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돈’ 국가보조금 3119억 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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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없는 대한민국, 지금 나부터]
보조금 부정 5552명 적발-253명 구속
허위 전세계약서로 77억 가로채고… 병원 급식인력 부풀려 50억 타내
보조금 50조대… 적발은 ‘빙산 일각’, 檢 “관계부처 전수조사 등 건의”

#1. 대기업 위탁급식업체 A사와 병원 9곳은 영양사와 조리사를 고용하지 않았으면서도 직원을 허위로 등재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50억 원 상당의 식대 가산금을 가로챘다. 식당에 영양사와 조리사가 많을수록 밥값이 비싸게 책정된다는 허점을 노린 것.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급식업체 임직원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병원장과 직원 등 21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2. 서민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 대출 제도도 대출사기단의 악용 대상이었다. 대출금을 회수하기 어려우면 국민주택기금이 시중은행에 대출금 90%를 보전해 주는 만큼 대출 심사와 대출금 회수가 느슨하다는 점을 악용한 거였다. 그렇게 한 명이 1년간 4차례 허위 전세계약을 맺고 사기 대출을 신청했지만 매번 대출을 받는 데 성공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서류를 위조해 시중은행으로부터 전세자금 77억 원 상당을 가로챈 113명을 적발해 대출 사기단 20명을 구속 기소하고 3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대검찰청과 경찰청은 공조수사 체계를 구축하고 최근 1년간 국가보조금 관련 비리를 집중 단속한 결과 부정 수급자 5552명을 적발해 253명을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검경은 부당 지급되거나 유용된 국가보조금 3119억 원을 찾아내 관계기관에 환수토록 했다.

보조금 횡령과 유용은 보건 복지 고용 농축산 연구개발(R&D) 교통·에너지 문화체육 등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적발됐다. “먼저 챙기는 사람이 임자”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경북 구미경찰서는 교재 구입 가격과 강사료를 부풀려 보조금 1억1000만 원을 가로챈 대안학교 교장을 구속했다.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찾아온 강사 이름으로 통장을 만든 뒤 보조금으로 지급되는 강사료를 넣었다가 되찾는 수법을 썼다. 부산지검은 고령자 정년연장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을 허위로 만들어 총 21억 원대 정년연장 지원금을 가로챈 택시회사 운영자와 노무법인 대표노무사 등 7명을 구속 기소하고 3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청주지검 제천지청은 정부의 ‘축사시설 현대화 사업’ 관련 보조금 교부 요건인 자기 부담금 관련 자료를 조작해 3억75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4선의 현직 시의원, 축산업자, 공무원 등 5명을 구속 기소했다. 또 저온저장고 신축에 드는 자기 부담금을 부담한 것처럼 허위자료를 제출해 보조금 10억여 원을 가로챈 영농조합 대표 등 4명을 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무상 지원한 보조금은 50조5000억 원으로 정부 예산의 14%를 차지한다. 정부가 보조금 사용 실태 전수조사에 나설 경우 부정수급 규모가 얼마로 늘어날지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구조적 비리를 유관기관과 국무총리실 산하 부패척결추진단에 알려 관계 부처의 전수 조사와 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부패#보조금#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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