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여론 업은 부자증세… 오바마 승부수, 巨野의 벽 넘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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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엔 부자증세 합의안 이끌어내… 이번엔 공화 장악 의회통과 힘들듯
서민들은 호의적… 타협 가능성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내건 총 3200억 달러(약 345조 원) 규모의 ‘부자 증세’는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후 지속적으로 부자 증세를 추진해오면서 공화당과 일진일퇴를 거듭해왔다. 지금까지 성적은 ‘1승 1패’다.

두 번째 대선을 앞둔 2012년 4월 이른바 ‘버핏세’ 도입 법안을 추진했으나 상원에서 부결됐다. 버핏세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고소득층이 세금을 덜 내는 구조를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 데서 착안한 것으로, 연소득 100만 달러(약 10억8000만 원) 이상 부자들의 소득세율을 17%대에서 30%로 높이는 내용의 부자 과세법안이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2013년 1월 공화당을 압박해 6000억 달러(약 690조 원) 규모의 부자 증세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20년 만의 증세였다. 연소득 45만 달러(약 4억9000만 원) 이상의 고소득 가구의 소득세율을 35%에서 39.6%로 올리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번 증세안에 대해 워싱턴 정가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다. 2년 만에 또 증세를 추진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핵심이다. 게다가 민주당이 상원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2년 전과는 달리 현재는 상하 양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제 개편은 이민개혁 등 다른 이슈와 달리 대통령 행정명령만으로 추진할 수 없고 법을 고쳐야 해서 의회의 벽을 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증세안은 연 50만 달러(약 5억4000만 원)를 넘는 가계의 자본소득에 대한 최고세율을 현 23.8%에서 28%로 올리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공화당의 ‘돈줄’이라 할 수 있는 월가 대형 은행을 겨냥하고 있어 공화당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백악관은 자산 규모 500억 달러(약 51조1000억 원) 이상 은행의 부채에 이자 외에 0.07%의 수수료까지 물려 세수를 확보할 계획이다.

그렇다고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6년 대선에서 8년 만의 정권 교체를 노리는 공화당으로선 중산, 서민층이 호의적인 부자 증세를 모르쇠로 일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CNN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중 무려 81%가 대통령의 중산층 살리기를 강조한 신년연설에 전폭적 지지를 보였다. 내년 대선을 겨냥해 수년 동안 히스패닉 등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 끌어안기 노력을 해온 공화당으로서는 대통령이 제시한 원안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간 지점에서의 증세안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들도 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부자증세#오바마#버핏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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