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우주론 혁명은 오늘도 진행 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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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상대성이론 탄생 100년/과학적 영향과 전망]
인류사 바꾼 핵심이론의 파급력

《 20세기 최고의 과학자로 불리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지 올해로 100년을 맞았다. 아인슈타인은 1915년 중력과 가속도의 효과가 같고, 질량을 가진 물체가 시공간을 휘게 한다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처음 발표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가속 팽창하는 우주와 빅뱅(대폭발), 블랙홀, 시간여행 등 우주에 대한 인식을 송두리째 바꾸며 20세기 과학혁명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됐다.

1915년 11월 25일, 제1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 학술지 ‘프로이센 과학 아카데미’에 3쪽짜리 짧은 논문이 실렸다. 당시 36세의 젊은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세상에 처음 공개한 순간이었다. 올해로 발표 100주년을 맞이하는 일반상대성이론은 물리학뿐 아니라 현대우주론에 대혁명을 일으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강영 경상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우주를 방정식으로 다룰 수 있게 됐다”면서 “현대우주론은 전적으로 일반상대성이론을 토대로 성립됐다”고 말했다. 》

블랙홀은 일반상대성이론이 낳은 가장 위대한 개념 중 하나다. 블랙홀에 등장하는 검은 구멍은 실제 관측 결과가 아니라 과학자들이 일반상대성이론을 풀어서 나온 값을 바탕으로 상상한 그림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블랙홀은 일반상대성이론이 낳은 가장 위대한 개념 중 하나다. 블랙홀에 등장하는 검은 구멍은 실제 관측 결과가 아니라 과학자들이 일반상대성이론을 풀어서 나온 값을 바탕으로 상상한 그림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일반상대성이론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중력의 정체를 밝혀낸 이론’이다. 강궁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인슈타인은 가속도와 중력의 효과가 같다는 ‘등가원리’를 통해 질량을 가진 물체가 시공간을 휘게 만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 중력의 정체 밝힌 일반상대성이론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기 10년 전인 1905년 특수상대성이론을 먼저 발표했다. 특수상대성이론은 빛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일 때 시간과 공간이 어떻게 변하는지 밝혀낸 이론이다. 하지만 속도가 계속 변하는 물체, 즉 가속도 운동을 하는 물체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특수상대성이론은 불완전했다.

이 문제를 고심하던 아인슈타인은 1907년 줄이 끊어진 엘리베이터에서 자유낙하하는 사람은 중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아인슈타인은 이후 이 사고실험에 대해 ‘내 생애에 가장 행복했던 생각’이라고 회상했다. 그리고 그는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교수이자 친구였던 수학자 마르셀 그로스만의 도움을 받아 일반상대성이론을 수식으로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 블랙홀과 빅뱅, 중력파의 고향

일반상대성이론은 함수 10개로 이뤄진 방정식 10개의 집합이다. 엄청나게 복잡한 만큼 방정식을 풀었을 때 나오는 답도 무궁무진하다. 중력과 시공간의 관계, 블랙홀과 대폭발(빅뱅), 우주의 가속 팽창 등이 모두 일반상대성이론을 풀어서 얻은 해답이다.

이는 아인슈타인 혼자만의 업적이 아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이 주도해서 만들었지만, 그 식을 풀어서 해답을 얻는 과정에는 수많은 과학자가 참여했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우주 초기 빅뱅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블랙홀이 언젠가는 증발해서 사라지는 존재라고 주장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공상과학(SF) 영화의 단골 소재인 시공간 여행도 미국 수학자 쿠르트 괴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풀어 얻은 답을 근거로 하고 있다.

‘빅뱅의 흔적’으로 불리며 지난해 처음 검출되면서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중력파 역시 일반상대성이론이 옳다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일반상대성이론 100주년을 맞아 미국과 유럽은 각각 중력파 관측 프로젝트인 ‘라이고(LIGO)’와 ‘버고(VIRGO)’를 통해 본격적으로 관측을 시작한다.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력파를 발견한다면 일반상대성이론을 다시 한 번 검증하는 것은 물론이고 빅뱅 직후의 초기 우주나 블랙홀을 지금보다 더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별과 행성의 중력이 시공간을 휘게 한다고 예언했다. 이 예언은 이후 태양 주위에서 빛이 휘는 중력렌즈 현상이 관측되면서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별과 행성의 중력이 시공간을 휘게 한다고 예언했다. 이 예언은 이후 태양 주위에서 빛이 휘는 중력렌즈 현상이 관측되면서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 GPS에 일반상대성이론 활용돼


일반상대성이론은 실생활에도 널리 쓰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다. GPS는 고도 약 2만 km에 떠 있는 위성에서 시간 정보를 받는다. 이 고도에서 중력은 지상의 4분의 1에 불과한데,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약할수록 시간은 빨리 흐른다. GPS 위성의 시계는 이 값을 상대성이론을 통해 보정해야 정확한 위치 정보를 알 수 있다.

