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TV] 믿고 보는 배우 하정우, 감독으로서의 점수는요?

  • 우먼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9일 21시 15분


코멘트


하정우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허삼관’이 1월 14일 드디어 뚜껑을 열었다. 앞서 연출한 ‘롤러코스터’가 저예산 영화였던 데 반해 이번 작품은 1백억원을 투자한 대작이라는 점에서 더 관심을 모은다.

“배우들이 편하고 쉽게 연기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러면서도 감독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존경심까지 우러났다.”

‘허삼관’에 출연한 배우 장광은 이 영화의 감독과 연출을 맡은 하정우(37)를 이렇게 평했다. ‘추격자’ ‘황해’ ‘범죄와의 전쟁’ 등을 통해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하정우는 국토 대장정을 소재로 한 영화 ‘577프로젝트’를 기획하는가 하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까지 잡은 ‘롤러코스터’로 ‘오사카 아시안 필름 페스티벌’에서 신인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다재다능한 능력을 발산해 왔다.

그가 이번에 감독과 주연을 맡은 ‘허삼관’은 가족을 위해 피를 파는 한 남자의 고단한 삶을 풍자적으로 그려낸 중국 작가 위화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바탕으로 하되, 배경을 1950~60년대 한국으로 바꿨다. 하정우는 제목에서 ‘매혈기’를 뺀 이유에 대해 “허삼관과 그의 가족이 왜 피를 파는지와 그 후 전개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매혈 자체가 아니라 가족을 위한 희생하는 가장의 모습과 가족애에 더 무게를 뒀다는 것이다. 피를 팔아 살아가는 허삼관의 눈물 나면서도 웃긴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원작이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그에 대한 부담감도 컸다고 한다.

엉덩이의 힘으로 만들어낸 영화
“사실 이 작품을 연출하면서 너무 힘들어서 수백 번 후회했어요. 수많은 감독님들이 이 소설에 관심을 가졌음에도 영화로 만들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던 거죠. ‘재능으로 할 수 없다면 엉덩이 힘으로라도 해야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더 노력하고 공부하면서 만들었습니다.”

영화에는 그의 아내 옥란 역의 하지원을 비롯해 이경영, 장광, 전혜진, 김성균, 정만식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한다. 정만식은 “하정우 감독의 디렉션은 단순했다. 좋으면 좋았다고, 혹은 어떤 점이 어땠다고 섬세하게 말해줬다. 그리고 항상 ‘형은 어떠셨어요?’ 하며 배우들의 의견을 물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정우는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고, 배우의 의도를 못 읽었을 수도 있어서 배우에게 먼저 물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덕분에 ‘허삼관’엔 배우들의 개성이 또렷이 살아 있다. 하정우는 이를 음식이 비유했다.
“이경영 선배님은 온 가족이 모였을 때 보란 듯이 내놓을 수 있는 묵직한 갈비찜, 장광 선배님은 깊은 맛이 나는 불낙전골, 전혜진 선배님은 부드러우면서 담백한 매력의 크림파스타, 김성균 씨는 흔하지만 없으면 서운한 감자조림이나 오이소박이 같은 반찬, 정만식 씨는 겉모습은 거칠지만 맛을 보면 굉장히 달콤한 단호박 찜, 마지막으로 하지원 씨는 거친 바다를 거슬러 오르는 거침없는 활동성과 부드러운 매력의 연어 같아요.”

이에 이경영은 “하정우 감독은 갈비찜, 불낙전골, 오이소박이, 파스타, 연어 등 모든 것을 섞어 만든 음식 같은 사람이다. 이 모든 걸 섞어도 깊은 맛이 나는 매력이 있다”고 화답했다.

글·김명희 기자|사진·동아닷컴 제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