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임영주 교수의 ‘지금은 부모교육 시대’

  • 입력 2015년 1월 6일 15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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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을 갖춘 행복한 아이로 키우는 2015년 신(新)육아법
임영주 교수의 ‘지금은 부모교육 시대’

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자라나는 우리 아이. 과연 올바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또는 내가 부모로서 제 역할을 잘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불안감에 휩싸인 부모들을 위해 준비했다. 전국을 부모교육 열풍으로 들썩이게 한 임영주 교수가 전하는 2015년 신(新)육아법.


EDITOR 김수석 PHOTOGRAPHER 권오경

많은 부모가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이 육아라고 말한다. 일에는 어느 정도 답이 정해져 있지만, 육아에는 답이 없는데,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식 키우기 어렵다”, “자식만큼 제 뜻대로 되지 않는 것도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게다가 아무리 거금을 들여 조기교육을 시키고 온갖 뒷바라지를 다 했음에도 ‘문제적 아이’는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는 유명인사나 연예인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2014년에도 부모 속 썩이는 자녀들의 소식은 끊이지 않았다. 유명 인사들도 피해가지 못하는 자식 키우기의 어려움. 어떡하면 자식 농사에 성공한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부모가 변해야 자녀가 변한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원하는 소망들로 가득하지만, 교육문제만큼 그 변화를 절실히 소망하는 것도 드물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최대 관심사는 출산, 육아, 교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가운데 2014년 한 해를 누구보다 바쁘게 보낸 이가 부모교육전문가 임영주 교수다.

임 교수는 2014년 한 해 동안 100여 건에 달하는 강연과 교사연수, 워크숍 진행 등에 참여하였고, 아동문학가로서 유아교육 분야의 일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도 <나는 왜 아이와 말할 때 화가 날까 : 우리 아이 언어로 디자인하라>, <엄마라서 행복해, 내 아이라서 고마워>의 부모교육서적까지 집필해냈다.

그중 <엄마라서 행복해, 내 아이라서 고마워>는 2015년 세종도서(구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임 교수가 부모교육에 이토록 열정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가족시절에는 내리사랑 같은 자연스러운 양육태도와 형제들끼리의 우애 등이 작용해서 자녀들의 사회성이 무난하게 형성되었어요. 하지만 지금의 부모들은 소위 베이비붐 세대 혹은 30, 40대 젊은 세대지요. 그리고 이들의 부모였던 세대들은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굉장히 힘든 과정을 거친 세대였어요. 그래서 ‘내 아이만큼은 고생을 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로 자녀를 키웠어요. 그러다 보니, 오늘날의 부모들은 제대로 된 사랑이 아니라 익애형 사랑,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양육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며 시행착오를 겪고 있어요. 현대의 젊은 부모들에게는 부모교육이 너무나 절실하게 필요해요.”

더욱이 딩크(DINK)족이라는 말처럼 아이를 낳는 것이 선택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자녀를 키우는 것에도 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 되었다. 그러니 이제는 부모가 되기 위한 교육이 꼭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부모교육의 중요성을 오래전부터 피력하며 ‘찾아가는 부모교육’의 초석을 만든 이가 바로 부모교육전문가 임영주 교수다.

육아, 자녀교육이라는 말은 익숙해도 ‘부모교육’이라는 말은 생소하고 어색하기까지 했던 시절에 임 교수는 방송과 언론에 부모교육전문가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부모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러한 임 교수의 생각과 활동은 꽃을 피워, 많은 기업과 지자체에서 부모교육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바쁜 현대의 부모들은 아이 교육에 지나친 관심과 무관심으로 양분화돼요. 지나친 부모 위주의 관심이 아이를 힘들게 하고 또는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무심해질 수 있지요. 하지만 현명한 부모라면, 우리 아이의 재능과 관심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과 기다려주기가 필요해요. 수시로 변하는 교육환경과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는 자녀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생애주기에 맞는 지속적이고 꾸준한 부모교육이 필요합니다.”

