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교사에 대한 불만 크고, 자사고는 학생부 신뢰도 높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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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유형별 학생-학부모 인식

고교 서열화와 일반고 황폐화에 대한 우려가 많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또 해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이 없다. 주로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문제점과 대안이 논의되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 안에서 문제를 몸으로 느끼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목소리는 전달될 길이 없다. 그래서 한양대 입학처와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트리움이 일반고, 자율형사립고, 혁신고, 특수목적고의 재학생과 학부모들을 심층 인터뷰해 고교유형별 관심사와 불만, 특성 등을 비교했다. 서울의 남자 일반고, 공학 혁신고, 공학 자사고, 경기도의 외국어고 한곳씩을 정해 2학년 학생 4명과 학부모 4명씩을 인터뷰했다.

그 결과 일반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교사가 학생들을 무시한다는 느낌을 갖고 있는 반면 자사고는 교사에 대한 만족이 학교생활기록부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중학교 교실 붕괴를 끊어달라”

자사고 폐지를 촉구하는 이들은 특목고에 이어 자사고까지 서열화를 부추기면서 일반고가 황폐화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일반고에서 시작된 문제가 아니라, 이미 중학교 교실이 붕괴된 현상이 고교까지 이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반고의 A 학생은 “반 분위기가 정말 엉망인데 선생님들이 개의치 않는다. ‘떠들려면 떠들어라, 나는 수업한다’는 식이다. 그나마 방해가 안 되려면 차라리 자라고 한다”고 말했다.

자사고의 A 학부모는 “아이가 중3 내내 학교생활을 너무 힘들어했다.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카드게임을 하고 싸움을 해도 선생님들이 잡아주지 않는 환경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했다. 자사고가 어떤 곳인지도 모른 채 일단 교실 붕괴를 벗어나자는 생각에 지원했다”고 전했다.

고교유형을 가릴 것 없이 학생들은 모두 일반고 교실의 문제로 지적되는 일들이 중학교 교실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특히 중3 교실을 ‘양아치 교실’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자사고는 교사들이 이런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제어하는 반면, 일반고는 중학교의 교실 붕괴가 단절되지 않아서 문제라는 것이다.

○ 교사의 열정이 중요

고교유형별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교사와 학생부에 대한 신뢰였다. 일반고는 학생과 학부모 모두 “선생님부터 아이들을 무시하니 열패감이 커진다”고 전했다. 일반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인터뷰 중에서 ‘선생님’과 연관된 키워드는 학생과의 마찰, 무시 같은 부정적인 말이 많았다.

김도훈 트리움 대표는 “키워드를 통해 의미망을 분석하면 일반고에서는 선생님이 학업에 대한 의욕이 없고 성적이 낮은 대다수 학생을 마주하면서 학생들을 무시하고, 그로 인해 트러블이 생기고, 학생들도 선생님에게 예의를 차리지 않는 상황이 드러난다”면서 “일반고 학생들은 교사가 아닌 선배나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찾고 멘토를 갈구하는 특징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일반고의 B 학부모는 “자사고나 특목고는 공부하고자 하는 애들이 많기 때문에 선생님이 준비를 안 하면 안 되겠지만, 일반고 선생님은 몇 명만 따라온다고 생각하고 그 애들만 바라보고 수업을 한다”면서 “일반고 선생님들도 애들이 졸지 않고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준비를 많이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자사고와 혁신고 학생들은 교사에 대한 만족감이 높았다. 자사고의 B 학생은 “학원 정보는 자기네들이 팔기 유리한 것을 강조하는 느낌이 들지만 선생님의 정보는 신뢰가 간다”면서 “교과서나 인터넷 강의에 안 나온 정의까지 선생님이 잘 알려줘 학교가 학습을 지원하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혁신고 학생들은 교사들이 아이들과 친밀하게 지내면서 왕따나 학교폭력을 막아주는 것을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혁신고의 C 학생은 “학교에서 담배 피우고 공부 포기한 아이들도 있는데 2학년에 오르면서 그런 아이들은 따로 반을 만들었다. 선생님 한 분이 열정적으로 그 아이들을 챙겨서 연탄 배달 같은 봉사활동도 다니고 농촌체험활동도 하고 직업반도 가는 등 열성적으로 하더라”면서 “다른 학교에 갔으면 외면당할 수 있는 아이들을 선생님 한 분이 열성적으로 챙겨주시니까 행복해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외국어고에서도 교사에 대한 신뢰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특히 학부모들은 사교육을 많이 접해서인지 학교의 입시 지도가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일반고 교사#고교 서열화#자사고#신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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