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도약의 출발점은 고객 한사람 한사람… 금융, 성찰과 도전에 나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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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금융 CEO들의 신년사에 나타난 경영 방향

올해 은행권의 화두는 ‘변화와 혁신, 경쟁’으로 요약된다. 저금리·저성장으로 시중은행들의 수익성이 바닥을 기는 요즘, 은행마다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먹을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KB금융과 우리은행은 지난해 수장(首長)이 바뀌었고 하나금융은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을 앞둔 만큼 조직 구성원들의 의욕이 크다. 기술금융과 창조금융을 앞세워 은행권에서 부각되고 있는 IBK기업은행, 인수·합병(M&A)으로 금융권의 새로운 강자가 된 NH농협금융도 각오가 남다르다. 이들을 견제해야 하는 1등 금융그룹(총자산 기준)인 신한금융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이들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 및 각자의 신년사를 통해 올해의 경영 철학과 포부를 밝혔다.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뒤처져”

CEO들은 올해 금융계를 둘러싼 환경이 그 어느 해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변화에 적응하고 살아남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봤다. 한순간이라도 방심하거나 자만하면 순식간에 업계 순위가 바뀔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수년째 저성장·저금리가 이어져 순이자마진(NIM)이 떨어지고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여기에 하나·외환은행이 합병을 통해 훨씬 몸집을 키워 경쟁에 나설 태세”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올해는 고객 한 분, 한 분을 모셔오기 위한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라며 “결국 고객 기반을 늘리고, 핀테크(Fin-Tech) 등을 통해 혁신하는 것만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은행 간 합병이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앞두고 있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어려운 금융환경을 극복하고 도약하기 위해 ‘혁신’에 집중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보였다. 김 회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잘 마무리해 하나금융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고객을 위한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과거에 성공한 방식이라도 변화가 필요하다면 다시 바꿔야 한다”며 “높이 올라가더라도 또다시 한 발 나아가겠다는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의 마음으로 올해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조직과 채널의 과감한 변화를 예고했다. 권 행장은 “지난해 우리는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모뉴엘 사태’ 등 여러 악재를 겪으면서 우리를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며 “앞으로도 금융권의 경계와 칸막이가 사라지고 고객은 더 좋은 상품을 찾아 끊임없이 옮겨 다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핀테크 열풍은 은행의 경쟁자가 누군지도 모를 만큼 거센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모바일 채널 확산에 맞춰 새로운 채널 전략과 조직 구조를 도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직 재건, 글로벌시장 진출에도 박차

지난해 극심한 내홍을 겪은 KB금융은 조직의 화합과 재건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경영 정상화의 해답을 ‘현장’에서 찾겠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지역본부장과 지점장의 책임 및 권한을 강화해 작은 CEO의 역할을 맡길 계획”이라며 “서로 돕고 격려하며 본부장·점장이 신바람 전파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또 “그룹의 위상을 회복하는 전기(轉機)를 마련할 준비는 마쳤다”며 “고민과 검토를 거쳐 방향을 설정했다면, 실행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종룡 NH농협금융 회장은 “농협금융 출범 4년 차인 올해에, 우리는 반드시 외형에 걸맞은 수익성 제고와 새로운 고객신뢰 구축에 매진해야 한다”며 “각 계열사는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할 부문을 선택해서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주하 NH농협은행장은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챙기는 ‘마이크로 경영’을 올해 경영 슬로건으로 삼을 계획이다. 김 행장은 “지난해가 자산 성장을 통해 뿌리를 내리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건강하게 가지를 뻗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글로벌 진출에 주력한다는 목표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글로벌 시장에 은행과 비은행의 복합 진출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본다는 방안을 내놨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은행은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신시장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은행뿐 아니라 신한카드는 카자흐스탄에 소비자 금융 회사를 설립하고, 증권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라며 해외진출 비전을 제시했다. 한 회장은 이어 “작은 성취에 자만하거나 안주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경영환경이 격변하는 시기일수록 잠시라도 방심하면 승자와 패자는 한순간에 뒤바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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