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태열]당뇨의 주범? 쌀밥은 억울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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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열 한국식품연구원 창조과학연구본부 본부장
하태열 한국식품연구원 창조과학연구본부 본부장
100세 시대를 내다보는 요즘, 각종 성인병이 삶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비만과 당뇨 등과 같은 대사성 질환은 우리의 식생활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일각에서는 GI(당지수)만을 근거로 대면서 쌀밥이 당뇨의 주범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왜곡된 생각이며 오해다. 과학적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밥의 영양에 대해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밥은 비만, 당뇨의 주범이 아니다. 오늘날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약 189g이다. 하루에 밥 두 공기를 채 먹지 않는 데다 소비량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비만과 당뇨병의 발병률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쌀 소비량이 줄고 있음에도 당뇨병 발병률이 증가하는 것은 밥이 주범이 아니라는 단순한 증거이다.

과학적으로 살펴볼 때,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일정 기간 혈당의 양과 인슐린 분비량이 증가한 후 다시 감소해 공복 상태의 일정 농도를 유지한다. 이때 혈당량과 인슐린 증가가 너무 급격하면 당뇨병 환자는 증세가 악화되며, 건강한 사람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크라포 박사가 당뇨병 환자에게 쌀밥과 감자, 식빵을 각각 먹게 한 후 혈당과 인슐린 반응을 조사한 결과 쌀밥을 먹은 환자는 식빵이나 감자를 먹은 환자보다 인슐린 분비와 혈당이 훨씬 낮게 나타났다. 건강한 성인도 감자, 식빵 옥수수를 먹으면 혈당과 인슐린 반응이 급격한 증가를 보인 반면, 쌀밥은 완만한 증가를 보였다.

특히 이러한 당질 식품의 영양성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질 급원을 섭취하면 동반되는 열량(칼로리) 문제다. 즉, 당질 급원으로 밥 대신 다른 것(빵, 도넛, 케이크, 피자, 햄버거 등)을 먹는다면 칼로리의 섭취가 훨씬 더 증가된다. 이러한 고지방, 고칼로리 식품은 비만, 당뇨의 주범임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과적으로 건강을 유지하려면 균형 잡힌 식단이 가장 중요하다. 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은 당질, 지방, 단백질 섭취 비율이 매우 이상적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는 성인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밥 중심 식생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쌀이 과학적 결과를 토대로 건강식품으로 진화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의 식생활에서는 밥의 섭취량이 점차 줄어드는 게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밥을 기본으로 하는 우리의 전통 식단으로 돌아가는 길이야말로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하태열 한국식품연구원 창조과학연구본부 본부장
#당뇨#쌀밥#탄수화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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