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엔씨소프트 상한가… 김정주측 하루 925억 벌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30년 우정 금 간 김정주-김택진
넥슨 “경영 참여”로 서로 등돌려… 3월 주총서 김택진 재신임 결정
넥슨-엔씨 향후 행보는…
넥슨 이사파견 등 요구 여부 주목… 업계 “지분 정리 등 합의할 수도”

‘어제의 친구에서 반드시 넘어야 할 경쟁자 또는 적으로.’

서울대 공대 출신 벤처 1세대 4인방의 행보가 화제다. 카카오의 다음 인수로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과 이해진 네이버 의장의 경쟁이 심화된 데 이어, 30년 가까이 돈독한 우정을 쌓아 온 김정주 NXC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사활을 건 경영권 다툼에 들어갔다.

넥슨 창업자인 김 회장 측은 28일 하루 동안 925억9300만 원을 벌었다. 전날 그가 엔씨소프트에 대한 ‘경영 참여’를 선언한 뒤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상한가까지 오르면서 넥슨이 거액의 평가이익을 얻게 된 것.

김 대표도 보유 지분의 가치가 612억6400만 원 올랐지만 전혀 즐거운 처지가 아니다. 엔씨소프트 1대 주주인 김 회장의 경영 참여 공세를 쉽게 방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 김정주의 다음 한 수는?

3월 열리는 엔씨소프트 주주총회에서는 김 대표 재선임 여부 등이 결정된다. 넥슨이 경영 참여를 공식화한 뒤 처음으로 김 회장의 의중이 드러날 주주총회에서 넥슨이 어떤 요구를 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 재선임을 막을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넥슨이 엔씨소프트 경영 참여 의사를 전달한 것은 22일 오후. 양사 최고임원진이 직접 만난 자리에서 넥슨은 ‘사내이사’ 직을 요구했고 엔씨소프트는 “(단순 투자 목적으로 엔씨소프트 지분을 매입한다는)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투자를 하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사진의 압박을 김 회장이 견디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1대 주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 답답한 노릇이었을 것이란 뜻이다.

현재 엔씨소프트 임원진은 넥슨의 요구를 기다리고 있다. 경영 참여를 공시하기는 했지만 아직 이사 파견, 장부 열람 등 구체적인 참여 방식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3월 주주총회 전 김 대표가 넥슨이 보유한 엔씨소프트 주식을 모두 사들이거나, 넥슨 측 이사를 선임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오동환 선임연구원은 “김 대표가 지분 확보 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전쟁 선포’와 마찬가지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며 “3월 주주총회에서 양 대표가 직접 만나 주식을 정리하거나 일부 경영 참여 선에서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서로의 다른 DNA 확인한 협업 제안

미국 대형 게임사 ‘EA(일렉트로닉아츠) 공동 인수 실패’ 및 ‘게임 개발 협업 실패’ 등을 거치며 둘 사이의 갈등이 깊어졌다. 김 대표와 김 회장을 비롯한 엔씨소프트와 넥슨 주요 경영진은 EA 인수 실패 이후 워크숍을 열고 “또 다른 협력 방안을 찾아보자”고 합의했다. 그리고 이 워크숍 직후 넥슨 개발자 170여 명이 14개월 동안 엔씨소프트에서 공동으로 게임 개발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서로의 DNA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23일 엔씨소프트 사장으로 승진한 김 대표의 부인 윤송이 글로벌최고전략책임자(40)를 두고서도 업계의 추측이 분분하다. 넥슨이 경영 참여 의사를 최초 전달한 바로 다음 날 인사가 진행된 만큼 ‘경영권 보호 노력’이라는 분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넥슨의 입장에서는 사전 상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단행된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는 “이번 공시 변경과는 무관한 정기 인사”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넥슨 또한 “엔씨소프트의 인사 방침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양사 모두 윤 사장에 대한 인사가 이번 경영권 공방과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는 셈이다.

○ 김범수, 이해진 간의 경쟁도 심화

두 사람과 함께 한국 벤처 1세대로 꼽히는 다음카카오 김범수 의장과 네이버 이해진 의장도 동업자에서 피할 수 없는 ‘라이벌’ 관계로 변했다. 두 사람은 서울대 공대 86학번 동기이자 삼성SDS 입사 동기, NHN 공동대표 등 특별한 인연을 이어 왔지만 지금은 살아남기 위해 꼭 이겨야 할 ‘숙명의 라이벌’로 거의 모든 사업 영역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의 경쟁은 최근 ‘투명성보고서’ 발표 시점을 두고 불꽃이 튀었다. 네이버는 다음카카오 발표 예정일 하루 전 투명성보고서를 기습 발표하며 ‘국내 첫 번째 투명성보고서’라는 수식어를 낚아챘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대 공대 4인방은 함께 대학을 다니며 성장한 친구이자 국내 IT 벤처를 이끌어 온 동반자”라며 “하지만 지금은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는 꼭 밟고 일어서야 할 경쟁자가 됐다”고 말했다.

서동일 dong@donga.com·곽도영 기자
#엔씨소프트#경영권#분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