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수입-기부금 줄자 “박물관 개방 확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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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등 해외전시로 활로 모색

세계 5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 8일(현지 시간) 르네상스 미술의 대표작 ‘비너스의 탄생’(보티첼리 작) 앞에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연방 울렸다. 몇 년 전 로마 박물관에서 사진 촬영을 하다 제재를 받은 경험이 떠올랐다. 그러나 작품 바로 옆에 서 있는 직원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조심스레 묻자 “플래시만 터뜨리지 말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탈리아 문화재 당국은 지난달부터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상업적 목적을 제외한 일반인의 촬영을 전면 허용했다. 저작권 침해 우려도 나왔지만 관람객을 늘려야 한다는 현실적인 필요성이 더 컸다.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전시 사진이 올라가면 일종의 ‘바이럴 마케팅(입소문 판매전략)’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유럽 경제위기와 무관치 않다. 올 상반기 이탈리아 청년실업률은 46%까지 치솟을 정도로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 이에 따라 박물관 입장 수입이나 기부금도 크게 줄었다. 현재 피렌체 소재 27개 박물관 가운데 몸집이 큰 우피치, 아카데미아를 제외하고 25개가 모두 적자에 빠졌다.

일부 박물관은 인건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아예 표 판매원마저 두지 않고 사실상 무료 전시로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반대로 입장 수입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전시 시간을 밤 12시까지로 늘린 곳도 있다.

이들 박물관은 최근 중국 일본 등으로의 해외 전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작품을 빌려주고 대여료나 문화재 수리비용 등을 받을 수 있어서다. 최근 경제적으로 부상한 중국이 대여전시에 적극적인 편이다. 우피치 박물관 관계자는 “르네상스 주요 미술품을 제대로 즐기려면 유럽보다 중국으로 가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했다. 최근 중국은 이탈리아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등의 주요 박물관 등과 5년 단위의 장기 계약을 하고 작품을 들여와 매년 전시회를 열고 있다.

피렌체·로마=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박물관#이탈리아#피렌체#비너스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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