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비용이 매립비용보다 3~5배 더 들어… 한국도 매립부담금 매기는 자원순환법 시급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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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석탄재는 땅에 묻고, 日 석탄재 수입해 사용 … 왜?
국내 사업장매립지 3년내 포화

산업현장에서 나오는 사업장폐기물이 재활용할 수 있는데도 무분별하게 매립 또는 소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활용 비용이 폐기 비용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현재 추세라면 앞으로 2, 3년 안에 사업장매립지가 포화상태가 돼 사업장폐기물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회에 제출돼 있는 ‘자원순환사회전환촉진법(자원순환법)’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3일 환경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석탄재, 폐고무, 폐화학섬유 등을 매립하는 사업장매립지 잔여용량이 2017년 이전에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장폐기물 잔여용량은 1242만 m³이지만 한 해 배출되는 사업장매립량은 422만 m³이기 때문이다.

폐기물 재활용 비용이 t당 17만 원 수준인 반면 매립비용은 3만∼5만 원에 그쳐 업체들은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도 매립을 선택한다.

이 때문에 산업현장에서는 희극적인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화력발전소 등에서 폐기물로 나오는 석탄재는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부원료로 활용된다. 시멘트 업계는 최근 4년간 석탄재 464만 t을 일본에서 수입했다. 국내에서 사업장폐기물로 매립되는 석탄재가 한 해 185만 t이기 때문에 이를 재활용하기만 해도 굳이 일본에서 폐기물을 수입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한국 내 석탄재 재활용 비용이 비쌀 뿐만 아니라 일본 업체들이 석탄재를 한국 시멘트 업체에 넘길 때 t당 5000엔(4만7000원) 정도의 보조금을 주기 때문이다. 일본은 자국 내 매립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석탄재를 해외로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한국에서도 정부가 추진하는 자원순환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법안에는 폐기물 매립비용을 높여 매립량을 줄이려는 매립소각부담금제도, 재활용을 촉진하는 순환자원인정제도 등이 담겨 있다. 환경부는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사업장폐기물의 연간 재활용량이 현재 950만 t에서 약 1950만 t으로 증가하고 재활용 시장 규모도 1조7000억 원에서 3조4000억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매립지 사용 연한도 20년 이상 늘어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럽연합(EU)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미 1990년대부터 이와 유사한 법안을 제정했다. ‘매립세’를 도입해 매립 비용을 높임으로써 ‘매립 제로화’를 유도하는 한편 자원 재순환을 촉진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1990, 2000년대에 매립세를 도입한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스웨덴 등은 이미 매립 제로화를 달성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선진국들보다 15년 이상 늦었지만 한국에서도 자원순환법이 제정되면 폐기물 재활용 관리가 개선되고 관련 산업이 육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준우 한신대 초빙교수(환경경제학)는 “자원순환법이 통과되면 환경 분야에 한정돼 있는 자원순환정책이 경제 영역 전반에 퍼질 수 있다”며 “다만 일부 기업은 단기적으로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사업장매립지#석탄재#폐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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