임 교수는 지난 10, 11월에 충북교육청과 MOU를 체결해 충북의 7개 지역을 돌며 부모들의 고민을 속 시원히 해결해주는 ‘찾아가는 부모교육 콘서트’를 열었다. 처음에는 학부모의 참여가 저조한 형식적인 행사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막상 강연회를 시작하자, 매회 강연장은 발 디딜 틈 없이 학부모들로 넘쳐났다. 한 시간 먼저 도착해서 자리를 맡아 놓고 또래의 학부모들과 정보를 교환하는 것은 물론, 뒤늦게 도착한 학부모들은 강연장의 사이 계단에 걸터앉아 강연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임 교수는 강연마다 학부모들을 울고 웃기며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 냈다. 본 강연은 자녀의 학습 방안에만 초점을 맞춘 부모교육이 아닌 자녀교육의 원칙과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좋은 부모 노릇에 대한 해법을 알려주었다.

특히 좋은 부부, 좋은 부모, 좋은 사람이 되는 올바른 방법을 제시하며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실전 육아노하우를 전했다는 평을 받았다.

“아이를 낳고 나서 부모교육 받는다고 생각하면 늦어요. 부모가 되기 전부터 건강한 임신과 출산에 대해 사명감을 가지고, 결혼과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해요. 부모교육은 어찌 보면 작은 부분 같지만 건강한 사회를 이루는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 부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 많은 이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따뜻한 가슴으로 아이를 키우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요.”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있다. 달리 말하면, 부모의 문제가 아이의 문제가 되고 부모의 인성이 아이에게 대물림된다. 아이들에게 아무리 좋은 심리치료,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해도 부모가 바뀌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부모가 건강하게 바로 서야, 아이들도 건강해진다.


자녀교육이 힘들다면, ‘밥상머리’에서부터 새로 출발하라

부모가 겪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자녀와의 소통이다. 아이가 커갈수록 자녀와의 소통에 대한 부모의 걱정은 늘어간다. 단순히 먹고 재우는 단계를 벗어나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시점이 오면 난감한 상황이 한둘이 아니다.

게다가 별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아이에게 상처가 될까봐 걱정스럽기도 하다. 이에 임 교수는 부모와 자녀와의 효과적인 소통을 위한 ‘가족의사소통 특강’을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아이는 커 가는데 부모의 말은 별로 달라지지 않아요. 초등학교 1학년한테 하는 말이나 중학교 1학년한테 하는 말이 같다면, 아이와의 소통이 원활히 이뤄질리 없지요. 그래서 아이의 성장에 맞는 눈높이 대화법이 필요하지만, 부모에게 있어 아이는 그저 언제나 어린아이일 뿐이에요. 그러다보니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쉽게 무시하거나 아이의 작은 감정변화에도 지나친 반응을 보여 아이와 마찰이 잦아지고 감정의 골이 깊어가요.”

이에 임 교수는 자녀와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에게 식사시간을 잘 활용할 것을 당부한다. 실제, 노벨상 수상자의 30%를 배출한 유대인들은 매주 금요일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 시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아이들에게 예절과 전통을 가르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학교폭력문제 등으로 인성교육이 강조되며, 인성교육을 가정에서부터 되살리자는 취지로 ‘밥상머리 교육’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에 따라 교육부는 매주 수요일을 ‘가족 사랑의 날’로 지정하고 밥상머리 교육을 장려하고 있다.

“밥상머리 교육은 단순히 밥만 같이 먹는 것이 아니라, 재료 준비부터, 조리, 정리까지 모든 과정을 자녀를 포함한 온 가족이 함께하는 것이에요. 이를 통해 아이들은 부모와의 정서적인 안정감과 유대감을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밥상머리교육이 ‘교육’으로 치중될 때 자칫 일방적인 훈계나 아이의 잘못을 꾸짖는 자리로 변질되기 쉬워요. 효과적인 밥상머리 교육을 위해서는 식사시간에 TV나 스마트폰을 꺼두고, 아이의 말에 공감하고 칭찬하는 대화법을 미리 익히는 것이 필요해요.”

임 교수는 부모의 역할을 판소리에서의 고수의 역할에 비유한다. ‘1고수 2명창’이라는 말처럼 고수는 무대의 중심에 서지는 않지만, 명창이 완창하기 위해서는 고수의 추임새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아기의 아이라면, 부모가 아이의 말에 “어머나, 세상에!”라는 추임새를 적절히 넣고, 아이가 청소년이라면 “음~ 음~ 그랬어?”라는 반응을 보여 대화를 원활히 이끌어 갈 수 있다.

