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GISELE BUNDCHEN! 이 시대의 진정한 서바이버 지젤 번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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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1월 26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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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유명한 이야기지만 세기의 섹시 스타 마릴린 먼로가 말했다. 자신은 샤넬No.5만 입고 잔다고. 1921년에 첫 출시된 이래 여성들의 로망을 넘어서 전설이 된 샤넬 No.5가 올해 새 단장에 나섰다. 샤넬 No.5의 일부 성분(향수의 성분 중 하나인 참나무 이끼)이 일부 사람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고 EU의 규제로 인해 전면 교체되어야 하는 시점인지라, 샤넬 No.5에 있어서는 새로운 포지셔닝 마련과 함께 다시 한 번 브랜드 이미지를 굳힐 필요가 생겼다.

이러한 상황에서 샤넬은 지금까지 한 번도 광고에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아이 엄마’를 전면에 내세우는 도박을 한다. 바야흐로 ‘원숙한 여성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아이가 마이너스 요인이라기보다 플러스 요인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아이를 키우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현대적인 여성상과 가장 닮은 인물은 누구일까. 대답은 최근 공개된 샤넬 No.5의 멋진 패션 필름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이번에 샤넬 No.5의 새 얼굴이 된 슈퍼 모델 지젤 번천이 그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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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패션계에는 이런 말이 있다. ‘최고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이 최고다.’ 약육강식의 정글과도 같은 패션계에서 살아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비유하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젤 번천은 진정한 의미의 서바이버라고 할 수 있다.

2014년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가 발표한 가장 수익을 많이 올린 모델 랭킹에서 8년 연속으로 브라질 출신 지젤 번천이 정상의 자리를 차지, 건재함을 과시했다. 지난 1년간 그녀가 벌어들인 수익은 자그마치 4천7백만 달러(약 4백79억원)로 1시간당 5백만원씩 벌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2위를 차지한 같은 브라질 출신의 모델 아드리아나 리마의 수익은 8백만 달러(약 80억원)로 그 차이가 약 4천만 달러에 달해 지젤의 절대적 우위를 보여준다. 이 결과는 그녀가 그 전년에 벌어들인 수익보다도 약 5백만 달러가 상승한 수치이기도 하다.
유명 슈퍼 모델인 클라우디아 시퍼와 나오미 캠벨도 현재의 패션계에 진정한 의미의 슈퍼 모델은 지젤 번천밖에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지젤 번천의 수입은 지난해 여배우 순위 2위를 차지하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대세 여배우, 영화 ‘헝거게임’의 헤로인 제니퍼 로렌스가 벌어들인 3천4백만 달러를 뛰어넘는 수치이며 4위, 5위, 6위를 차지한 기네스 팰트로의 1천9백만 달러, 카메론 디아즈와 안젤리나 졸리의 1천8백만 달러의 2배를 넘는 액수다.
사실 타고난 체형과 몸매가 생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델들에게 출산은 큰 전환점이 되는 요소이기에, 이때 몸매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시 예전으로 복귀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된다. 또 이때 모델로서의 화려한 복귀가 가능하냐 아니냐가 판가름 나는 편인데, 지젤 번천은 2009년과 2012년 2차례의 임신과 출산 과정을 잘 넘기며 전성기 못지않은 몸매로 복귀, 이전과 다름없는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젤 번천이 처음 모델 세계로 발을 들인 것은 그녀의 쌍둥이 언니인 패트리샤와 함께 모델 스쿨을 다니기 시작한 1993년, 당시 그녀의 나이 13세 때이다. 1996년 16세가 되자 그녀는 고향인 브라질을 떠나 뉴욕에서 모델 생활을 시작하게 되고, 곧 각종 패션쇼 무대의 주역이 된다. 특히 그녀는 이제는 캣워크의 모델이라 하면 머릿속에 어김없이 먼저 떠오르는 걸음걸이, 마치 말처럼 성큼성큼 큰 폭으로 걸음을 딛으며 앞뒤로 차내듯 걷는 바로 ‘호스워크(Horse-walk)’로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고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의 1998년 패션쇼에서 깊은 인상을 남겨 최고의 유명 디자이너들로부터 차례차례 러브콜을 받으며 슈퍼 모델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지젤 번천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큰 계기는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와의 교제였다. 할리우드의 촉망받는 미남 배우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2000년도부터 약 5년간 사귀면서 그녀는 ‘레오의 여인’으로 상당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그 화려했던 연애는 디카프리오의 여성 편력이 이유가 되어 종지부를 찍게 된다. 그 후 2006년 말부터 그녀는 미식축구계의 왕자님이라 불리는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쿼터백 톰 브래디(Tom Brady)와 새로운 연애를 시작, 2009년 2월에 결혼에 골인했고 그해 12월에는 아들 벤자민을 출산하게 되며 마마 모델의 대열에 합류한다. 그 3년 뒤인 2012년 12월에는 딸 비비안을 낳아 현재 브래디와의 사이에서 1남 1녀를 두고 있는데, 남편 브래디에게는 지젤 번천과 교제하기 전에 사귀었던 여배우 브리짓 모나한 사이에 아들이 하나 있다. 아들인 존은 어머니인 브리짓 모나한과 살고 있지만 정기적으로 아버지인 브래디와 만나며 지젤 번천과의 사이에 둔 두 자녀 벤자민, 비비안과도 아주 잘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톰 브래드와 지젤 번천은 파파라치의 표적이 되는 슈퍼 커플인 터라 일상생활 사진이 자주 노출되곤 하는데, 특히 지젤 번천이 존을 챙겨주는 모습과 존이 벤자민, 비비안과 잘 노는 모습이 보는 이들을 훈훈하게 한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젤 번천은 존을 친아들처럼 생각한다고 말했고, 브리짓 모나한 역시 지젤 번천이 낳은 벤자민과 비비안 역시 아들 존의 가족이라고 인터뷰를 한 적이 있을 정도로 이들은 가깝게 지내고 있다.

