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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김상수]쿨하게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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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김상수]쿨하게 사과하라

김상수 사회부 차장 입력 2014-12-18 03:00수정 2014-12-1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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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 사회부 차장
‘몸을 던져 행동하는 것과 연기는 다르다. 성의 없는 사과에는 되갚음이 있을 뿐이다. 능숙한 사과술도 리더의 조건이다. 도마뱀의 꼬리를 자르는 것만큼 꼴불견도 없다. 즉시 만나러 간다. 머리 숙이는 타이밍에 민감해져라.’

‘멋지게 사과하는 방법 80가지’(다카이 노부오 지음)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 중 몇 가지 사과 방법이다. 죽 읽다 보면 ‘땅콩 회항’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조 부사장은 거의 모든 대목에서 이와 거꾸로 행동한 것이다.

조 전 부사장뿐 아니라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았던 올 한 해 사과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사회적 비판을 받은 인물이 많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로 최악의 성적을 거둔 홍명보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16강 진출에 실패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젊은 선수들이 월드컵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고 해 구설수에 올랐다. 리더의 책임 회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차라리 “내가 미숙했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대한 준비가 소홀했다. 좋은 선수들을 제대로 쓰지 못한 내 책임이다”라고 했으면…. 여론이 악화되자 홍 감독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304명의 희생자(사망 295명, 실종 9명)를 낸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도 논란이 됐다. 박 대통령은 4월 29일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은 뒤 국무회의에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이날 세월호 유가족은 ‘사과 수용 거부’ 기자회견을 했다. ‘진정성’을 문제 삼았다. 유가족은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 없었다. 경호원에게 둘러싸여 분향소 한번 들러보고 떠난 뒤 국민 앞이 아닌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한 사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사과는 타이밍이 너무 늦었던 데다 장소와 방법이 적절치 않았던 것이다.

대리기사 폭행 시비에 휘말린 세월호 대책위원회 일부 간부들과 새정치민주연합의 김현 의원은 또 어땠나. 현장을 촬영한 폐쇄회로(CC)TV가 있음에도 간부들은 끝까지 ‘쌍방폭행’을 주장했고 김 의원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결국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김 의원을 대신해 보름 뒤에야 당 차원에서 사과했다.

우리는 왜 이리 사과에 인색할까. 모든 사람이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다. 항상 ‘나는 옳고 네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또 내가 잘못했어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스스로 최면을 건다. 신분이 올라갈수록 이런 자기 합리화는 더욱 강해진다. “내가 왜 머리를 조아려야 돼?” 조 전 부사장은 이러다 망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럼 어떻게 사과해야 하나. ‘쿨하게 사과하라’의 저자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선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사람은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니라 상대가 미안하다고 느끼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사과의 핵심도 ‘미안하다(I am sorry)’가 아니라 ‘내가 틀렸다(I was wrong)’다. 본인의 잘못을 겸허하게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또 나의 잘못을 산더미처럼 부풀려라. 자신의 실수가 ‘5’라면 사과는 그 두 배인 ‘10’만큼 해야 한다.”

김 대표는 “사과하는 사람이 패자가 아니라 사과를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패자”라고 했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스텝이 계속 꼬이는 이들을 보니 정말 안쓰럽기만 하다. 처음부터 ‘죄송합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잘못을 되돌리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될 것을….

김상수 사회부 차장 ssoo@donga.com


#땅콩 회항#조현아#대한항공#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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