이강영 교수는 “GPS 위성에서는 일반상대성이론과 특수상대성이론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면서 “위성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라 시간이 조금 느려지는 시간지연효과가 생기지만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른 시간가속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GPS 위성에서는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말했다.
페드루 페레이라 교수 제공
페드루 페레이라 교수 제공
▼ “21세기는 틀림없이 일반상대성이론의 시대가 될 겁니다.” ▼

페레이라 英옥스퍼드大교수

“21세기는 틀림없이 일반상대성이론의 시대가 될 겁니다.”

페드루 페레이라 영국 옥스퍼드대 천체물리학 교수(사진)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앞으로 몇 년 안에 중요한 물리학적 발견들이 나올 것”이라며 “이제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페레이라 교수는 지난해 일반상대성이론과 발전 과정을 담은 책 ‘완벽한 이론(Perfect Theory)’을 펴낸 상대성이론의 세계적인 전문가다. 그는 지금까지 일반상대성이론이 ‘선문답’에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공간과 시간이 어떻게 구성되고 변하는가에 대한 통찰은 최고의 지식인에게도 낙담과 의문만을 안겨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레이라 교수는 “지난 100년 동안 상대성이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돌아보면 앞으로 100년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못 박았다.

실제로 그가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유럽우주국(ESA) 등 세계 곳곳에서 일반상대성이론과 관련 깊은 대형 프로젝트가 여럿 진행되고 있다. 레이저 간섭계 우주 안테나(LISA)를 이용해 우주 팽창의 역사를 되짚거나, 위성을 쏘아 올려 블랙홀의 중심부에서 방출되는 강력한 X선을 포착하고, 호주와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전파망원경 3000개를 배치해 원시 중력파의 존재를 찾아내는 ‘스카(SKA·Square Kilometer Array)’ 망원경 프로젝트도 가동 중이다. 여기서 나온 결과들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뒷받침할 강력한 증거가 된다. 그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자신의 책 제목처럼 “완벽한 이론”이라고 평가했다. 복잡하고 난해하지만 몇 쪽 분량의 수식들로 쉽게 요약할 수 있고, 무엇보다 나온 지 1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새로운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페레이라 교수는 “최근 유능하고 젊은 과학자들이 유례없는 계산 능력으로 일반상대성이론의 한계에 도전하며 마지막 베일을 벗겨 내고 있다”면서 “현대 물리학의 중대한 변화의 시기에 물리학자로 일하고 있어 행운아”라고 말했다.
▼ 물리학자는 ‘양자역학’ 일반인은 ‘상대성이론’ 1위 꼽아 ▼

과학동아 ‘가장 위대한 이론’ 조사

‘과학동아’와 한국물리학회는 일반상대성이론 100주년을 맞아 일반인과 물리학자를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1∼15일 동아사이언스 홈페이지를 통해 ‘가장 위대한 물리학 이론’을 선정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의 자문을 토대로 선정한 물리학 이론 15개 가운데 5개를 고르도록 했다. 설문조사에는 일반인 1535명, 물리학자 813명 등 총 2348명이 참여했다.

투표 초반부터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치열한 1위 다툼이 있었다. 뉴턴 역학은 그 뒤를 바짝 쫓았다. 일반인들과 물리학자들의 선택도 달랐다. 일반인들은 상대성이론을 1위(16.4%)로 꼽았다.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에 가장 많은 표(16.5%)를 던졌고 상대성이론을 2위(14.9%)로, 만유인력과 운동법칙(14.2%)을 3위로 꼽았다.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시공간의 근본을 뒤흔든 상대성이론도 중요하지만 20세기 전 학문 분야에 실질적인 영향을 준 것은 양자역학”이라고 해석했다. 국형태 가천대 나노물리학과 교수(한국물리학회 부회장)는 “1위가 엇갈리긴 했지만 일반인의 투표 결과가 전문가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 것은 현대과학의 성과가 사회 전반에 상당히 잘 알려져 있음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변지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here@donga.com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아인슈타인#상대성이론#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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