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옛날 ‘막걸리 선거’ 뺨치는 농축수협·산림조합 선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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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 실시되는 제1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눈 뜨고 못 봐 줄 지경이다. 충남 논산에선 150여 명의 주민이 한 농협 조합장 출마 예정자로부터 적게는 20만 원, 많게는 1000만 원까지 6000여만 원의 돈봉투를 받았다. 곳곳에서 판치는 굴비세트 돌리기, 음식 제공, 찬조금 기부, 출마 예정자 간의 후보 매수와 불법 선거운동이 과거 막걸리나 고무신을 돌리며 표를 사던 시절의 타락상을 연상시킨다. 시대가 변했는데도 선거에 대한 주민들 인식이나 풀뿌리민주주의 수준, 공공의식이 나아지지 않았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동시 조합장 선거는 전국 농·축협 1117곳, 수협 82곳, 산림조합 129곳 등 1328곳에서 실시된다. 조합장 임기가 끝나는 곳마다 개별적으로 뽑다 보니 감시의 눈길이 적어 금권선거가 판을 쳤다. 투표자가 적은 지역 조합장 선거는 표 계산이 용이해 매수하기도 쉽다. 이런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작년 6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전국 동시 선거로 바꾼 것이다. 이번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를 맡았는데도 혼탁상이 이 정도라면 이전엔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지역에서 조합장은 막강한 권력이다. 정부 지원금과 조합비로 예금 대출과 마트 운영 같은 사업을 하기 때문에 당선만 되면 조합원들한테 갑(甲) 중의 갑이 된다. 연봉도 대형 조합의 경우 1억 원이 넘는다. 본전을 뽑고도 남으니 돈을 뿌려서라도 당선되려고 안간힘을 쓴다. 일부 조합장이 조합원들에게 높은 예금 금리를 제공하거나 분식결산 등으로 조합 돈을 빼돌려 관광을 시켜 주는 등 현직에서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하는 것도 문제다. 농협중앙회나 당국이 평상시 조합 운영에 대해 철저한 감시 감독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선거와 관련해 금품을 받으면 최고 50배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공직선거와 다르다고 생각했다간 큰코다친다. 선관위는 출마 예정자와 유권자들에게 선거법을 제대로 알려 ‘모르고 받았다’는 애꿎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막걸리 선거#농축수협#산림조합#조합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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