“자녀와의 대화 속에는 스킨십이나 따뜻한 눈길, 경청하고 반응해주는 모든 것이 포함돼요. 특히, 문장을 구사하기 시작하는 유아기의 아이들이라면 평소 사랑의 말을 많이 해주고 아이의 말에 맞장구치며 들어주는 자세가 중요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의 말과 행동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걸 꼭 기억하세요. 자녀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하면, 부모가 아무리 좋은 가르침을 줘도 자녀가 받아들이지 않거든요.”

‘아빠’와 ‘조부모’을 위한 육아코칭

2014년, ‘아빠육아’와 ‘조부모육아’가 사회적인 관심이 되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관심은 2015년에도 여전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공중파 3사의 육아예능 프로에서 아빠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그와 함께 친근한 이미지의 ‘프렌디대디’를 넘어 육아에 적극 참여하는 ‘슈퍼 대디’를 목표로 하는 아빠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아빠가 아이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엄마와 같거나 그 이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특히 아빠와의 놀이가 아이의 사회성과 감정조절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영국 뉴캐슬 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어린 시절에 아빠와 독서, 여행 등의 가치 있는 시간을 많이 보낸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지능지수가 높고 사회적인 신분 상승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신체를 이용한 놀이를 많이 해주는 아빠를 둔 아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아빠와 오랜 시간을 보낸 아이들이 활동성도 뛰어나고 사람을 대할 때 생기는 여러 갈등도 잘 이겨낸다는 것이다.

“아빠의 육아 참여는 자녀의 사회성 발달에 큰 힘을 발휘해 교육환경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요. 학교폭력, 왕따 등의 청소년 문제의 많은 부분이 사회성 결여에서 비롯됨을 볼 때, 이제는 아빠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가 절실한 시대가 되었지요. 흔히 아빠들은 아이와 놀아줄 시간이 없다는 변명을 하는데, 30분 정도만 집중해서 놀아주는 것으로도 큰 교육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아이가 어렸을 때 정서적 유대관계를 형성해놓으면 아이가 사춘기가 되었을 때도 수월히 대화를 이어갈 수 있지요. 다만, 아이는 금세 자라니 때를 놓치지 마세요.”

더불어 맞벌이 부부와 워킹맘이 꾸준히 늘어나는 만큼 조부모 육아에 대한 관심 역시 계속 높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하빠’, ‘할류’ 같은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하빠’는 발음이 서툰 아기들이 아빠 역할을 하는 할아버지를 부르는 말이다.

은퇴 후 집에서 삼시 세끼 밥만 축낸다며 ‘삼식이’라 놀림을 당하던 할아버지들이 육아의 주축으로 나서기 시작하며 생겨난 말이다.

소비시장에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이 큰 손으로 떠오르면서 K-POP 한류 못지않은 ‘할류 열풍’이 불고 있다. 할류족 때문에 아이를 업을 때 두르는 포대기며 면기저귀 같은 옛날 육아용품도 다시 인기다.

손자·손녀 육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노년층은 육아에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삶의 질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2013년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맞벌이 가구의 조부모 4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2.5%의 응답자가 “육아휴직제, 탄력근무제 등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손주 양육을 그만두겠다”고 토로했다.

“아무리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주이지만 ‘애 볼래? 밭 갈래?’ 하면 밭 간다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조부모에게 육아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상담을 하다보면 부모는 부모대로 조부모는 조부모대로 ‘부딪히고, 힘들고, 서운하고, 눈물 나는’ 어려움과 갈등이 있기 마련인데, 이는 우리 집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어요.”

