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각종 옵션 빼고 필요한 기능만 딱!… “이 차, 꼭 알뜰폰 같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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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드라이브 / 푸조 ‘2008 펠린’]기자 2인의 솔직한 시승기

한불모터스가 선보인 푸조의 소형 CUV ‘2008’은 L당 17.4㎞에 달하는 연비와 2650만∼3150만 원이라는 비교적 ‘착한’ 가격이 최대 장점이다. 수동 변속기의 매력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겐 딱이다. 한불모터스 제공
한불모터스가 선보인 푸조의 소형 CUV ‘2008’은 L당 17.4㎞에 달하는 연비와 2650만∼3150만 원이라는 비교적 ‘착한’ 가격이 최대 장점이다. 수동 변속기의 매력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겐 딱이다. 한불모터스 제공
올해 7월 기자는 한 독자에게 e메일을 받았다. 푸조의 소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푸조는 ‘캐주얼유틸리티차량’이라고 부름) ‘2008’을 포함해 하반기(7∼12월) 신차를 종합한 기사에 대한 문의 내용이었다. 독자는 “푸조 2008이 상반기에 나온다더니 감감 무소식”이라며 “연내 나오긴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독자의 말대로 푸조 2008은 상반기에 선보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유럽에서 인기를 끌며 물량이 달린 데다 ‘제네바 모터쇼’에서 ‘308 SW’가 ‘올해의 차’로 선정되면서 308 SW가 먼저 국내에 들어왔다.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10월 사전계약을 실시하자 1주일 만에 1000대가 예약됐다. 급기야 푸조를 수입해오는 한불모터스는 1500대 더 물량을 확보했다는 참고자료를 냈다.

이유는 경제성. 2650만∼3150만 원으로 동급 국산차와 비슷한 가격과 L당 17.4km의 높은 연료소비효율(연비)을 보이고 있어서다. 한불모터스에 따르면 소형 CUV라는 특성상 여성 고객이 30%를 차지하고 있다. 통상 한불모터스의 여성 고객 비율이 20% 안팎이라는 점에 비하면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셈이다.

그래서 동아일보에서 자동차를 담당하는 2인 강유현 최예나 기자가 푸조 2008의 최상위 트림 ‘2008 펠린’(3150만 원)을 타고 서울과 경기 고양시 일산시내 일대를 돌아다녀봤다.

동글동글 귀여운 디자인 눈길


강유현(이하 강)=우와 귀엽다.

최예나(이하 최)=색깔이 특히 예뻐요. 보라색도 파란색도 아닌 그 사이 중간쯤이네요.

강=보닛 길이가 짧고 뭉뚝해. 라디에이터 그릴도 좌우로 짧아서 귀여운 느낌이야. 헤드램프는 만화영화 ‘피구왕 통키’에 나온 공에 그려진 불꽃 같이 생겼다.

최=뒷모양도 동글동글하니 귀여워요. 리어 스포일러(속력을 높였을 때 차체가 뜨지 않도록 차체를 눌러주는 기능을 하는 부착물)도 앙증맞게 달려 있네요.

강=뒷모습만 보면 ‘미니 컨트리맨’과 비슷한 인상을 주는 것 같아.

길이는 4160mm, 너비는 1740mm, 높이는 1555mm, 휠베이스(앞바퀴 차축과 뒷바퀴 차축 사이의 거리)는 2540mm다. 한불모터스는 디자인의 특징으로 △헤드램프에 달린 발광다이오드(LED) 주간주행등 △푸조 브랜드의 상징인 사자가 발톱으로 할퀸 듯한 모습을 담은 후미등 △지붕에 장착한 알루미늄 레일 등을 꼽았다.

수동 변속기어의 향수가 느껴지는 차

차에 올랐다. 소형 CUV답게 키가 작은 여성도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는 높이였다. 다른 차량과 가장 큰 차이는 변속기. 수동변속기 차량을 몰아본 적이 없는 강 기자와 최 기자는 변속기에 주차기어(P)가 없다는 점을 신기해했다.

