맡고 있으니까.

책 제목에는 남 못지않게 고집 센 스님이 지켜온 ‘나보다 당신이 먼저’라는 공심(公心)을 담고 있다.

책에는 스님이 여자를 잘 알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는 대목도 나온다. 대학 시절부터 오랜 인연을 맺은 한 보살(여성 신도)로부터 “스님은 여자를 잘 모른다”는 지적을 받은 뒤부터였다. 노력의 결과일까. 요즘 이런 말을 듣는다고 한다. “우리 스님은 결혼도 안 해봤는데, 어쩜 그렇게 여자들 속을 잘 안데요.”

어쩔 수 없이 불교의 가르침이 책의 바탕색이다. 하지만 보살과의 대화를 비롯해 절집에서 마주치는 소소한 일상과 경전에 얽힌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우보만리(牛步萬里)’, 느린 걸음으로 오래 멀리 갈 수 있는 삶의 지혜를 들려준다.

절집 이야기면서도 책장을 넘겨보면 우리네 세상 사는 것과 그다지 다를 것도 없다. 세상 모두를 바꾸는 것보다는 나 하나가 바뀌는 편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이 스님의 일관된 메시지다.

간담회에서는 승복에 얽힌 고집도 소개했다. “선물로 받는 새것은 다른 분께 드리고 저는 다른 스님들에게 얻어 입습니다. 남을 먼저 챙기면 편안하고 당당합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나보다 당신이 먼저입니다#주경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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