임 교수는 조부모 육아에서 생기는 갈등을 문제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유대감을 단단하게 만드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부모 육아에서 생기는 갈등은 근본적으로 아이를 잘 키우려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상황의 갈등도 대화의 소재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아이를 본다(양육)’는 입장이 얼마나 힘든지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에게만 ‘칭찬’과 ‘격려’가 필요한 게 아니에요. 조부모의 잘하는 점에 대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가 조부모를 존경할 수 있도록 아이 앞에서 조부모의 장점을 자주 말하는 것이 중요해요. 아이 앞에서 조부모를 깔보는 듯한 언행을 하면서 아이가 조부모의 말을 잘 듣기를 바라는 것은 말이 안 되지요. 행여 조부모의 양육방식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조부모를 가르치려 하거나 최신 육아법을 강요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조부모의 수고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표현을 자주하고 양육비는 용돈 형식이 아니라, 일정액수를 정해진 날짜에 ‘월급’ 형식으로 드리는 것이 좋아요.”

“부모가 변해야 교육문제도 풀 수 있어요. 수시로 변하는 교육환경과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는 자녀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생애주기에 맞는 지속적이고 꾸준한 부모교육이 필요합니다”

‘다문화 가정’을 위한 육아코칭

안전행정부가 2013년 7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약 75만 명의 다문화 가족이 살고 있으며 이중 약 19만 명은 만 18세 이하의 아이들이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학교에 들어갈 즈음이 되면 자신이 이 사회로부터 이질적인 존재로 대우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

이러한 시기에 이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스스로 긍정할 수 있도록 이끌어줄 일차적 책무를 지닌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이들의 ‘부모’이다. 특히 외국 출신 배우자를 둔 한국인 남편의 경우, 한국의 언어와 교육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아내를 도와 자녀의 양육과 교육에 더욱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엄마, 혹은 아빠의 고향이 ‘대한민국’이 아닌 아이들은 학교에 들어갈 즈음이 되면 자신이 이 사회로부터 이질적인 존재로 대우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되고, 정체성에 혼란을 느껴요. 다문화 배경 가정의 자녀들이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끼거나 방황할 때 이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스스로 긍정할 수 있도록 이끌어줄 일차적 책무를 지닌 사람이 바로 부모에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성인으로 자라나기 이전에 다문화 가정의 부모에 대한 극진한 관심이 필요해요. 부모교육이 자연스럽게 자녀교육으로 이어질 것이며, 가정이야말로 사회의 기초단위라는 점을 기억해야 해요.”

특히 외국 출신 배우자를 둔 한국인 아빠의 경우, 한국의 언어와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엄마를 도와 자녀의 양육과 교육에 더욱 많은 신경을 써야한다. 하지만 많은 한국 아버지들이 그러하듯, 외국 출신 아내를 둔 아버지들 역시 자녀의 양육과 교육을 ‘엄마’에게 맡겨버리고 자신은 삼자처럼 지내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한글이나 문화 등 외국인 아내들을 위한 ‘엄마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 것과 아울러, 이제는 ‘아빠교육’에 대한 관심이 절실해요. 남편이 아내에게 한국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을 은연중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고, 부부대화, 아빠육아의 영향 등에 관한 ‘부모교육’을 해야 해요. 특히 다문화 가정의 부모교육은 용어 그대로 ‘엄마와 아빠 모두’에게 초점을 맞춘 부모교육이어야 해요.”

다문화 가정의 아빠들은 마음은 있어도 몰라서 못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으므로 자녀와 아내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교육을 통해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반성하라고 강요하기 이전에 다문화 가정의 아빠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한 격려도 필요하다.

TIP ‘다문화 가정의 아빠 육아지침’

1. ‘부부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육아의 대전제를 세운다.
2. 아내에 대한 사랑을 자주 표현하고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가진다.
3. 아내의 나라를 비하하거나 무시하는 발언은 절대 삼간다. 이는 아내는 물론 자녀교육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4. 아내의 친정에 정기적으로 연락하도록 남편이 먼저 배려한다.
5. 성공적인 육아를 위해서는 부부의 의견일치가 주요 키워드다. 남편의 시간이 여의치 않거나 바쁜 경우에는 아내와 의논하여 어느 부분을 도와주어야 할지 서로의 역할을 정한다.
6. 아이와 함께할 때는 아이에게 집중하라. 양적인 시간이 아니라 질적인 시간이 중요하다.


