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회고록, 참모와 합작품… 노무현-DJ-노태우 順 팔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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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시간’ 2월 출간… 역대 지도자 회고록의 세계

대통령 회고록은 이슈 메이커?

이명박(MB) 전 대통령(74)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알에이치코리아)이 다음 달 2일 출간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과 출판계가 벌써부터 술렁이고 있다. 출판사 측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는 배제됐다”고 밝혔지만 현재 논란 중인 4대강 사업과 해외 자원개발 외교 등에 대한 MB의 생각과 반론이 어느 정도 담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대통령 회고록이 나올 때마다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MB 회고록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 회고록은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 출판계 돌고 돌았던 MB 회고록… 속사정은?

이명박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MB 회고록은 2013년 2월 이 대통령이 퇴임한 뒤 2년 만에 출간된다. 회고록은 출간까지 여러 출판사를 거쳤다. 지난해 초에는 ‘안철수의 생각’을 낸 김영사와 출간이 논의됐지만 김영사 내부에서 반대 의견이 나온 데다 회고록 출간에 적극적이던 박은주 전 대표가 지난해 6월 퇴사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B출판사 등 다른 출판사와 출판 논의를 하다 지난해 중순 알에이치코리아로 결정됐다.

회고록은 800쪽으로 구성된다. ‘나는 대통령을 꿈꾸지 않았다’는 제목의 1부는 성장기와 현대 재직 시절, 2부에서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사업과 자원개발 외교를 비롯해 남북 정상회담 추진, 세종시 수정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MB는 회고록 출간을 위해 2013년 5월부터 1년 이상 매주 MB 정부 당시 장관과 대통령실장, 대통령수석비서관 등 참모들과 회고록 회의를 가졌다. MB 본인이 워낙 꼼꼼해 편집자가 발견하지 못한 오타까지 잡아내 출판사가 곤혹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알에이치코리아 양원석 대표는 “김두우 전 대통령홍보수석이 편집장 역할을 했다”며 “계약상 출판사가 어떤 정보도 MB 허락 없이는 공개해서는 안 돼 출판 사실을 외부에 알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회고록은 정치 분야보다는 정책 결정 과정과 한미관계 물밑 조율 등의 내용이 주로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정치와 관련된 얘기는 아무래도 민감하지 않으냐. 박 대통령과의 관계 등은 2, 3년 뒤에 준비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 대통령 회고록은 뜨거운 감자


출판계에서는 대통령 회고록 출간을 마냥 환영하지는 않는다. 출간까지의 과정이 까다로운 데다 자칫 회고록을 통해 재임 시절 각종 의혹이나 논란에 대해 변명만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 출판사 이미지가 나빠질 수도 있기 때문. A출판사 관계자는 “회고록은 일정한 판매량을 기대할 수 있지만 출간 목적이 ‘폭로’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고 했다.

실제 노태우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1992년 김영삼 당시 민자당 후보에게 3000억 원대 대선자금을 제공했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전임 대통령에게 독설을 퍼부은 반면 외환위기의 책임은 감추고, 치적은 자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B출판사 편집자는 “회고록이 자화자찬이 되면 판매량도 높지 않고 논란만 초래하다 끝난다”고 밝혔다.

○ 역대 대통령 회고록 판매 순위는?


동아일보가 교보문고, 예스24와 함께 2000년 이후 역대 대통령 회고록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진보 성향 대통령의 회고록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회고록 ‘성공과 좌절’이 10만 부 내외로 1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자서전’이 2위를 기록했다. 이어 노태우, 김영삼 회고록 순이었다. ‘외로운 선택의 나날’(윤보선 회고록)은 1991년 출간됐지만 절판된 후 윤보선대통령기념사업회에서 비판매용으로 현재 제작하고 있다. 예스24 김태희 MD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회고록은 서거 이후에 출간돼 독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현직 박근혜 대통령의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는 2007년 발간 당시에는 3만 부가량 판매됐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 후 2배가량 더 팔렸고 중국에서도 출간돼 인기를 끌었다. 이에 따른 영향인지 MB 회고록도 대만과 중국에서 출간된다.

회고록은 집단 기록의 산물이지만 인세는 대통령의 몫이다. 일반 작가 인세(7∼8%)가 아닌 베스트셀러 작가 수준(10∼12%)으로 책정된다. 각 출판사에 따르면 노태우 박근혜 회고록 인세는 본인에게, 김대중 자서전 인세는 이희호 여사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 회고록 인세는 재단법인 ‘아름다운 봉하’에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가장 빨리 회고록을 냈다. 퇴임 후 2년이 안 된 2000년 1월 회고록을 출간했다. 반면 노태우 전 대통령과 윤보선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퇴임 후 각각 18년과 29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한편 이승만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전 대통령은 회고록 자체가 없다. 전 전 대통령은 일기 등을 토대로 회고록을 준비했지만 2013년 재산 환수 문제로 회고록 작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종 zozo@donga.com·고성호 기자
#이명박#대통령#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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