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동아시아 경제주도권 싸움… 한국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 우려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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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FTA 10년의 명암]경제 실익 챙기는 정치-외교 절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면서 한국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세계 3대 경제권과 모두 FTA를 맺었다. 2004년 칠레와 첫 FTA를 체결한 이후 10년 만에 대표적인 ‘FTA 강국’에 올라선 것이다.

하지만 남아 있는 과제가 적지 않다. 미국과 중국이 동아시아의 경제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패권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글로벌 무역질서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국이 맺은 FTA가 상대국과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주로 따지는 ‘2차 방정식’이었다면 앞으로 맺을 FTA는 정치·외교적 변수가 향방을 가를 ‘다차 방정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중 FTA 타결 이후 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한중일 FTA를 남아 있는 3대 통상과제로 꼽고 있다. TPP와 RCEP는 미국과 중국이 각각 자국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경제블록을 만들어 지역 경제주도권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에 따라 추진하고 있는 다자간 FTA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이달 초 한중 FTA 타결을 선언한 지 일주일 만인 17일 호주와 FTA 협상을 타결했다. 중국은 또 11일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출범을 위한 로드맵 채택에 대한 회원국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인도, 호주 등 총 16개국이 참여한 RCEP를 타결한 뒤 이를 중국 중심의 경제블록인 FTAAP로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은 미국 주도의 다자간 FTA인 TPP를 견제하려는 대응책의 성격이 강하다. TPP에는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멕시코 등 12개국이 참여 중이며 이 협상이 성공하면 미국과 아시아를 연결해 세계경제의 40%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 형성된다.

한국은 현재 미국, 중국 양쪽과 각각 FTA를 맺고 있다. 또 중국 주도의 RCEP 협상에 참여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미국 주도의 TPP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중 FTA 타결이 한국이 글로벌 무역질서에서 발언권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중 FTA로 한국이 거대 시장인 중국에서 미국, 일본이 갖지 못한 이익을 누리게 되면서 TPP 협상에서 한국의 위치가 과거보다 중요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펼치고 있는 치열한 통상경쟁의 한가운데에서 한국이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는 한중 FTA 체결 이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한국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다자간 FTA는 여러 나라가 협상을 벌이게 되는 만큼 미국, 중국, 일본 등에 비해 한국의 이해관계가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여서 “실익이 적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정부는 일단 한중일 FTA에 집중하면서 TPP 참여 시기를 저울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한중 간의 합의를 토대로 일본을 설득하면 협상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는 만큼 한중일 FTA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FTA#미국#중국#동아시아 경제주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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