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열린 中농식품시장… 공격 농업이 대륙 장악 지름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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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센터 ‘한중 FTA시대, 中진출 길라잡이’ 보고서
中서 개방제외 농산품 5%도 안돼… 2015년 시장규모 美제치고 1위 확실시
유기농-웰빙-레저식품 수요 증가… “대표 30개 뽑아 현지전략 구사해야”

‘중국 시장에 우유를 수출하는 주요 국가들은 독일 프랑스 뉴질랜드 호주 등이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훨씬 가깝기 때문에 한국산 신선 우유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것을 활용해야 한다.’

‘한국의 황금유자차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색상인 데다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 하지만 많은 브랜드가 난립해 있어 시장 장악력이 떨어진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22일 발표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시대, 농식품 중국시장 진출 길라잡이’ 보고서는 이처럼 중국 농식품 시장 진출 전략을 품목별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 대표식품인 김치는 한중 FTA가 발효되면 중국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중국인의 입맛과 다르고 중국 현지 생산 제품이 저렴해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고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중국산 김치의 한국 내 시장점유율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보고서는 이어 한국에서는 이미 정착한 선진국 소비자들의 특징이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친환경 유기농식품 수요 증가, 건강 참살이(웰빙)식품 시장 증가, 두터워지는 중산층에 따라 ‘레저 식품’ 활기, 한류 드라마에 영향 받은 ‘K-식품’ 등이 대표적이다. 또 소황제(小皇帝·중국 정부의 1자녀 산아제한 정책 실시 이후 태어난 귀하게 자란 외동아들이나 외동딸)를 겨냥한 ‘어린이 전용식품’이나 기능성 음료, 소득 증가와 정비례 관계인 냉동식품 시장의 급속한 성장 등도 지적했다.

커지고 있는 중국의 식품시장 규모는 내년에는 1조 달러(약 18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미국(9300억 달러)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내수 확대로 전환하면서 주요 성장 분야 중 하나로 식품산업을 선정해 성장성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식품산업에 아직 비효율적인 부분들이 남아 있는 것은 한국 기업에는 기회다.

일례로 건조식품 1t을 생산할 때 전기 소비량이 선진국의 2∼3배 수준이고 당과류 1t 제조에 물 소비량은 선진국의 5∼10배에 이른다. 또 통조림 제품 1t 생산에 들어가는 물도 일본의 3배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농식품 수입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952억1000만 달러를 수입해 전년 대비 8.9% 증가했다. 미국이 25.8%로 가장 높고 브라질(16.8%) 호주(6.6%) 등의 순이었으며 한국은 1.3%에 불과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역사 문화적으로 친근한 것에 비하면 한국의 중국 농식품 시장 공략은 부진하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많은 농식품이 있지만 대표적인 30개를 선정해 중국 시장 진출 정도에 따라 준비, 진입, 성숙 단계로 나누고 각기 다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책임자인 김인규 베이징대 교수는 “11월 타결된 한중 FTA에서 개방이 제외된 1200개 품목 중 한국은 60%가 농산물인 반면 중국은 철강 자동차 정보기술(IT) 제품 등 공산품이 다수이고 농산품은 5% 미만이었다”며 “중국은 공산품 보호에 나선 반면 농산물이나 농식품 시장은 열어젖힌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제는 한국이 방어하는 농업에서 공격하는 농업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며 “이번 보고서는 그 같은 방향 전환을 위한 작은 지침서”라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한중 FTA#중국#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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