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무역 이어 금융 빗장 풀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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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中에 ‘자본개방 특구’ 제안
국내 위안화 예금금리 높지 않아… 성사땐 中은행보다 싸게 대출 가능
中진출 기업 돕고 ‘위안화 허브’ 발판… 中정부, 금리 하한선 등 제한 가능성

정부가 추진하는 중국 내 ‘자본시장 개방 경제특구’ 설립 방안이 실현되면 한중 경제협력의 범위가 상품 교역에서 금융으로 확대돼 양국 경제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또 ‘위안화 저리 대출 확대→현지 기업 투자 확대→현지 진출 제조업체 및 금융산업 성장→위안화 거래 활성화’의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특구 설립을 계기로 위안화 거래 규모가 크게 늘면 한국이 ‘위안화 역외거래 허브’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28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위안화가 국제 결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캐나다달러, 호주달러를 제치고 5위를 차지해 1년 만에 두 계단 높아졌다.

국내 기업들은 위안화로 받은 수출대금의 일부를 위안화 예금에 넣고 나머지는 원화나 달러화로 바꾸고 있다. 위안화 예금 금리가 3%대에 그치는 데다 환율 변동에 따라 환차손을 입을 위험이 있어 이 예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국내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위안화 예금 규모는 2011년 말 달러화 환산 8000만 달러(약 870억 원)에서 2014년 말 193억7000만 달러(약 20조9000억 원)로 급증했다. 대중(對中) 무역흑자 규모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데다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 덕에 여행수지 흑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었지만 기업들이 위안화를 달리 운용할 곳이 없어서다. 초저금리 상황이어서 위안화를 예금으로 받은 은행도 자금을 굴릴 방법이 마땅치 않다.

경제특구가 설립되면 이런 고민이 일부 해소된다. 은행들은 국내에서 연 3∼4%대 금리로 조달한 위안화 자금을 특구에 가져가 연 5% 수준으로 대출해줄 수 있다. 현재 중국 은행들이 자국 기업에 연 6%대로 대출해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은행들의 특구 내 대출금리가 1%포인트가량 낮은 셈이다. 게다가 국내 은행들은 예대 마진 차이로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고 현지 기업은 상대적으로 저리인 자금을 빌려 설비투자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특구가 세워지면 중국 정부가 대출금리의 상·하한선을 정해준 뒤 한국의 은행들이 이 범위 내에서 대출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국내 금융계는 이번 협상이 한국 금융업계의 중국 진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현재 중국 정부와 성 단위의 지방정부는 중국 은행과 외국 은행에 대해 다른 금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에 다소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단 은행이 직접 대출하는 낮은 수준의 문호 개방을 한 뒤 추후 시장 상황에 따라 특구에 있는 기업들이 한국 등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도록 허용하는 단계를 밟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이 싱가포르에 대해 1994년 허용해준 쑤저우(蘇州) 특구를 위안화 허브 구축에 참조할 수 있는 모델로 보고 있다. 이 지역에 있는 싱가포르 은행들은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이 지정하는 한도 내에서 직접 대출을 할 뿐 아니라 특구 내 기업들은 싱가포르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 지역적으로는 제한돼 있지만 사실상 완전한 수준의 자본시장 개방인 셈이다.

세종=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중국#자본개방#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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