‘사회성’과 ‘인성’ 교육부터 바로잡아야

임영주 교수는 권위 있는 사회성교육 전문가이기도 하다. <3~7세, 부모들은 모르는 내 아이의 사회생활>, <아이의 사회성 부모의 말이 결정한다>, <아이의 사회성 아빠가 키운다>의 저서를 통해 아이의 사회성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최근의 교육 경향 역시 단순히 지식만을 전달하는 교육이 아닌, 사회성을 함양하는 ‘사회성 교육’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교육학자들 사이에서도 “공부 잘하는 아이보다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가 성공한다”는 견해가 나오며 인성과 사회성 교육에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부모·자녀 간에 마찰과 문제가 있을 때 그 문제를 ‘아이’에게서만 찾는데, 사회성 및 인성이 부족한 대부분의 아이는 부모와의 관계에서부터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사회성이 형성되는 유아기에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은 아이들은 다른 사람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지요. 하지만 그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도 적절한 때와 방법이 있어요. 자녀가 어릴 때에는 직장에 다닌다고 제대로 돌봐주지 않고, 사춘기가 된 이후에야 자녀의 일에 일일이 간섭하려고 드는 것은 육아의 큰 문제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요. 부모는 자녀가 어릴 때부터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려고 노력해야 해요.”

2014년은 그야말로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온 국민이 몸소 체험한 한해였다. 경영수업보다 인성교육이 선행돼야 함을 알려준 대한항공의 ‘땅콩리턴’과 ‘이준석 방지법’이라는 인성교육진흥법을 발의시킨 세월호 참사 사건. 그리고 김해 여고생 살인사건과 윤 일병 집단구타 사망사건 같은 인권을 무참히 짓밟은 사건들이 끊이질 않고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다.
임 교수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 선뜻 나선 것 역시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절감했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지난 11월 21일 경북 포항의 오천고등학교를 시작으로 구미시의 신평, 현일, 옥계중학교와 금오, 상모고등학교를 돌며 총 2,000여 명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꿈과 미래를 심어주는 인성교육을 펼쳤다.

본 순회강연은 영남일보가 주관하고 구미시와 구미시 교육지원청이 후원한 ‘2014 구미시 밥상머리교육’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우리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학교 선생님들에게만 책임지게 하기에는 아직 우리의 교육 현실이 열악하기만 해요. 인성교육이 바로 자리 잡는 것은 ‘사회’, ‘학교’, ‘가정’의 세 부분이 균형 있게 연결고리를 이어갈 때에 가능하지요. 더불어 인성교육을 탁상공론식으로만 논의하고 부르짖을 게 아니라, 이렇게 학생들과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가는 것이 중요해요. 뜻있는 교육자들이 이러한 강연들을 계속 이어가서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임 교수는 인성교육에 있어 언어가 가지는 힘을 강조한다. 바르고 고운 말은 폭력 없는 행복한 교실을 열어주는 열쇠가 될 수 있으며,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경어 사용을 가르쳐 존중의 문화를 심어줘야 한다고 말이다.

또한, 입을 통해 나오는 말이 아니더라도 침묵, 미소, 경청이 훌륭한 대화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가르쳐야 한다고 한다. 임 교수는 존댓말이 인성교육과 ‘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룬 신간을 준비 중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고 했어요. 그리고 옛 성현들은 ‘성공하고 싶으면, 먼저 바른 습관부터 기르라’고 했지요. 현재 우리의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올바른 언어사용과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상대의 눈을 바라보는 습관이에요. 부모교육전문가로 활동하며 많은 학부모에게 자녀의 마음을 이해하고 대화하는 방법을 알려왔어요. 이제는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부모의 마음을 알려주고 대화하는 기법을 알려줄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무조건 문제적인 시점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먼저 경청하고 격려해주는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하겠지요.”

임 교수는 올바른 사회성과 인성을 바탕으로 아이의 재능을 찾아주는 데에 교육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임 교수가 강조하는 것이 발달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 교수의 ‘다중지능이론’이다.

이는 인간의 지능은 언어, 음악, 논리수학, 공간, 음악 등의 지능에 따라 다양한 재능이 발현되므로 기존의 IQ 검사만으로는 인간의 능력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일을 하며 살아가요. 그중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어쩌다 보니 지금의 일을 하게 된 사람도 있겠지요. 각자 자신의 일에 대한 만족도는 다르겠지만, 자녀들만은 적성에 맞는 행복한 일을 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공통된 마음일 거예요. 그를 위해 아이가 가진 지능을 파악하고 지능 강점을 강화하려는 육아가 주목받고 있어요.”

