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광기]국립대 총장 공석,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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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 경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사회학
김광기 경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사회학
교육부와 청와대가 이해 못할 처사로 국립대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왜냐하면 몇몇 국립대가 총장을 뽑아놓고도 교육부가 임용 제청을 거부해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대 총장의 선출은 각 대학 소관이나 교육부의 임용 제청을 통해 임명은 대통령이 한다.

그런데 교육부가 별다른 이유를 대지 않고 무작정 임용 제청을 거부하며 재선거를 요구했다. 경북대 공주대 방송통신대 한국체대가 적게는 4개월에서 많게는 22개월째 총장 공석 상태에서 학교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급기야 퇴짜 맞은 총장 당선자들은 임용 제청 거부 취소를 요구하며 교육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고 이달 21일과 22일 공주대와 방송통신대 총장 당선자들은 각각 2심과 1심에서 승소했다. 경북대 당선자도 21일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상한 점은 교육부가 1심과 2심에서 패소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법원까지 갈 요량을 내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저의가 무엇일까. 현재로서는 두 개의 분석이 힘을 받는다. 그 하나는 정권의 입맛에 혐의점을 두는 시각이다. 교육부가 청와대의 의중을 간파하고 그야말로 알아서 기는 행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 이후 14년간 교육부에 의해 임용 제청이 거부된 사례 10건 중 7건이 현 정부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친박(친박근혜)이 아니거나 다소 진보적이고 비판적이라서 청와대에 밉보여 임용 제청이 거부되었다는 음모론이 항간에 떠도는 이유다.

다른 하나는 이번 사태가 교육부의 본격적인 국립대 길들이기 중 한 가지 아니냐는 의혹이다. 교육부가 과거에는 돈줄로 대학을 통제해왔는데 덧붙여 대학 총장의 인사를 가지고 국립대의 목줄을 단단히 죄겠다는 심산이라는 것이다. 결국 교육부의 말을 잘 듣는 소위 ‘예스맨’ 인사가 나올 때까지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기에 이 분석도 일리가 있다. 사실 이 예측은 교육부가 갖은 압력을 가해 국립대 총장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꿀 때부터 이미 제기됐던 것이다. 우려하던 일이 벌어진 것일 뿐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만일 직선제로 뽑힌 총장이라면 교육부가 이렇게 쉽게 상을 물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태의 피해가 고스란히 국립대와 학생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총장이 장기 공석인 상태에서 학교 운영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하다. 더군다나 현재 지방 국립대는 ‘인(in)서울’ 세태로 그야말로 고사 직전에 놓여 있다.

국립대의 좀비화를 막는 데 최일선에 나서야 할 총장의 부재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교육부와 청와대가 이런 결과를 원하지 않는다면 총장 임용을 두고 국립대와 유치한 줄다리기를 당장 멈추고 구성원들의 합의로 선출된 총장을 즉각 임명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온갖 억측과 구설을 일시에 제거할 유일한 길이다.

김광기 경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사회학
#국립대 총장#공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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