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난 헤이글… 백악관 외교안보라인에 힘 실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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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참모들과 엇박자로 경질… 북핵 등 아시아정책은 변화 없을듯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4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을 사실상 경질하면서 남은 임기 2년 동안 한반도 문제 등 외교안보 정책은 백악관 중심의 ‘친정 체제’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 참모들과 엇박자를 낸 헤이글 장관이 물러난 뒤 백악관이 외교안보 정책의 고삐를 더욱 죌 것”이라며 “새 국방장관은 누가 됐든 백악관과 다른,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공교롭게 오바마 대통령은 헤이글 장관의 사퇴 사실을 직접 밝히자마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멤버들을 소집해 주요 외교 현안을 토론하며 이 같은 분석에 힘을 더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백악관에서도 헤이글 장관과 갈등을 빚은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해 데니스 맥도너 비서실장, 벤 로즈 NSC 부보좌관 등 핵심 측근들의 영향력이 특히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간선거 전 일각에선 민주당이 완패하면 라이스 보좌관 등의 교체 가능성을 점쳤으나 헤이글 장관의 사퇴로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고 NYT는 전했다.

헤이글 장관과 함께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존 케리 국무장관은 백악관 참모들과의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자리를 지킬 것으로 관측된다. 2004년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낸 케리 장관을 오바마 대통령이 깊게 신뢰하는 데다 이란과 핵협상이라는 현안을 조율하고 있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헤이글 장관의 교체에도 미국의 북핵 등 아시아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은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브랜드’인 만큼 각료 교체가 영향을 줄 사안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헤이글 장관 후임으로는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정책차관, 애슈턴 카터 전 국방부 부장관, 로버트 워크 현 국방부 부장관으로 압축돼 거론되고 있다. 특히 플러노이 전 차관이 낙점된다면 미 역사상 첫 여성 국방장관이 탄생해 라이스 보좌관과 함께 미국의 군사외교 이슈를 여성들이 동시에 좌우하게 돼 워싱턴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조숭호 기자
#오바마#헤이글 경질#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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