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수의 입은 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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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 회장 ‘땅콩회항’ 2차공판 증인 출석
趙회장 “朴사무장 불이익 없을 것”… 조현아 “승무원님에게 정말 죄송”
피해 女승무원 “교수직 제안 거절”

“사무장이 대한항공에 근무하면 회사가 어떤 불이익도 주지 말라고 지시했고, 약속드리겠습니다.”

30일 오후 4시경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 서울서부지법 303호 법정에서 열린 ‘땅콩 회항’ 2차 공판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수의를 입고 피고인 자리에 앉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1)에겐 눈길을 주지 않았다.

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오성우)는 19일 1차 공판 때 사무장과 승무원이 회사에 복귀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라며 조 회장의 출석을 요청했다. 조 회장과 대한항공의 태도를 조 전 부사장의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의도. 조 회장은 “승무원들이 회사를 위해 일하면 보복이나 따돌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재차 간접 보복 등 드러나지 않게 괴롭힐 수 있지 않겠느냐고 추궁하자 “그런 부분까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며 “임원 면담도 자주 해 괴로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박창진 사무장(44)이 다음 달 1일부터 정상 출근한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딸인 조 전 부사장이 박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명령한 데 대해선 “이유야 어찌 됐든 내리라고 한 것은 잘못됐다”고 답했지만 무엇이 잘못됐느냐는 추가 질문에는 “그건 내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답을 피했다. 40분간 진술을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온 조 회장에게 딸을 본 심경을 묻자 “부모의 입장에서 (법정에) 갔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는 땅콩 회항 사건 당시 조 전 부사장에게 질책받고 폭행당한 여승무원 김모 씨(28)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재판 내내 한숨과 눈물을 보인 그는 “회사 관계자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를 잘 받아들이면 교수직의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지만 응하지 않았다”며 “박 사무장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이 사실을 말했더니 오히려 제가 교수직 제안받고 국토부 조사에서 위증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위증을 했다는 오해를 풀고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며 흐느꼈다. 재판부가 조 전 부사장에게 “할 말 있으면 하라”고 하자 조 전 부사장은 고개를 숙인 채 “승무원님에게 정말 사과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증인 출석에 응하지 않은 박 사무장을 3차 공판 때 다시 부르기로 했다. 박 사무장은 비행을 앞두고 이날 회사에서 신체검사를 받기 위해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3차 공판은 다음 달 2일 오후 2시 반에 열릴 예정이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조양호#땅콩회항#조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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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서울서부지법 법정 출석에 앞서 사죄의 뜻을 밝히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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