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문 ‘적절한 선’은 어디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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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자백과 오판/리처드 A 레오 지음·조용환 옮김/588쪽·2만9000원/후마니타스

일본 추리만화 ‘소년탐정 김전일’엔 꼭 이런 대사가 나온다. “범인은 이 안에 있습니다!” 트릭을 풀어낸 탐정이 좌중을 향해 던지는 선전포고. 캬, 멋지지 아니한가. 근데 평소 무심코 지나쳤지만 그 말을 듣는 이들은 어떤 기분일까. 죄가 있건 없건 심장이 벌렁거릴 터.

상황은 다를지언정 범죄현장에서 이런 일은 다반사로 일어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흔히 접하는 신문을 보라. 때론 넘겨짚고 때론 으름장을 놓으며 여러 방식으로 죄를 자백하게 만들려 애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이 지점에 주목했다. 현 법체계 아래 이뤄지는 피의자 신문은 과연 적절한 선을 지키고 있는가.

결론부터 보자면, 저자가 보기엔 상당히 문제점이 많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형사사법제도는 ‘대립 당사자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공정한 판단자인 법원과 배심원 앞에서 검찰과 피의자 및 피고인이 ‘대등한 당사자’로서 공방을 벌여 진실을 밝히는 형사소송 구조”다. 죄를 가리기 전엔 누구나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평등하게 법 앞에 선다는 뜻이리라. 한데 문제는 이보다 앞서 벌어지는 경찰 수사가 공정성과 중립성을 해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경찰로선 억울할 수 있겠으나 기본적인 지향점이 기소에 맞춰지는 한 피의자는 약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안은 바로 ‘전자 녹화’다. 피의자 신문 과정을 모두 영상으로 촬영하면 인권침해가 사라질 수밖에 없단 얘기다. 실제로 미국에선 여러 주가 활용하고 있는데 효과는 긍정적이다. 피의자도 보호할뿐더러 신문이 진술과 자백 확보에 치중하지 않고 ‘객관적 정보’를 얻는 방향으로 바뀌어 사건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다소 어렵긴 하지만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명확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상위로 고려해야할 대상은 인권이며 공권력의 효율성을 위해 이를 해치는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 최근 미국은 ‘퍼거슨 시 사태’로 촉발된 경찰의 과잉수사와 인종차별 논란으로 시끄럽다. 오죽하면 신문 과정을 녹화하잔 얘기까지 나오겠는가. 허나 한국 사법체계 역시 뭐 하나 낫다고 말할 처지가 아니다 보니 되레 입맛이 쓰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허위 자백과 오판#소년탐정 김전일#피의자 신문#범죄현장#전자 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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