행복은 지능지수로 확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국의 부모는 아이의 지능지수를 행복과 연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공부만이 아이의 성공을 결정짓는 요소로 여기며 아이를 그 틀 안에 가둔다. 하지만 아이들은 저마다 강점이 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 친구들과 사이가 좋은 아이, 곤충을 좋아하는 아이 등. 부모는 아이가 잘하는 것을 칭찬해 주며 자존감이 높아지게 도와줘야 한다.

임영주 교수가 말하는 우리 아이 다큐(多Q)
EQ : 감성지수, CQ : 창의성지수, PQ : 열정지수, MQ : 도덕성지수, SQ : 사회성지수, MQ : 인맥지수, HQ : 유머지수, 인성지수

“많은 부모가 육아를 아이의 발달을 기다리기보다는 앞당겨 주는 것이라고 믿기에 육아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어요. 아이를 재촉해 나이보다 앞선 성장을 이끌려 하기보다 아이를 격려하는 긍정의 언어를 통해 아이가 바른 인성과 사회성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야 해요”

느림보 엄마의 결핍교육이 필요한 때

‘캥거루족’이라는 말이 더는 낯설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다. 캥거루족이란 어미 캥거루가 주머니에 새끼 캥거루를 안고 다니며 키우듯 자녀가 성인이 되었음에도 부모가 캥거루처럼 끼고 사는 모습을 빗대어 말하는 용어다.

하지만 정말 캥거루가 ‘캥거루족’이라는 말을 들으면 의아해 할 것이다. 캥거루는 어미의 주머니 속에서 자라지만 실제로 1년이면 독립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 발표에 따르면, 2000년 82만 명이었던 국내 캥거루족(만 25~44세)은 불과 10년 사이 1.5배 정도 증가해 116만 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됐다. 이러한 캥거루족은 세계적인 문제이다.

미국에서는 중간에 낀 세대(Betwixt and Between)라는 의미의 트윅스터(Twixter)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는 대학 졸업 후에도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결혼도 미룬 채 부모 집에 얹혀사는 세대를 이른다.

이탈리아에서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에 집착하는 사람을 일컫는 맘모네(Mammone), 영국에서는 부모의 퇴직 연금을 축내는 키퍼스(Kippers), 캐나다에서는 직장 없이 이리저리 떠돌다 집으로 돌아와 생활하는 부메랑 키즈(Boomerang Kids)라 부른다.

프랑스에서는 캥거루족을 ‘탕기(Tanguy)’라고 부르는데 이는 프랑스 영화 ‘탕기’서 따온 말이다. 영화 탕기는 삼십 대 캥거루족 아들, 탕기와 아들을 내보내려는 부모 간의 갈등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이다. 실제 프랑스에서는 성인이 된 자녀를 쫓아내려는 부모와 나가지 않으려는 자식 사이에 연간 900건에 가까운 소송이 제기된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부모에게 의지하는 자식들을 지칭하는 단어가 따로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런 자녀들이 많다는 의미겠지요.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문제가 되었고 이상적인 직업을 찾는 청년들이 많아질수록 이는 더 심각해질 거예요. 우리 사회에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취업할 생각조차 없는 ‘자발적인 캥거루족’의 증가에요. 이러한 자발적인 캥거루족의 곁에는 예외 없이 ‘헬리콥터 부모’가 있어요.”

서른 살이 넘은 자녀가 못 미더워 여전히 머리 위를 빙빙 도는 헬리콥터 부모들은 자녀의 취업과 결혼생활까지 간섭하려 들고, 그러한 부모의 양육을 받은 자녀들은 부모의 보살핌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의 도움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이나 수치심도 느끼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또 캥거루족들은 결혼하고 나서도 독립하지 못하고 배우자와 자식까지 거느리고 노부모의 집에 들어와 사는 중년 스크럼(scrum)족으로 이어지기 쉽다.

