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유능한 사업가 or 세계적 정치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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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퍼트 머독/데이비드 맥나이트 지음/안성용 옮김/365쪽·1만6000원/글항아리

미디어 제왕 루퍼트 머독. 그가 소유한 영국 신문 ‘뉴스오브더월드’가 특종을 위해 살해된 여고생의 휴대전화 메시지까지 해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머독에 대한 반감이 전 세계로 확산됐다. 그럼에도 저자는 당분간 ‘그의 왕국’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동아일보DB
미디어 제왕 루퍼트 머독. 그가 소유한 영국 신문 ‘뉴스오브더월드’가 특종을 위해 살해된 여고생의 휴대전화 메시지까지 해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머독에 대한 반감이 전 세계로 확산됐다. 그럼에도 저자는 당분간 ‘그의 왕국’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동아일보DB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84). 호주 태생인 그는 스물두 살인 1952년 아버지에게서 신문사를 상속받았다. 이후 영국 신문 ‘선’과 ‘타임스’, 위성방송 ‘B SKY B’를 인수했다. 미국 시민권을 얻은 후에는 미국 신문 ‘뉴욕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 방송사 ‘폭스TV’를 인수했다. 아시아 위성방송 ‘스타TV’, 글로벌 출판그룹 ‘하퍼 콜린스’마저 가진 그는 ‘미디어 황제’로 불린다.

문제는 그가 유능한 사업가를 넘어 세계 정치를 움직이는 ‘킹메이커’ 역할에 몰두한다는 점. 언론인 출신인 저자는 머독이 미국, 영국, 호주에서 미디어를 이용해 어떻게 여론을 왜곡시키면서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했는지 세밀히 파헤쳤다.

이 책의 주제를 딱 한 줄로 요약하면 ‘머독 사전에 저널리즘이란 단어는 없다’는 것이다. 미디어 권력을 정치적 의제 설파에 사용하는 데 일말의 주저함이 없는 그다. 1987년 영국 대선 당시 보수당을 돕기 위해 ‘선’을 통해 “노동당이 승리하면 게이와 레즈비언의 세상이 된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정치 개입 논란이 있을 때마다 머독은 자신을 ‘자유주의 엘리트 기득권에 맞서는 아웃사이더’로 포장했다. 겉으로는 자유주의를 내세우는 소수의 좌편향적 엘리트가 세상을 장악했기 때문에 보수주의자인 자신이 이들과 싸운다는 논리다.

하지만 저자는 ‘머독이 강조하는 반(反)엘리트주의는 포퓰리즘이며 그야말로 정치적 기득권자’라고 비판한다.

그런데도 왜 대중은 머독에게 선동될까? 그는 거짓 정보를 매체로 유포시키지 않는다. 이슈 속의 비본질적 의제를 부각시켜 여론을 변화시킨다. 예를 들어 ‘온난화와 기후 변화’가 주요 의제로 형성되면 자신의 매체를 통해 ‘기후 변화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국가 에너지 발전 계획을 막으려는 좌파의 음모’란 식으로 의제를 비튼다. 환경 문제를 찬반 대립의 정치 문제로 만든다.

머독은 이 모든 것을 직접 지시하지는 않는다. 머독 소유 매체 언론인들이 머독의 뜻에 미리 순종하게끔 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지난밤의 사건을 보면서 ‘머독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영국 ‘선’ 편집장의 고백이다.

미디어 권력의 속살을 알고 싶은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루퍼트 머독#데이비드 맥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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