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해요! 페널티킥 막는 느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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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로 첫 드래프트 1순위 지명… 한국전력 상승세 이끄는 오재성

시작은 프로 원년 2005시즌의 신영수(대한항공)였다. 그 후 김학민(대한항공·군 복무 중), 김요한(LIG손해보험), 문성민(현대캐피탈), 최홍석(우리카드), 전광인(한국전력) 등이 이름을 올렸다. 팬이라면 다 아는 거포들로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출신들이다. 10시즌 동안 공격수만 차지했던 드래프트 전체 1순위에 예외가 생겼다. 한국전력 리베로 오재성(22)이 주인공이다.

“지난해만 해도 꿈도 꾸지 못했지만 이번 드래프트 때 예상은 했어요. 신영철 감독님이 ‘리베로를 최우선으로 뽑겠다’고 하신 기사를 봤으니까요. 그래도 막상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리니 꿈만 같았어요.”

지난 시즌을 최하위로 마쳐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확보한 한국전력의 신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주전 리베로 곽동혁을 삼성화재로 트레이드하면서 오재성의 자리를 일찌감치 마련해 놨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 신 감독은 “대한항공 감독 시절 성균관대와 연습 경기를 할 때 성균관대 입학 예정이던 오재성을 봤다. 고교 3학년인데도 배구 센스가 뛰어나 눈길이 갔다”며 4년 전 이맘때를 기억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프로에 입문했지만 오재성의 배구 인생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제주 토평초 4학년 때 배구를 시작한 오재성은 공격수였던 중학교 때까지 주전으로 뛰지 못했다. 작은 키(175cm)가 발목을 잡았다. 중학교 때까지 벤치를 지키는 일이 대부분이었던 오재성이 TV를 보면서 롤 모델로 삼은 선수는 ‘역대 최고의 리베로’로 꼽히는 여오현(36·현대캐피탈)이었다. 배구 명문 익산 남성고에 진학한 뒤 그는 포지션을 리베로로 바꿨다. 그리고 붙박이 주전 선수가 됐다.

“리베로는 묘한 매력이 있어요. 축구의 골키퍼가 상대의 페널티킥을 감각적으로 막아낼 때와 비슷한 것 같아요. 상대 공격수의 강력한 스파이크를 받아 내면(디그) 기분이 정말 짜릿하죠.”

최근 2시즌 꼴찌였던 한국전력은 올 시즌에는 25일 현재 3위(승점 17·6승 3패)를 달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전광인과 서재덕의 ‘쌍포’가 건재하고 지난 시즌과 달리 외국인 선수 쥬리치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해 주고 있는 가운데 오재성의 수비가 뒷받침된 덕분이다. 1라운드에서 20개월 만에 삼성화재를 꺾을 때 그는 상대 주포 레오의 결정적인 스파이크를 4차례나 걷어내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특히 5세트 7-4로 앞선 상황에서 레오의 후위 공격을 몸을 날려 받아낸 것은 환상적이었다. 이날 경기의 최우수선수 전광인도 “성균관대 후배인 오재성의 수비가 대단했다”며 칭찬했다. 한국전력 팬들은 그런 오재성의 이름 앞에 ‘미친 디그’라는 수식어를 붙여 줬다.

“누군가의 관심을 받는 게 좋아 배구를 시작했죠. 프로에 오니 정말 신나요. 많은 관중이 저를 지켜보고 응원해 주시니까요. TV로만 보던 외국인 선수들의 공을 받아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서브요? OK저축은행의 시몬이 압권이에요. 스파이크는 단연 레오죠.”

오재성은 리베로로 뛰기 시작한 고등학교부터 대학교 때까지 여오현의 배번(5번)을 달았다. 한국전력에서는 8번을 달고 있다. 여오현은 삼성화재 세터 유광우와 함께 올 시즌 3억5000만 원을 받는 ‘연봉 킹’이다. 오재성에게 ‘제2의 여오현’이라고 불리는 게 어떤지 물었다.

“우상이었던 여오현 선배님을 만났지만 아직 따로 얘기해 본 적은 없어요. ‘제2의 여오현’이라고 불리면 저로서는 영광이죠. 그런데요, 솔직히 그것보다는 제 후배가 ‘제2의 오재성’으로 불리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의왕=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오재성#페널티킥#리베로#한국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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