최=기어가 중립(N) 후진(R) 오토(A) 수동(M) 밖에 없다는 게 인상적이네요. 이유는 2008의 변속기가 수동변속기를 기반으로 만든 자동변속기(MCP)이기 때문이다. 한불모터스 측은 “수동변속기의 장점인 연비, 자동변속기의 장점인 정확한 타이밍에 이뤄지는 변속을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주차할 땐 수동변속기처럼 기어를 중립(N)에 놓고 파킹 브레이크를 당겨 주차해야 한다.

최=시동은 버튼식이 아니라 키를 꽂아서 돌리는 방식이네요. 파킹 브레이크도 손잡이식이고요.

강=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는데 약 1.5초 지난 뒤에 속력이 올라가기 시작하네. 수동변속기 기반이다 보니 변속할 때 차 속도가 갑자기 떨어져 멈칫했다가 속력이 다시 올라. 매끄럽게 속력이 올라가는 자동변속기에 익숙한 나에겐 좀 답답한 느낌이야.

최=변속이 되면 순간적으로 몸이 뒤로 젖혀질 정도로 치고 나가네요. 하지만 저는 변속할 때 ‘꿀렁’한다는 느낌이 별로 안 드는데요. 괜찮은 것 같아요.

강=스티어링 휠 크기가 작아서 체구가 작은 여성들도 편하게 운전할 수 있을 것 같아. 차가 작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룸미러에 뒤쪽 창문이 한눈에 들어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최=시속 100km를 넘겼을 때 차체가 아래로 깔리는 안정적인 느낌은 부족한 것 같아요. 가볍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코너링은 민첩한 것 같네요. 쏠리는 느낌도 매우 적고요.

강=그런데 저속에서 디젤차 치고도 진동과 소음이 좀 있는 것 같아.

최=오르막길에서 힘이 부족한 것은 단점이에요. 또 오르막길에서 ‘스톱 앤드 스타트’ 기능이 실행된 정지 상태에서 발을 떼면 시동이 걸리는 사이에 차가 뒤로 밀리네요.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올라올 때 뒤차와의 거리가 가까우면 뒤차가 놀랄 수도 있겠네요.

에코모드로 변환하면 스톱 앤드 스타트 기능이 실행된다. 버튼을 눌러 에코모드를 끄면 이 기능은 작동하지 않는다.

전륜 구동에 배기량은 1560cc, 최고 출력은 92마력, 최대 토크는 23.5kg·m다. 자동 주차를 도와주는 파크 어시스트 기능, 전후방 주차센서, 6개 에어백 등을 탑재했다.

거품 빼고 가격에 집중

최=운전석과 조수석에 전동식 조절 버튼이 없네요. 시트 열선도 없고요. 각종 전동 기능을 없앤 대신 가격에 집중한 것 같습니다. ‘알뜰폰’ 같은 느낌이에요.

강=운전대에 크루즈 설정 버튼이나 주행 이력 리셋 버튼도 없네. 그래도 운전석 옆에 시거잭이랑 이동식저장장치(USB) 포트는 있다.

최=파노라마 선루프가 탁 트여서 채광이 잘 되는 건 맘에 드네요. 다만 선루프가 열리지 않는 것은 아쉬워요. 양쪽 창문도 위아래로 넓게 뚫려 있어서 시야가 탁 트인 느낌이네요.

강=계기판은 푸조 고유의 비행기 조종석을 본뜬 디자인이라는데, 대시보드에서 위로 툭 튀어나와 있어서 운전 중 계기판을 확인하기엔 편리한 것 같아.

최=수납공간도 여기저기 확보돼 있네요. 특히 조수석 앞에 있는 글로브 박스 수납공간이 깊네요. 컵홀더도 깊고요.

=디스플레이에 나오는 시스템 설정 기능에 한국어 지원 기능이 없다는 건 단점이네. 영어 못하는 사람은 어떻게 하지….

최=차체 크기는 작지만 뒷좌석은 3명도 앉을 수 있을 만큼 공간 확보를 잘 해놨네요.

여기자 2명은 국산차 같은 각종 옵션을 기대하는 소비자, 독일차 같은 가속 응답성과 단단함을 기대하는 운전자에겐 어울리지 않는 차량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개성이 있고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 경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에겐 ‘강추(강하게 추천)’할 만하다.

정리=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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