따라서 부모의 역할이란 한 인간을 자립적으로 살게 키우는 일, 그 자체이기 때문에 성인이 된 자녀에게는 ‘인정하고 지켜보는’ 부모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물이 부족해야 꽃을 피운다’는 어느 시인의 말이 있는데 이는 물이 부족해야 땅속에 있는 물을 찾기 위해서 뿌리가 안간힘을 다해 뻗어 가는 것을 뜻하는 거예요. 현재 우리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과잉교육’이 아닌 ‘결핍교육’이에요. 독립해야 할 자녀를 여전히 보호할 존재, 위태로운 존재로 본다는 건 아이가 무능력하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고 아이를 더 무능력하게 만드는 결과만을 초래해요. ‘스프링클러의 저주’를 기억하세요.”

임 교수는 자녀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도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부모의 사랑과 열정이 있어야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사랑과 열정도 지나치면 아이를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는 자식을 너무 잘 키우고 싶어 모든 걸 희생하려는 희생정신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또한, 다른 부모들만큼 노력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죄책감도 갖지 않는 게 좋다. 이를 위해 임 교수가 제안한 방법은 부모가 본인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고 ‘어떤 부모가 내 부모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지, 엄마가 어떤 눈길과 표정으로 나를 대하면 좋았는지, 성적표 드리던 날 부모가 어떤 반응을 보였으면 했는지 가만히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많은 부모가 육아를 아이의 발달을 기다리기보다는 앞당겨 주는 것이라고 믿기에 육아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어요. 몸에 좋지만 만들어 먹기는 쉽지 않은 슬로우푸드처럼 슬로우 엄마가 되려면 인내와 노력이 필요해요. 아이를 재촉해 나이보다 앞선 성장을 이끌려 하기보다 아이를 격려하는 긍정의 언어를 통해 아이가 바른 인성과 사회성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야 해요.”

올바른 인성교육을 위해서는 엄하게 가르쳐야 할 것은 분명히 경계를 두는 훈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가르치기란 쉽지 않다. 이미 학교에서도 체벌이 사라진 판국에 누가 감히 남의 자녀에게 매를 들거나 큰소리를 칠 수 있느냐고 반문하는 세상이다.

그러므로 부모가 교육의 중심에 바로 서야 한다. 많은 교육학자가 가정이 사회의 기초가 되듯 아이들의 사회생활도 가정생활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아이들에게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은 결국 부모밖에 없다고 말한다.

결국, 여러 가지 환경과 상황을 통해 보고 배우는 유아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환경은 가정환경이다. 가정에서 보고 들은 모든 것이 교육되고 자녀의 인성과 인격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올바른 ‘가정교육’이야 말로 ‘위대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위대한 교육’은 부모의 작은 행동에서 시작돼요. 러시아 교육학자 비고츠키의 말을 응용하면, 부모가 주위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어떤 책을 읽고, 어떻게 옷을 입고, 어떻게 말을 하는지를 통해 아이는 배우고 성장해요. 가정에서 이뤄지는 모든 생활이 교육이지요. 그렇다고 육아에 대해 지나친 부담감을 가질 필요도 없어요. 원망이 아니라 사랑이, 자책감이 아니라 자신감이 있는 부모여야 해요.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세상에 하나뿐인 내 아이와 부모라는 자리의 소중함을 인식해야 해요. 육아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태도가 육아의 가장 큰 걸림돌이 돼요.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기다리는 상식적인 부모의 태도면 충분해요. 그리고 우리 아이의 다큐(多Q)를 키워주세요.”


임영주 교수가 알려주는 2015년 육아수칙

1. 엄마, 아빠 육아를 효과적으로 분담하라
2. 아이의 성장주기를 기다려주는 느림보 엄마가 되라
3. 밥상머리 교육을 실천하라
4. 과잉교육보다는 결핍교육을 해라
5. 아이의 적성을 찾아주며 다큐(多Q)로 키워라
6. 부모의 행복이 아이 키우기의 비법이다, 부부 먼저 행복해라


임영주 교수는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 대표, 부모교육전문가, 신구대학교 유아교육과 겸임교수, 아동문학가, EBS 자문위원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아이와 부모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다. (BLOG. http://blog.naver.com/bumodream)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emede.net), 취재 김수석 기자(kss@egihu.com), 촬영 권오경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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