한국에서는 미식축구가 인기 스포츠가 아니라 크게 실감이 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미국에서 톰 브래디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고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 인기 절정의 미남 스포츠맨과 슈퍼 모델의 결합은 이전 ‘세기의 결혼’을 간단히 무시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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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젤 번천이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진 또 하나의 계기는 미국의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의 메인 모델로 오랫동안 활약한 것이었다. 빅토리아 시크릿이 단순한 란제리 브랜드를 넘어서 하나의 신드롬이 된 것은 매년 한 차례 지상파 방송사(CBS)와 함께 톱 가수들의 공연과 결합된 거대한 란제리 패션쇼를 열기 때문이다. 모델에게 있어 이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는 섹시한 슈퍼 모델로 등극하는 상징적인 이벤트인데, 이 패션쇼에 서게 되는 모델인 ‘엔젤’로 선정되면 그 순간부터 그녀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작년 ‘포브스’ 모델 수익 랭킹 상위를 차지한 모델들의 대부분은 현재 빅토리아 시크릿의 엔젤이거나 과거 엔젤 출신들이다. 지젤 번천은 2000년도부터 7년간 엔젤의 자리에 머물렀을 정도로 빅토리아 시크릿의 대표 모델이었기에, 많은 대중은 지젤을 환상적인 몸매를 가진 것으로 기억한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란제리 모델로 캣워크를 누비는 지젤 번천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은 비단 남성들만이 아니다. 그녀의 완벽한 몸매를 보면서 감탄하는 여성들이 더욱 많기에, 엔젤로 활약하던 당시 그녀가 입고 나온 아이템들은 어김없이 완판이 됐다. 그녀 자체가 최고의 베스트셀링 아이템이었다.

그녀가 빅토리아 시크릿의 엔젤을 그만두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전 세계의 수많은 란제리 브랜드들이 그녀에게 열렬한 구애를 했고, 그 구애자 중에는 한국의 란제리 브랜드도 있었다. 지젤 번천에게 그녀가 아직 한 번도 접하지 못한 한국의 란제리 브랜드, 그것도 홈쇼핑 베이스의 광고 작업을 함께 하자고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홈쇼핑의 이미지가 상당히 좋은 편이지만, 외국의 홈쇼핑 이미지는 촌스럽고 패셔너블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한국 란제리 브랜드를 설명하기 위해 애를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작업을 꼭 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줘요.” 그녀 특유의 브라질리언다운 영어 악센트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이 란제리의 대대적인 이미지 변신을 꾀하기에 적합한 모델은 당신밖에 없다고 판단했어요. 마치 지금의 당신처럼요. 모델로서의 삶에 결혼, 출산, 육아 등이 더해진 새로운 당신의 삶처럼 이 브랜드도 새롭게 거듭나고 싶어해요”라고 말하자 그녀는 경쾌하게 말했다. “좋아요, 함께 가요!”

촬영 현장에서의 지젤 번천은 브라질 사람다운 명랑함과 낙관적인 태도를 보여주었고, 최고 모델로서의 포즈 덕분에 진행은 매끄러웠다. 스태프들은 연신 “역시 슈퍼 모델이라 다르다”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베테랑 란제리 브랜드 모델로서 그녀는 클라이언트에게 착용 시의 느낌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조언해주어 왜 아직도 그녀가 슈퍼 모델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지젤 번천, 그녀는 1999년 미국판 ‘보그’지 커버에 처음 등장한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 패션지 및 잡지의 커버 모델로 총 6백 회 이상 등장했다고 한다. 전성기가 지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무안하게 만들며 2010년부터 지금까지 두 달에 한 번꼴로 패션지의 표지에 등장, 여전히 전성기임을 증명한다.
현존하는 최고의 패션 포토그래퍼들인 마리오 테스티노, 스티븐 마이젤, 패트릭 드마셸리에 등의 러브 콜이 끊이지 않으며, 샤넬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역시 지젤 번천이야말로 살아 있는 전설이라고 언급하며 그녀를 샤넬의 No.5 모델로 기용했다. 다시 말하지만 그녀는 패션계라는 정글에서 그녀만의 왕국을 건설한 진정한 서바이버이다.


Joel Kimbeck
뉴욕에서 활동하는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네스 팰트로, 줄리아 로버츠, 아만다 사이프리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함께 작업해왔다. 현재 ‘퍼투’를 이끌며 패션 광고를 만들고 있다. ‘레드 카펫’을 번역하고 ‘패션 뮤즈’를 펴냈으며 한국과 일본의 미디어에 칼럼을 기고한다.

글·조엘 킴벡 | 사진·뉴시스AP REX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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